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과 하이든 교향곡 45번 ‘고별’로 6년간의 울산시향의 상임 지휘자 활동을 마친 니콜라이 알렉세예프. 그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작년 한 해 동안 많은 지휘자가 물망에 올랐다. 그 결과 지난 1월 울산시향의 열 번째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지휘자 사샤 괴첼(Sascha Goetzel, b.1970)이 낙점되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유리 테미르카노프 사후 상트 삐쩨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지명된 알렉세예프는 지극히 엄격하고 보수적인 아카데미즘을 추구하는 스타일인 탓에 비슷한 성향의 포펜보다는 보다 정력적이고 개방적이며 오페라적인 묘미를 구사하는 괴첼이 선택되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한국 오케스트라의 여러 상임 지휘자들 가운데 오스트리아 출신으로서 빈 전통 레퍼토리를 구사하며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오랜 경험까지를 아우르는 지휘자는 괴첼이 처음인 만큼 귀추가 주목됐다. 그는 1999년에 창단된 투르크의 보루산 이스탄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이끌며 DG 레이블을 통해 바이올리니스트 네마냐 라둘로비치 협연으로 음반을 냈을 만큼 의미 있는 발전을 이룬 바 있다. 이처럼 훌륭한 오케스트라 빌더이기도 한 괴첼이 지난 3월 14일 울산 문화예술회관 콘서트홀에서 취임 연주회를 가졌다.그는 작년 울산시향과의 연주 이전인 2021년 KBS 교향악단과 통영국제음악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바 있는 만큼 한국과 지속적으로 인연을 맺어왔다. 따라서 울산 청중과 오케스트라에 대한 그의 태도는 낯설지 않고 자연스러웠으며, 무엇보다 지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이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되자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봉 감독 영화 중 단연코 최고"라는 호평이 있는가 하면 "심각하게 실망스럽다"라는 혹평도 나왔습니다. 아르떼는 <미키17>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전달하기 위해 릴레이 리뷰를 게재합니다.세계적인 거장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2019)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시상식(2020)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 4관왕이 됨으로써 세계영화사를 새로 썼다. 이후 6년 만에 영화 <미키17>(2025)을 지구촌에 펼쳐놓았다. 한국 영화의 자부심이 된 봉 감독의 새로운 영화에 대한 한국 관객의 기대와 세계적인 관심에 부응한 듯, 막대한 할리우드 자본으로 의미 깊은 영화가 우리 앞에 진격한 것이다.지구인들이 외계 행성 니플하임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2054년을 배경으로, 다른 사람들과 달리 변변한 기술이 없던 미키 반스(로버트 패틴슨)는 사채업자를 피해 무조건 지구를 떠나야 했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잘 읽어보지도 않고 ‘익스펜더블’에 자원해서 니플하임행에 탑승한다. 그런데 ‘익스펜더블’은 로봇이 하던 위험한 실험을 진짜 인간이 대신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죽게 되면 휴먼프린팅 기계에서 다시 육체가 태어나고 그간의 기억은 머릿속에 이식되는 것이다.<미키17>은 그동안 만들어졌던 봉준호 영화의 색깔과 인장이 겹겹이 들어 있으면서도 새롭게 변주됐다. 지구 밖으로 튀어 나간 이 SF는 처음부터 외계 행성에서 시작하는 에드워드 애쉬튼의 소설 『미키7』과는 달리 사업 실패로 한국 사회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다는 채권추심원에게 시달리
2011년 4월의 어느 화창한 봄날,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는 영국 왕실의 주인이 되는 윌리엄 왕세자 커플의 성대한 결혼식이 열렸습니다.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세기의 이벤트에서 하이라이트는 단연 신부의 웨딩드레스였습니다. 최고의 패션 명가들이 웨딩드레스를 만들기를 원했지만, 영국 왕실의 선택은 여성 디자이너 사라 버튼이었습니다.세계적 명품 패션하우스는 여성복이 메인임에도 디자인을 책임지는 수장들은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습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고급 패션계 역시 아직도 여성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유리천장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사라 버튼은 여성을 수장으로는 좀처럼 배출하지 않는 세계 럭셔리 패션업계에서 독보적인 서사를 쓰고 있는 여성 디자이너입니다. 알렉산더 맥퀸에서 거의 30년간 일했고, 알렉산더 맥퀸 사후에는 디자인을 총괄하며 브랜드를 한층 더 대중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인물입니다. 2024년 그녀가 알렉산더 맥퀸을 떠나 지방시로 이적한다는 소식은 패션계 최대 화제였습니다. 1996년 인턴으로 입사한 그녀는 알렉산더 맥퀸보다 더 알렉산더 맥퀸의 정체성을 상업적으로 강력히 구축한 페르소나였으니까요.드디어 그녀가 수장이 된 지방시의 새로운 패션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방시는 그녀의 데뷔 무대 직전 무려 1,600만 명이 넘는 팔로워가 있는 공식 인스타그램의 기존 게시물을 전부 지워서 게시물을 0으로 만들었습니다. 그간 지방시의 과거 패션과는 완전히 다른 사라 버튼만의 새로운 패션 역사를 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입니다.지난 3월 11일 파리에서 열린 그녀의 첫 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