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위원회 두고 이견…출범 시기 예측 어렵다" "'시행령정치' 이름 동의 안 해…전문가들이 법에 맞는지 판단"
한덕수 국무총리는 25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 등 자국 산업 보호 방안과 관련해 "필요하면 세계무역기구(WTO)의 판단을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우선은 미국 정부와 협의하는 것이 먼저"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과의 협의를 우선적으로 하되 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22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해 WTO 제소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총리는 "조 바이든 정부의 2년 정도 정책을 보면 과거 자국중심주의 정책에서 완전히 전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실제 인플레이션를 축소하는 법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으로서는 최대한 미국 정부와 이야기를 해보고, 동시에 현지에 조립하는 시설을 만드는 등 시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한국산 전기차는 대당 최대 7천500달러(약 1천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한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문제와 관련 한 총리는 "기존 법에 근거한 위원회가 있는데 또 시행령으로 만들어서 두 개의 기능을 합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9월 안에 출범하기가 어렵겠느냐'는 질문에 한 총리는 "지금은 예측하기가 어렵다.
정부는 한시라도 그런 위원회가 합법적인 범위에서 만들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사열 균형발전위원장은 지난 18일 사의를 표하면서 "정부는 법 개정 없는 '지방시대위원회' 설치 방침을 유보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 국정목표 중 하나인 '지방시대'를 실현하려면 부총리급으로 격상한 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한 총리는 "앞으로 시간을 두고 다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유보적으로 표현했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법무부의 검찰 수사권 복구 시행령 개정 등을 두고 야당이 '시행령 정치'라고 비판한다는 지적에 한 총리는 "시행령 정치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는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시행령은 법의 위임에 따라서 법을 집행하기 위한 하부개념"이라며 "법제처나 법무부 등 그 분야 전문가들이 시행령이 법에 맞는 것인지를 판단하고, 국무회의를 통해서 확정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최근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에 이어 보호종료 아동이 연이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을 두고 "문제 해결 방안은 단편적으로 할 수 없고 체계적으로 전문가가 모여서 할 일이다.
그런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고 했다.
그는 "위기 가정으로 확인이 되면 도와줄 시스템과 재원은 준비돼 있는데 포착이 안 되는 것이 문제였다.
1개월 정도 누가 가봤는데도 계속 안 계셔서 노력을 중단한 것이었다"고 수원 세 모녀 사건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이나 공권력이 갑자기 안 보이시는 분들을 찾고 하는 사법적 차원에서의 시스템이 있는데, 그런 것을 활용해보자는 의견이 최근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나왔다"고 소개했다.
한 총리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전을 위해 최근 한국에 있는 유럽·아프리카 국가 대사를 각각 모아 오찬을 진행한 바 있다.
한 총리는 "곧 아시아 국가 대사들과도 만날 것"이라며 "주프랑스 한국 대사관의 엑스포 전담 인력도 4명 정도 증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한국 첨단산업 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 1·2차 계획을 발표했고 곧 3차 계획을 발표할 텐데, 인력 여유가 있으면 해외 개도국을 초청해 코딩 교육을 하는 등 본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을 해나갈 것"이라며 "그러면 엑스포 유치전에도 성의가 통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차기 위원 구성과 관련, 한 총리는 100여 명 후보 중 40명 정도를 위원으로 임명하고자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대해 "그대로 가져갈 것이지만 방법론은 달라질 수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해 연말까지는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4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해 가계부채 부담이 커진 상황을 두고 한 총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엄청난 유동성을 푼 상태여서 기준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정상화가 되는 것"이라며 "고통스럽더라도 국민과 모든 경제주체가 인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야권 잠룡인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18일 주장했다. 조기 대선 개최 시 야권 대선후보로 이 대표가 유력한 상황에서 후보 교체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이 고문은 이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저는 진작부터 윤석열, 이재명 두 분의 정치가 함께 청산되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민주당에서 다른 후보를 내면 더 쉽게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이 고문은 "왜냐하면 여론조사를 보면 이 대표는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며 "그걸 껴안고 어떻게 선거하며 선거 후 설령 이긴다고 하더라도, 그 거부층을 어떻게 안고 국가를 운영하나. 민주당이 책임 정당이라면 당연히 고민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이 고문은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이 대표의 이른바 '우클릭' 행보에 대해선 "중도·보수라고 했다가 며칠 뒤에는 중도 정당이라고 했다가, 노총에 가면 '우클릭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굉장히 헷갈린다. 일관성이 부족하고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본다"고 했다.이 고문은 자신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출마 여부를 포함해서 국가를 위해서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이 무엇일까. 그 길로 갈 것"이라고 했다.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를 찾아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 지지자들의 애국심을 존경하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강성 보수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자신에 대한 비토 여론을 희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한 전 대표는 이날 대구 북구 모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달 초 여론조사에서 TK(대구·경북) 지지율이 높았다'는 말에 "보수 지지자들 중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분이나 저나 큰 틀에서 생각은 같다"며 "애국심이고, 이 나라가 잘되게 하는 지점에서 공통적인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한 전 대표는 "저도 그분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분들의 애국심을 존경하고 존중한다"며 "저도 이 나라가 잘되게 하고, 국민 먼저 생각하고 좋은 나라를 만들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덧붙였다.12·3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하고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데 대해선 "후회하는 결정은 없지만, 조금 더 생각할 걸, 조금 더 설득할 걸, 조금 더 경청할 걸 이런 부분들은 좀 있었다"면서도 "국민이 먼저라는 생각을 갖고 제가 받게 된 여러 고통이나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한 전 대표는 "제가 결정하는 과정에서 특히 우리 보수를 지지하는 분들이 자꾸 머리에 떠오르고 눈에 보여서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었다"며 "그래도 대한민국과 국민, 미래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국민들께서 상처받고 힘들어하신 데에는 대단히 죄송하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같은 마음"이라고 했다.한 전 대표가 이날 대구를 찾아 강성 보수층에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