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차관 등 고위 외교당국자들, 방한 동아태차관보 만나 우려 전달
한미 외교차관보 협의선 "외교당국 간에도 긴밀 협의" 공감대
박진, 美차관보에 "인플레감축법 우려 해소 구체 조치 신속해야"
한국의 고위 외교당국자들이 26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만나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우려를 잇달아 전달했다.

전날 입국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를 찾아 카운터파트인 여승배 차관보와 회담을 하고 박진 장관, 이도훈 2차관을 예방했다.

특히 박 장관과 크리튼브링크 차관보 간의 비공식 접견에서는 한국 측의 우려가 비교적 솔직한 분위기에서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한국 기업들에게 부당하고 차별적인 대우가 발생한다면 수용할 수 없다며 우려가 해소되도록 가능한 구체적인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최근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증대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고, 한국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MSP), 4자 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fab4) 예비회의 등 미국 주도의 공급망 관련 이니셔티브에 적극 동참해온 것 등을 거론하며 이같이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입법이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지속되는 양국의 긴밀한 협력 방향에 역행하고, 동맹 정신에 맞지 않다는 우려도 전달됐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한국 측의 우려를 분명히 인식하고 이해한다는 반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IRA가 기후변화 등 글로벌 현안 대응을 위한 것으로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앞으로 양국의 관련 부처 간 협의를 신속하게 해 나가자는 입장을 밝혔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박 장관의 의견을 신중한 분위기에서 경청했으며, 본국에 돌아가 고위급에 보고하겠다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가 경제안보를 고리로 협력 및 소통 기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IRA가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한미관계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만 이날 접견에서는 한국 측의 심각한 우려가 전달되면서도 앞으로 잘 협의해 가자는 긍정적 분위기는 유지됐다는 후문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와 여승배 차관보와의 협의에서는 이 문제를 외교당국 간에도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는 데 공감이 이뤄졌다.

정부는 다음 달 중순 외교부 2차관과 산업부 장관 및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당국자들의 방미 등을 통해 미국 행정부·의회 주요 인사들과 교섭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앞으로도 유엔 총회, IPEF 장관회의 등 여러 계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입장을 미측에 적극 전달하고, 그 과정에서 여타 유사입장국과의 공조도 확대해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미 차관보는 북한의 도발 중단과 대화 복귀를 위해 긴밀한 공조를 계속해서 강화하기로 했으며, 미측은 정부의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다음 달 개최될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에서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 방안을 심도 있게 협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또 내년 동맹 70주년을 앞두고 고위급 교류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해 가자고도 했다.

양측은 우크라이나, 태평양 도서국 등 주요 지역에 대한 협력에도 의견을 교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