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출산율, 1980년 여성 취업률과 반비례→2000년엔 정비례
"일하는 여성 많아지면 출산율 하락?…이제는 옛말"
직업을 가진 여성이 많아질수록 출산율은 내려간다는 통념이 이제는 옛말이 됐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3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요즘엔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고 정책 지원이 확대되면서 일하는 여성이 많아질수록 출산율도 동반 상승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전미경제연구소(NBER) 보고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등을 토대로 미국,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등 선진국에 국한해 이같은 진단을 내렸다.

이에 따르면 1980년에는 선진국 가운데 대체로 여성 취업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내려가는 경향을 보였다.

가령 스웨덴, 핀란드는 여성 취업률이 80%를 살짝 웃돌았는데, 출산율은 여성 1명당 1.5∼1.7명에 머물렀다.

반면 여성 취업률이 60%를 조금 웃돌던 미국에서는 출산율이 1.75명을 상회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여성 취업률과 출산율이 반비례하며 우하향 그래프를 보이던 것이 2000년 들어서는 정비례하는 우상향 그래프로 뒤바뀌었다.

즉 이탈리아처럼 여성 취업률이 낮은 국가는 출산율도 낮았고, 노르웨이처럼 취업률이 높은 국가는 출산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이 기간 여성 취업률이 17% 증가했는데, 출산율이 약 2.1명으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NBER는 이처럼 여성 취업률과 출산율이 동반 상승하는 배경으로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정책 지원이 확대됐다는 점을 꼽았다.

예를 들어 미국과 노르웨이에서는 직장에 다니면서 동시에 엄마가 되는 게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쉬워지면서 출산율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탈리아, 스페인처럼 직장과 출산을 병행하기 어려운 나라에서는 여전히 여성 취업률과 출산율이 나란히 바닥에 머물렀다.

NBER은 유연한 노동 시장, 협조적인 남편, 우호적인 사회 규범, 우수한 가족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노르웨이에서는 지난해 아이 1명당 2만9천726 달러(약 3천900만원) 지원, 49주 육아휴직 보편화 등에 힘입어 OECD에서도 여성 취업률과 출산율이 나란히 상위권에 올랐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지원만으로 출산율이 오르는 것은 아니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미국은 아이 한명당 지원금이 연간 500달러(67만원)로 OECD에서 낮은 수준이고, 국가가 지원하는 유급 육아휴직도 없지만 남성의 가사와 육아 참여가 늘어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