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임윤찬, 품격의 김선욱이 들려준 최상의 멘델스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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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김선욱 지휘로 임윤찬·KBS교향악단 협연
음악 몰입한 임윤찬의 순수한 천재성 빛나…기획·연주 시너지 드러난 무대 멘델스존 협주곡의 마지막 음이 울리고 열화와 같은 갈채가 쏟아졌다.
큰형님 같은 미소로 지휘자 김선욱 또한 임윤찬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어찌 보면 '작은' 작품이요, 베토벤, 쇼팽,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등의 압도적인 화려함에 비하면 단정한 협주곡이었지만, 임윤찬이 끌어낸 음악은 상상 이상이었다.
마치 모차르트와 쇼팽과 리스트의 중간 어디쯤에서 새로 찾아낸 음악인 듯 임윤찬의 피아노는 명징함과 섬세함과 맹렬함을 동시에 들려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멘델스존이었다.
아주 새롭고 싱싱한 멘델스존 말이다.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의 멘델스존 교향곡 제4번' 공연은 작곡가 멘델스존과 코른골트를 주제로 열린 음악 축제 '클래식 레볼루션 2022'의 일환이었다.
협연자로 나선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자 임윤찬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공연장은 만석이었고 연주는 예정보다 5분가량 지연되었다.
1부는 코른골트의 '연극' 서곡으로 열렸다.
신동 코른골트가 불과 열네 살의 나이에 작곡한 이 작품에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풍의 밝고도 풍성한 울림,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이 인상적으로 펼쳐진다.
지휘자로 무대에 선 김선욱은 화려하고 유려한 작품의 색채와 음향적 질감을 자연스럽게 살려냈다.
지휘자로서 데뷔 무대에 선 지 일 년 반, 한층 안정되고 균형 잡힌 모습이었다.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슈만이나 쇼팽 등의 협주곡에 비해서 오늘날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지 않다.
규모가 단출하고, 낭만적 색채보다는 고전적 형식미를 앞세우는 면 때문이다.
그러나 멘델스존의 음악은 절제미와 품격, 싱싱한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화려한 외향성과 독일 특유의 무거운 내향성, 어디로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이 작품의 독특한 가치이자 매력이다.
임윤찬은 1악장부터 천재성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가장 순수한 천재성은 음악 안으로 몰입하는 힘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곡 안으로 단번에 '진입한' 그는 강렬한 타건으로 멘델스존에 덧입혀져 있는 귀공자 같은 이미지를 벗겨 버리고, 음악적 판타지로 가득한 젊은 청년을 불러냈다.
임윤찬의 연주는 정확하면서도 생동감과 자유로움이 가득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강렬한 임팩트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았다.
2악장은 멘델스존 음악의 핵심적 요소라 할 수 있는 코랄풍의 경건함이 드러나 있는 내면적인 악장이다.
2악장으로 들어서면서 임윤찬의 호흡은 이미 차분하게 바뀌어 있었다.
톤과 색깔 또한 코랄의 그것이었다.
김선욱이 이끄는 KBS 관현악단은 나직한 목소리로 뒤로 물러났다.
마치 피아노와 함께 건반의 피아니시모 영역을 탐구하겠다는 듯, 피아노는 고백적이었고, 관현악 반주는 섬세하고 예민했다.
근래 들어 이처럼 밀도 있는 2악장이 또 있었을까 싶을 만큼 훌륭한 앙상블이었다.
축제적인 3악장에서는 독주자와 악단이 완벽한 호흡으로 완급의 묘를 잘 드러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기교적으로도 훌륭했지만,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는 부분을 다채롭고 맛깔스럽게 끌어가는 능력이 대단했다.
김선욱과 KBS교향악단도 집중력을 발휘하여 작품이 펼쳐놓는 음의 장식을 가볍고 유쾌하게 전달했다.
앞으로 임윤찬이 이 작품을 녹음한다면 아마도 같은 곡의 레퍼런스가 될 수도 있겠다고 느껴질 만큼 뛰어난 연주였다.
1부의 앙코르로 임윤찬은 모차르트의 연탄을 위한 소나타 다장조 KV 521의 2악장, 멘델스존의 환상곡 작품 28을 선보였다.
김선욱은 모차르트를 임윤찬과 함께 연주하여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김선욱의 '이탈리아' 교향곡 또한 호연이었다.
이탈리아의 '음향적 이미지'를 네 개의 악장에 선명하게 담아내야 하는 '과제'를 김선욱과 KBS교향악단은 훌륭하게 수행했다.
지휘자로서의 음향적 민감성과 통솔력이 돋보인 무대였다.
1부에서는 피아니스트로서의 경험이 임윤찬을 배려하고 지원하는 세심함으로 나타났다면, 2부에서는 시원한 목관의 울림이 인상적인 1악장에서는 고음역의 명징함을 강조하고, 2악장은 더블 리드 목관악기들이 이끄는 다소 엄격한 단조 선율과 플루트 등이 이끄는 가벼운 장조 선율, 클라리넷이 이끄는 경건한 선율 등이 모두 개성 있게 표현되었다.
3악장의 트리오에서 등장하는 따사로운 호른도 아주 훌륭했다.
다만 4악장의 주제인 타란텔라 리듬이 현악기군에서 다소 약하게 재현되어 충분히 부각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클래식 레볼루션 시리즈는 매년 특정 작곡가를 선정하여 그 작품 세계를 폭넓게 조망해왔다.
이러한 기획의 의미 또한 충분히 강조되어야 한다.
훌륭한 연주와 뜻깊은 기획이 뚝심 있게 이어지면 그것이 결국 수준 높은 감상 문화를 가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호기심에 임윤찬과 김선욱을 보러 왔더라도 마침내 코른골트와 멘델스존을 만나고 기억하게 된다.
이번 공연이 관객들에게 그런 경험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연합뉴스
음악 몰입한 임윤찬의 순수한 천재성 빛나…기획·연주 시너지 드러난 무대 멘델스존 협주곡의 마지막 음이 울리고 열화와 같은 갈채가 쏟아졌다.
큰형님 같은 미소로 지휘자 김선욱 또한 임윤찬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어찌 보면 '작은' 작품이요, 베토벤, 쇼팽,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등의 압도적인 화려함에 비하면 단정한 협주곡이었지만, 임윤찬이 끌어낸 음악은 상상 이상이었다.
마치 모차르트와 쇼팽과 리스트의 중간 어디쯤에서 새로 찾아낸 음악인 듯 임윤찬의 피아노는 명징함과 섬세함과 맹렬함을 동시에 들려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멘델스존이었다.
아주 새롭고 싱싱한 멘델스존 말이다.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의 멘델스존 교향곡 제4번' 공연은 작곡가 멘델스존과 코른골트를 주제로 열린 음악 축제 '클래식 레볼루션 2022'의 일환이었다.
협연자로 나선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자 임윤찬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공연장은 만석이었고 연주는 예정보다 5분가량 지연되었다.
1부는 코른골트의 '연극' 서곡으로 열렸다.
신동 코른골트가 불과 열네 살의 나이에 작곡한 이 작품에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풍의 밝고도 풍성한 울림,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이 인상적으로 펼쳐진다.
지휘자로 무대에 선 김선욱은 화려하고 유려한 작품의 색채와 음향적 질감을 자연스럽게 살려냈다.
지휘자로서 데뷔 무대에 선 지 일 년 반, 한층 안정되고 균형 잡힌 모습이었다.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슈만이나 쇼팽 등의 협주곡에 비해서 오늘날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지 않다.
규모가 단출하고, 낭만적 색채보다는 고전적 형식미를 앞세우는 면 때문이다.
그러나 멘델스존의 음악은 절제미와 품격, 싱싱한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화려한 외향성과 독일 특유의 무거운 내향성, 어디로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이 작품의 독특한 가치이자 매력이다.
임윤찬은 1악장부터 천재성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가장 순수한 천재성은 음악 안으로 몰입하는 힘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곡 안으로 단번에 '진입한' 그는 강렬한 타건으로 멘델스존에 덧입혀져 있는 귀공자 같은 이미지를 벗겨 버리고, 음악적 판타지로 가득한 젊은 청년을 불러냈다.
임윤찬의 연주는 정확하면서도 생동감과 자유로움이 가득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강렬한 임팩트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았다.
2악장은 멘델스존 음악의 핵심적 요소라 할 수 있는 코랄풍의 경건함이 드러나 있는 내면적인 악장이다.
2악장으로 들어서면서 임윤찬의 호흡은 이미 차분하게 바뀌어 있었다.
톤과 색깔 또한 코랄의 그것이었다.
김선욱이 이끄는 KBS 관현악단은 나직한 목소리로 뒤로 물러났다.
마치 피아노와 함께 건반의 피아니시모 영역을 탐구하겠다는 듯, 피아노는 고백적이었고, 관현악 반주는 섬세하고 예민했다.
근래 들어 이처럼 밀도 있는 2악장이 또 있었을까 싶을 만큼 훌륭한 앙상블이었다.
축제적인 3악장에서는 독주자와 악단이 완벽한 호흡으로 완급의 묘를 잘 드러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기교적으로도 훌륭했지만,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는 부분을 다채롭고 맛깔스럽게 끌어가는 능력이 대단했다.
김선욱과 KBS교향악단도 집중력을 발휘하여 작품이 펼쳐놓는 음의 장식을 가볍고 유쾌하게 전달했다.
앞으로 임윤찬이 이 작품을 녹음한다면 아마도 같은 곡의 레퍼런스가 될 수도 있겠다고 느껴질 만큼 뛰어난 연주였다.
1부의 앙코르로 임윤찬은 모차르트의 연탄을 위한 소나타 다장조 KV 521의 2악장, 멘델스존의 환상곡 작품 28을 선보였다.
김선욱은 모차르트를 임윤찬과 함께 연주하여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김선욱의 '이탈리아' 교향곡 또한 호연이었다.
이탈리아의 '음향적 이미지'를 네 개의 악장에 선명하게 담아내야 하는 '과제'를 김선욱과 KBS교향악단은 훌륭하게 수행했다.
지휘자로서의 음향적 민감성과 통솔력이 돋보인 무대였다.
1부에서는 피아니스트로서의 경험이 임윤찬을 배려하고 지원하는 세심함으로 나타났다면, 2부에서는 시원한 목관의 울림이 인상적인 1악장에서는 고음역의 명징함을 강조하고, 2악장은 더블 리드 목관악기들이 이끄는 다소 엄격한 단조 선율과 플루트 등이 이끄는 가벼운 장조 선율, 클라리넷이 이끄는 경건한 선율 등이 모두 개성 있게 표현되었다.
3악장의 트리오에서 등장하는 따사로운 호른도 아주 훌륭했다.
다만 4악장의 주제인 타란텔라 리듬이 현악기군에서 다소 약하게 재현되어 충분히 부각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클래식 레볼루션 시리즈는 매년 특정 작곡가를 선정하여 그 작품 세계를 폭넓게 조망해왔다.
이러한 기획의 의미 또한 충분히 강조되어야 한다.
훌륭한 연주와 뜻깊은 기획이 뚝심 있게 이어지면 그것이 결국 수준 높은 감상 문화를 가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호기심에 임윤찬과 김선욱을 보러 왔더라도 마침내 코른골트와 멘델스존을 만나고 기억하게 된다.
이번 공연이 관객들에게 그런 경험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