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압수 과정서 발생한 위법성, 사후에 영장 받아도 해소 안 돼"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긴급 압수한 뒤 압수물 탐색 과정에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면 사후 영장을 발부받는다고 해도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13억6천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16∼2021년 구인·구직 웹사이트를 통해 성매매 여성과 운전기사들을 고용한 뒤, 광고를 보고 연락한 사람이 장소를 지정하면 고용한 여성을 그곳으로 보내주는 성매매 알선업을 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재판을 다시 하라며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4월 A씨를 체포하면서 휴대전화를 긴급 압수했다.

경찰은 이튿날 A씨의 휴대전화에서 성매매 영업 매출액 등이 적힌 엑셀 파일이 발견되자 이를 별도의 저장매체에 복사한 뒤 수사기록에 편철했다.

문제는 경찰이 휴대전화를 탐색한 시점에 A씨는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돼 있어 이 과정에 참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경찰은 하루 뒤 엑셀 파일 등에 대한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고, 발견된 자료는 재판에 증거로 제출됐다.

대법원은 경찰이 A씨의 참여 기회가 배제된 채 엑셀 파일이 탐색·복제·출력됐다는 점과 압수 전자정보 목록을 A씨에게 주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엑셀 파일 출력물과 이를 저장한 CD는 위법 수집 증거라는 판단을 내렸다.

또 사후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해서 이미 생긴 위법성은 해소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피의자의 휴대전화에서 원래의 수사 대상과는 별개의 혐의 단서가 발견됐을 때 피의자의 참관 없이 압수가 이뤄졌다면 사후 영장을 발부받았어도 위법 증거라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기존 법리에 더해 참여권 미보장과 전자정보 압수목록 미교부 등 위법이 있는 경우라면 마찬가지로 사후 압수수색영장 발부로 치유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최초로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