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전대 영향 주시…"검사정권 야욕에 맞서야" 비난도
박용진 "정치탄압이라면 싸워야겠지만…" 사법리스크 가능성 부각
전대 목전, 김혜경 조사에…친명 "정치보복" 비명 "당에 부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경찰에 출석하자 당내에서는 이를 둘러싼 계파 간 온도 차가 감지됐다.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선출을 닷새 앞둔 미묘한 시점에 김 씨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지자 이번 사안이 8·28 전당대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 후보는 김 씨의 경찰 출석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김 씨 측 명의로 이 후보의 의원실 페이스북을 통해 "법인카드 사용 여부를 몰랐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경찰이 소환조사까지 하는 것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대응은 측근의 도덕성과 직결된 김 씨의 경찰 조사라는 악재가 이 후보의 전대 레이스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선 기간 불거졌던 사법 리스크가 뒤늦게 이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만큼 이 후보의 행보와 김 씨의 경찰 출석은 무관하게 보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친명(친이재명)계는 이날 김 씨를 소환한 경찰을 강하게 비난하며 사실상 엄호에 나섰다.

이 후보가 상대인 박용진 후보를 압도하며 사실상 친명계 중심의 지도부 출범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야당을 향한 정권의 탄압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고 강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박찬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검찰공화국의 정치보복이 본격화했다"라며 "전대를 5일 앞두고 야당 당 대표 후보의 가족을 소환하는 검사 정권의 야욕에 결연히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반대로 비명(비이재명)계는 이 후보에게 제기됐던 사법 리스크의 현실화 우려에 초점을 맞추는 듯한 모습이다.

이는 이 후보가 지역 경선을 싹쓸이하며 승부가 기운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김 씨의 경찰 출석이 전대 막판 극적인 변수가 될 가능성과도 맞물려 있다.

특히나 전대 결과에 30%가 반영되는 대의원 표심의 전략적 선택에 기대를 거는 박 후보로서는 이번 사안을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면도 있다.

박 후보는 KBS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나와 "제가 잘 모르는 사안이라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이것이 정치탄압이라면 맞서 싸워야 한다"면서도 "이런 문제들이 민주당의 부담으로 남을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야당을 상대로 한 정권 탄압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으나, 전대를 앞두고 이 후보의 약점인 사법 리스크를 우회적으로 부각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