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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 형만한 아우없다는데…현대차 대신 기아에 베팅한 개미들
개인투자자들이 애플카의 '신기루'가 걷힌 기아를 다시 사들이고 있습니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중장기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에서 낙폭이 과하다는 판단에서 입니다.

특히 개미들은 올 하반기 '맏형'인 현대차 대신 기아를 택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 1일 이후 기아를 622억원 순매수(22일 기준)했습니다. 상반기에 기아 주식 1398억원을 순매도하던 것과 다른 모습입니다. 반면 현대차를 팔아치우고 있습니다. 개인들은 상반기에만 5589억원어치 현대차 주식을 순매수했습니다. 7월부턴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하반기 개인들의 현대차 순매도 규모는 3516억원. 국내 증시에 상장된 종목 가운데 네번째로 가장 많이 판 주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맏형 대신 아우를 택하기 시작한 개미들의 선택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요? 기아의 투자 매력을 살펴봤습니다.

기아가 하면 달랐다

사람들은 기아를 '현대차의 동생'으로 부릅니다. 하지만 역사는 기아가 훨씬 길죠. 1944년 경성정공이 기아의 모태입니다.(경성정공은 삼천리자전거의 전신이기도 합니다) 1990년 기아자동차로 이름을 바꿨고 당시 기아자동차가 속한 기아그룹은 재계 8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우여곡절을 겪다가 결국 현대차에 인수됐고 그렇게 한지붕 두가족이 됐습니다.

[마켓PRO] 형만한 아우없다는데…현대차 대신 기아에 베팅한 개미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가 현대차나 기아나 똑같은 회사가 아니냐는 것입니다. 물론 차량의 골격인 프레임을 같은 체급끼리 공유하곤 합니다. 어차피 같은 그룹이니 뭐가 다느냐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두 회사는 가족보단 적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아가 신형 쏘렌토를 출시할 즈음에 현대차가 신형도 아닌 싼타페를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거나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뺏기지 않으면 빼앗기는 구조가 이들을 혈투의 장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아우로 불렸지만 기아는 현대차보다 혁신적인 실험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그룹의 수장이 된 정의선 회장도 기아의 혁신을 주도한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지난 2006년 기아자동차 수장에 오른 정의선 당시 사장은 위기에 빠진 기아차를 살리기 위해 ‘디자인 경영’을 화두로 제시했습니다. ‘디자인 경영’을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순혈주의 타파했습니다. 굳게 잠겼던 회사 빗장을 풀기 시작한 것입니다. 공전의 히트를 친 K5를 디자인한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한 것도 이 때입니다. 아우다의 감성이 물신 풍기던 K5는 다시는 오지 않을 중형 세단의 최고 전성기를 이끌었습니다. 스포티지, 쏘렌토, 카니발 등 지금은 대세가 된 SUV(RV) 차량의 시대를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엄지손가락을 상징하는 별도의 엠블럼이 장착된 모하비와 오피러스와 같은 멀티 브랜드 전략, K3-5-7-8-9로 이어지는 단순한 시리즈 차종명 역시 기아만의 성과입니다. 이후에도 기아는 현대차보다 디자인, 기능 등에서 과감한 실험을 해왔다고 평가받았습니다.

투자자들을 설레게 했던 애플카와의 협업설은 끝내 이뤄지진 않았지만 기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한 해프닝으로 꼽힙니다. 물론 주주들은 악몽에 시달려야했습니다. 2020년 말 '애플카' 이슈는 기아 주가를 2배가량 수직상승시켰지만 뒤늦게 올라탄 개미들은 크게 물려있었습니다.
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사상 최대 실적에도 피크 아웃 우려없다?

투자자들이 악몽을 떨쳐내고 기아를 다시 찾기 시작한 것인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어서입니다. 기아는 지난 2분기 매출 21조8760억원, 영업이익 2조234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마켓PRO] 형만한 아우없다는데…현대차 대신 기아에 베팅한 개미들
통상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이후 시장에는 피크 아웃(고점 통과) 우려가 팽배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아직 걱정인형을 꺼낼 때는 아니다(유안타증권)', 'Peak-Out 우려 종식 중(다올투자증권)' 등의 보고서를 내며 시장을 안심시켰습니다. "연식 변경을 통한 가격 상승을 통해 원재료 부담을 대부분 상쇄하며 수익성을 방어할 전망"이란 이유도 덧붙여졌습니다. 원재료 상승이란 시장의 악재를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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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망도 밝습니다.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인해 국내외 대기 수요가 충분히 남아있다는 게 자신감의 이유입니다. 그간 이익을 갉아먹던 미국 시장에서의 과도한 인센티브 정책도 수요가 폭증하면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채 유지되고 있습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지난달 인센티브가 10~20달러 정도 상승하긴 했지만 한 때 4000달러까지 치솟았던 인센티브가 1000달러까지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센티브는 전례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플레 감축법은 단기 악재"

13년 만에 최대치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도 기아를 비롯한 완성차업체에는 호재입니다. 신진호 마이다스자산운용 대표는 "환율이 너무 유리한 상황인데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만큼 제품에 가격을 전가할 수 있는 기업이라 앞으로 좋아지는 그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불거진 인플레이션 감축법도 단기 악재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이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현재 전기차를 수출해 판매하는 현대기아차에겐 악재일 수 밖에 없습니다. 현대차가 조지아주에 건설하려는 전기차 전용을 조기에 완공하겠다는 처방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연간 30만대 규모로 지어질 공장에선 초기에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가 혼류 생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 대표는 "보조금이 있으면 좋겠지만 제품만 좋다면 인센티브 등을 통해 커버가 가능한 수준으로 장기 성장 가능성이 훼손됐다고 보긴 어렵다고"고 밝혔습니다.

그래도 형만한 아우 없다?

현대차 아이오닉6
현대차 아이오닉6
다만 현재 기아의 주식으로서의 가치가 '형님 현대차'보다 매력적인 가에 대해선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상당합니다. 파격을 주도해온 과거 기아의 모습과 달리 제네시스라는 고급브랜드를 장착, 아이오닉6 등의 제품 경쟁력이 높은 신차를 쏟아내고 있는 현대차에 비해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분석입니다. 정용진 연구위원은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아주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동일하기 때문에 유사한 주가그래프를 유지해왔다"면서도 "제네시스 브랜드를 비롯해 아이오닉으로 전기차 점유율을 확대해가는 속도, 공유 경제 등 현대차가 선도해가는 다양한 혁신의 모습들이 기아에 비해 현대차를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요인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기아 프로필(8월23일 종가기준)
현재 주가:
7만7400원
PER(12개월 포워드): 5.92배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7조9095억원
목표주가: 11만원(7개월 전)→12만원(현재)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