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위원회 정비안…환경부 "범정부 차원, 실질 변화 없어"
"기후변화로 물관리 중요성 커지는데…대통령이 관심 둘 일 아니란 건가"
文정부 때 만든 국가물관리위 소속 대통령→총리…위상 낮아진다
물 관련 최상위 국가기관인 국가물관리위원회 소속이 대통령에서 국무총리로 변경된다.

기후변화로 국가적 물관리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위원회 위상을 낮추는 것이 적절한지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환경부 소속 위원회 정비계획에 따르면 환경부는 물관리기본법을 개정해 국가물관리를 '대통령 소속'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바꿀 방침이다.

물관리기본법은 물관리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국가물관리위를 대통령 소속으로 두도록 규정한다.

국가물관리위 소속 변경을 비롯한 환경부 위원회 정비는 국정과제(유연하고 효율적인 정부 체계 구축)에 따라 추진되는 대규모 정부 위원회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대통령실은 현재 22개에 이르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를 3분의 2가량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는 국가물관리위 소속 변경으로 실질적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법에는 정부 측 위원장을 총리가 맡도록 명시됐는데 위원회 소속이 바뀌면서 위원장도 장관으로 급이 낮아질 가능성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총리로) 유지되리라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가물관리위 소속을 바꾸는 이유가 명확지 않단 지적에 "범정부 위원회 정비 차원에서 행안부가 추진하는 것"이라면서 "(국가물관리위) 운영이 제대로 안 되는 등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文정부 때 만든 국가물관리위 소속 대통령→총리…위상 낮아진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8월 출범한 국가물관리위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등 국가 물 정책을 결정한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이에 맞춰 주요 국가하천별로 수립되는 '유역물관리종합계획'에는 치수 계획뿐 아니라 물을 어떻게 이용·배분할지와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를 조정할 방안 등이 담긴다.

수생태계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 방안도 포함된다.

위원회는 작년 1월 4대강 사업으로 금강과 영산강에 설치된 보를 해제·개방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주목받았다.

행안부 등은 국가물관리위를 자문기관으로 보지만 금강·영산강 보 해체·개방 결정과 같이 주요 정책을 정한다는 점에서 1기 위원을 지냈던 인사들은 '합의제 행정기관'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당연직 위원에 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8개 부처 장관이 포함된 점이나 '사무국' 격인 지원단이 있는 점, 최근 농민단체가 주요 물 수요자로서 국가물관리위 2기 위원에 농업계 인사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점도 위원회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운영·인식됨을 보여준다.

文정부 때 만든 국가물관리위 소속 대통령→총리…위상 낮아진다
국가물관리위 위원을 지낸 인사들은 소속 변경에 우려를 나타냈다.

첫 민간위원장이었던 허재영 전 충남도립대 총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위원회가 출범할 때도 소속을 대통령으로 할지 총리로 할지 논의가 활발했다가 물 문제에 여러 부처가 관련됐다는 점에서 (대통령 소속으로) 결정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속 변경은 위원회가 대통령 소속으로 할 일을 안 했는지 따져본 뒤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면서 "소속이 바뀌면서도 위원장이 장관급으로 바뀌면 부처 간 정책조정이 어려워져 결국 총리실이 나서야 할 텐데 그러면 소속을 변경하는 것이 무의미해진다"라고 지적했다.

허 전 위원장은 "위원회 소속을 대통령으로 둔다는 것에는 (위원회가 다루는 문제에) 대통령이 관심을 둔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라면서 "물관리가 대통령이 직접 관심 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집중호우로 수해가 발생한 것을 언급하면서 "물 재난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기후변화로 물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라면서 "국가물관리위에 권한을 더 줘야 할 상황인데 위상을 낮추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국가물관리위 간사를 지낸 염형철 사회적 협동조합 '한강' 대표는 위원회 위상이 낮아지면서 부처 간 정책조정이 안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소속 변경을 위한 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위원회가 '개점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염 대표는 "애초 물관리기본법을 만들어 국가물관리위를 출범시킨 더불어민주당이 법 개정에 반대해 (개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라면서 "(정부가) 국가물관리위 안정성을 흩트릴 때가 아니라 일을 해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국에 홍수가 나서 난리인데 위원회 소속 변경이나 추진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한심한 일"이라면서 "첫 4대강 물관리종합계획이나 신속히 수립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文정부 때 만든 국가물관리위 소속 대통령→총리…위상 낮아진다
치수계획 등이 담긴 4대강 물관리종합계획 수립은 지난 6월 법정기한을 넘기고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환경부가 4대강 유역위원회가 마련한 계획안 완성도가 떨어진다며 보완을 추진하는 사이 국가물관리위 위원 대부분이 임기가 끝나버렸고 유역위원회 위원들 임기종료도 코앞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르면 이달 내, 늦으면 내달 초 새 국가물관리위 위원을 위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편 환경부는 국립공원위를 '국가자연공원위'로 바꾸고 지질공원위의 심의사항을 이관하는 방안과 화학물질관리위를 화학안전위로 변경하고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 관리위' 기능을 이관하는 방안 등도 국가물관리위 소속 변경과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