대통령실 "법원 결정에 언급 부적절"…당혹감 속 언급 아껴
尹대통령, 대구서 혁신 민생 행보 도중 법원 결정 접해
원팀 행보 하루만에…용산, 여의도發 파장에 '침묵' 속 주시
법원 결정으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제동이 걸린 26일 대통령실은 침묵 속에 파장을 주시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늦게 대변인실을 통해 "법원 결정에 대해 대통령실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짤막한 입장만 내놓았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 및 국민의힘 이의 신청 등 여당 지도부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에 대한 추가적인 언급도 꺼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마디도 더 보탤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예상했던 일일 브리핑도 건너뛰었다.

최근 사나흘 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주재한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 및 비상경제민생회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수주 의미 등을 적극 홍보했던 것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기류였다.

윤 대통령이 이날 대구에서 주재한 첫 규제혁신전략회의 관련 소개도 동행했던 강인선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으로 소화했다.

한남동 새 관저 경비·방호 문제와 관련된 야당의 공세에는 이를 반박하는 대변인실 공지로 대신했다.

이러한 '침묵'에는 여당 비대위 체제가 본격 출범한지 열흘도 되지 않아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대혼돈에 빠진 상황에 대한 긴장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50여일간 이어진 여권 내홍이 국정 운영 동력을 약화하는 데 큰 원인을 제공했다는 인식을 보여왔다.

윤 대통령도 집권 여당이 조속히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영 비대위' 출범과 대통령실 개편을 계기로 국정 구상을 제대로 펼치며 지지율 반등을 꾀하려는 찰나에 당·정의 한 축이 다시 흔들리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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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연찬회를 찾아 당·정 '원팀'을 외친 지 하루 만에 여당 지도부 체제의 정당성이 부정당할 위기에 놓인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윤 대통령은 전날 현직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으로 연찬회를 방문, "지금부터 당정이 하나가 돼 오로지 국민, 오로지 민생만을 생각하자"고 강조했고 의원들도 화답했다.

대구가 지역구인 주 위원장은 이날 3개월만에 대구를 찾은 윤 대통령의 일정에도 동행했다.

윤 대통령과 주 위원장이 함께 있던 중 법원 결정을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두 사람 간에 어떤 식으로든 의견교환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이 전 대표가 '절대자'. '신군부' 등의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윤 대통령을 직격해온 와중에 법원이 이 전 대표의 손을 사실상 들어준 데도 편치 않은 기류가 엿보였다.

대통령실이 오는 31일을 염두에 두고 추진하던 '주호영 비대위'의 용산 만찬도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서는 '혁신'과 '민생'을 열쇳말로 내세운 윤 대통령의 대구 행보가 법원 결정에 다소 묻히게 된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첫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도 같은 날 국민의힘 윤리위의 이 전 대표 징계 기사에 파묻히다시피 한 것을 다시 떠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한 관계자는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진짜 공들여 준비했는데……"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