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尹-의장단 만찬서 김의장 제안에 공감대…독일의회 모델, '한국판 원로협의회' 연금개혁 등 쟁점현안·법안 물밑조율…국무위원 포함 '여야정 기구'로 확대 가능성도 주호영 "잘 가동되길 바라는 마음 굴뚝…강경파에 눌리면 성공 어려워"
9월 정기국회를 즈음해 여야를 아우르는 중진협의체를 가동하는 방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 국회의장단 만찬에서 공감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내 중진과 원로들이 나서서 꽉 막힌 교착 상황을 뚫고 정치를 복원하자는 차원으로, 여소야대 국면에서 하나의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여야 중진협의체 구성 문제는 지난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3시간가량 진행된 윤 대통령과 국회의장단간 만찬에서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김진표 국회의장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거론,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여야 모두 팬덤정치의 영향으로 극단화한 탓이 크고 정치 경험이 많은 중진들에게 역할을 주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진단하면서 중진협의회 설치를 제안했다고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한 바 있다.
김 의장의 제안은 교섭단체 중진모임인 원로협의회가 쟁점법안이나 이견 있는 안건을 조정하고, 의회 구성원들은 그 합의사항을 존중하는 문화가 확립된 독일 연방의회를 롤모델로 한 것이다.
"여야 중진협의회에서 숙의를 통해 갈등을 중재하고 권고안을 제시하면 현안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김 의장의 설명이었다.
이러한 제안에 대해 당시 만찬 참석자들은 "좋은 생각"이라며 호응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21일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참 좋은 생각인 것 같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 협의회에 국무위원도 참석시켜 달라는 요청에도 윤 대통령은 "좋은 방안 같다"며 "독일의 현안조정회의 때에도 필요한 국무위원들이 출석해 토론하는 만큼 그렇게 참여하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김 의장이 이날 오후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했다.
이와 관련, 중진협의체가 향후 여야정 협의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만찬 중에 여야 중진협의체에 대한 언급은 연금·노동·교육 등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3대 개혁 등과 관련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연금·노동 개혁이란 미래 세대를 위해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정치가 여러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
국회 논의도 경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장은 중진협의체가 필요해지는 경우로 앞선 '검수완박 입법'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그는 "원내대표단의 합의로 제대로 풀어내지 못해 국회가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중진협의회에서 충분히 토론하고 필요한 국무위원과 대책도 협의해서 권고안을 공고하면 여론상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찬에)가기 전에 부의장 두 분과 의논했더니 대찬성이었다"며 "다녀와서 원내대표들과도 논의했더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여야 중진협의체는 정의화 국회의장 시절인 지난 2014년 국회 규정에 그 설치 근거가 마련된 제도이나, 그동안 사문화되다시피 했다.
국회의장단 3명과 여야 5선 이상 중진,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하고, 현안에 따라 필요시 국무위원도 참석하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김 의장은 이와 관련 "원칙적 대상은 4선 이상으로 하되, 처음에는 5선부터 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야가 5선이 6명씩 동수이기 때문"이라며 "거기에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필요할 때는 민생현안을 다루는 상임위원장 등이 참석해서 토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1대 국회 후반기 현재 여야 당적을 보유한 5선 이상 의원은 국민의힘 김영선 서병수 정우택 정진석 조경태 주호영, 민주당 박병석 변재일 설훈 안민석 이상민 조정식 등 각각 6명이다.
마찬가지로 5선인 김 의장은 국회법상 '무소속' 상태다.
이르면 9월 정기국회 시작 전에 중진협의체 구성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의장은 중진협의체가 올 정기국회에서 가동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정기국회라도 당연히 시작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미 국회 사무처에서는 중진협의체 가동을 위한 실무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현재 국회 운영위에도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다만 여야 각 당 내부 사정이 복잡한데다 여야간 첨예한 대치 국면 속에서 '중재자'를 자임할 중진 그룹에 얼마나 힘이 실릴지는 불투명한 만큼, 실제 상설화 및 활발한 운영 여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KBS에 출연, "여당으로서 협의체가 잘 가동되길 바라는 마음이 굴뚝같다"면서도 "중진들이 강경파에 눌려서 제대로 소신을 관철하지 못하면 협의체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주 위원장은 특히 "민주당이 그런 것을 극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여야 모두에서 '팬덤 정치' 현상이 갈등이 증폭시킨다는 지적에 공감대를 표하며 "툭하면 마비되는 국회의 운영도 국회의장단과 교섭단체라는 현재의 제도만으로는 더욱 한계가 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일부 정치인이 자기정치를 위해 팬덤으로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을 왜곡시키는 현상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중진협의체가) 대한민국 정치의 안정화를 위한 좋은 시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