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차에 접어든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내홍을 수습하고 지지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쇄신'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지난주 비대위 구성을 완료한 주 위원장은 22일 오전 첫 일정으로 현충원 참배 후 국회에서 비대위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는 김석기 신임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들까지 모두 참석해 주호영호(號)의 출항을 알렸다.

집권 초반 여당 지도부가 붕괴한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비교적 속도감 있게 리더십 공백을 메웠다고 평가되지만, 비대위 체제가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제기한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앞둔 데다가 그에 따른 당내 분열상도 고조되는 형국이어서다.

우선 주 위원장을 정점으로 한 비대위는 최고의결기구로서 대선 이후 여권 지지율 급락 사태를 초래한 '집안싸움'을 봉합하고 민심을 회복하기 위한 쇄신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 위원장은 앞서 '관리형 혁신 비대위'로 항로를 정의한 바 있다.

내부 갈등을 안정적으로 수습하는 동시에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정 지지율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주호영號 '혁신·반성' 행보 시동…당내 '이준석발' 잡음 지속
주 위원장이 지휘봉을 잡은 국민의힘은 이날 하루 '혁신과 반성' 메시지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당 혁신위원회(위원장 최재형 의원)는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1호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천 개혁에 관련한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 위원장이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이 전 대표 시절 출범한 혁신위는 해산 요구에 직면했다가 주 위원장의 지원사격으로 동력을 되찾았다.

저녁에는 중앙당 윤리위원회가 회의를 열고 김성원 의원의 수해봉사 현장 '실언'에 대한 징계 개시 여부를 논의한다.

재선의 김 의원은 주 위원장의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내는 등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자신의 측근에 대해서도 공정한 절차를 밟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그동안 국민의힘이나 보수진영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의제들이 대거 거론된 것도 일종의 변화를 다짐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엄태영 비대위원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및 전통시장·골목상권 보호를 주장하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추진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친기업' 성향으로 여겨지는 보수정당에서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또 최재민·이소희 비대위원은 청년과 장애인, 지방 등 입법·정책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주호영號 '혁신·반성' 행보 시동…당내 '이준석발' 잡음 지속
주 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선임 문제에 일제히 목소리를 낸 것도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민주당을 향해 문재인 정부 지난 5년간 특별감찰관을 공석으로 비워둔 데 대해 먼저 사과하고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동시 진행할 것을 요구하는 등 여러 전제 조건이 따라붙긴 했지만, 여당 지도부에서 공식적으로 언급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정부 들어 민정수석실이 폐지되며 대통령 배우자와 친인척, 측근 등에 대한 감시 기능이 공백 상태라는 비판 여론이 나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해석된다.

비대위의 이런 쇄신 드라이브에는 이준석 전 대표와 윤핵관 간 충돌에 따른 당 안팎의 잡음에서 벗어나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어떤 형태든 잡음을 피할 수 없다면 최소한 '발전적 잡음'이 낫지 않겠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이날도 이 전 대표가 촉발한 내홍을 두고 여론이 둘로 나뉘어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경찰 내부에서 윤핵관이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예상하던 일이지만 증언까지 나오니 황당하다"며 "경찰에 압박하는 윤핵관으로 분류하는 특정 국회의원이면 여러 사람 떠오르지 않는다"고 적었다.

경찰 간부 출신이자 최근 자신과 설전을 벌이고 있는 이철규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은 오전 CBS 라디오에 나와 "그 의원 분(이철규)을 보면서 교보재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나중에 기성 정치인이 된다면 저런 식의 정치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반면교사로 보고 있다"며 가세했다.

이 의원은 최근 김 전 최고위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판사 출신인 전주혜 비대위원은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잘라 말했다.

내년초 전대 개최 시 이 전 대표의 재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당대회 시기가 1월 말~2월 초라고 가정하더라도 후보 등록은 12월이기 때문에 (이 전 대표의) 출마는 물리적으로 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을지연습 재개와 관련해 "나라가 정상화 과정을 거치고 있어 참 다행"이라며 "당내 내부 분란 세력들도 정리돼 대한민국이 평온해졌으면 한다"고 언급해 양측에 자중을 당부했다.

차기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해 4월 원내대표 됐을 때, 우리 당 지지율이 20%대였는데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며 "당대표가 된 후 1년만 지나면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 할 것"이라고 적었다.

당초 조기 전대론을 주장했던 김 의원은 내년 초 전대 개최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비대위 지도부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