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하지?] 100년 전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 군산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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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도시 군산
대한제국은 1899년 군산항을 외국에 개방했다. 교역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일본은 그 기회를 침략에 이용했다. 당시 일본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쌀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전라도는 예로부터 쌀이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었고, 군산은 이 지역의 쌀을 일본으로 가져가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있었다. 일본 상인과 은행들이 앞다퉈 군산에 몰려들었다. 일본인들은 군산에 진출한 일본 은행에서 돈을 빌려 전라도 일대의 땅을 사들였고, 그 땅에서 나온 쌀을 자국으로 가져가 팔았다.자연히 군산항 일대엔 은행, 미곡취인소(쌀과 곡식을 사고파는 곳), 세관(수출·수입에 관련된 일을 하는 공공기관) 등이 생겨났다. 우체국과 전기 회사가 들어섰고 학교, 유치원, 도서관도 지어졌다. 비록 식민 지배의 도구였지만, 현대적인 건물이 들어서면서 군산은 우리나라의 다른 어느 곳보다 세련된 도시로 변해 갔다.
군산에 남은 100년의 흔적
1945년 8월 일본이 패망(전쟁에 져서 망함)하자 일본인들은 황급히 자국으로 돌아갔다. 모든 것을 군산에 남겨둔 채로. 그들이 두고 간 것은 우리에겐 아픈 역사의 흔적이지만, 보존하고 기억해야 할 가치도 있었다.일본이 쌀을 실어 가던 부둣가에서 육지 쪽으로 불과 150m 떨어진 곳에 예스러운 건물이 있다. 군산근대미술관이다. 원래 이곳은 일본인 지주들에게 돈을 빌려주던 일본 18은행 군산지점이었다. 당시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외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내부를 미술관으로 개조했다.
군산근대미술관 바로 옆에는 카페 간판이 붙은 아담한 2층 건물이 있다. 건물 앞에 작은 안내판이 있어 읽어봤다. 1930년대 군산에 진출한 일본 무역 회사가 쓰던 건물이라고 한다. 카페에서 나와 왼쪽으로 2~3분 걸어가면 군산근대건축관이 나온다. 이곳은 일제가 세운 중앙은행인 조선은행 군산지점이었다. 1930년대 군산 거리를 가득 채웠던 옛 건축물들의 발자취가 전시돼 있다.
통합권 한 장으로 주요 시설 관람
오랜 시간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까. 군산에는 유명한 영화 촬영지가 많다. 히로쓰 가옥에선 ‘장군의 아들’과 ‘타짜’의 일부 장면을 촬영했다. 히로쓰 가옥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엔 초원사진관이 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다. 이름은 사진관이지만 실제 사진관은 아니고 영화 촬영을 위해 세웠다가 남겨 둔 것이다.박물관 통합권을 구입하면 군산근대역사박물관과 근대미술관, 근대건축관, 군산 3·1운동 100주년 기념관 등을 한꺼번에 관람할 수 있다. 통합권 가격은 성인 2000원, 청소년(만 13~18세) 1000원, 어린이(만 12세 이하) 500원이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내부 공사 중이어서 올해 말까지 관람할 수 없다. 히로쓰가옥과 초원사진관은 무료로 입장 가능하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군산 서쪽 끝 비응항에 들러 넓은 바다를 보고 오는 것도 좋다.
by 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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