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연말부터 일정 시작" 약 45일 소요 전망…1월말 염두?
김기현, '연말 전대' 선호…"새해에도 비정상적 지도부? 말 안돼"
연초 전대 시 이준석 출마 가능성도…전대 시기 등 놓고 尹心 향배도 주목
與 '조기전대론' 가라앉았지만…'연말 vs 연초' 물밑 신경전
비대위 체제를 끝내고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둘러싸고 여권 내에서 물밑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내달 1일 시작되는 정기국회 도중 전대를 치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에 따라 '9월 말 또는 10월 초' 조기 전대론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분위기이지만, 정기국회 종료 시점(12월 9일) 이후 연말과 내년초 사이를 놓고 셈법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전대 시점은 주호영호(號)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내내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당장 오는 25∼26일 열리는 연찬회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우선 비대위 지도부는 연말보다는 연초에 전대를 치르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기국회가 끝나야 권역별 토론회, TV토론회 등 전당대회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대위 내부적으론 전당대회 준비에만 45일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국회 후 이를 적용해 계산하면 전대 시기는 1월 하순 또는 말이 된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 9일 정기국회 종료 직후 곧바로 전대 준비에 돌입해도, 전당대회를 통한 차기 지도부 선출은 연초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2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토론회 등 전당대회 일정을 시작하는 시점은 연말이 될 것"이라며 "12월9일 정기국회가 끝나니까 그 후 스타트 하면 45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내에 새 대표를 뽑으려면 11월에 일정을 시작해야 하는데, 예산심사 등이 남아 있어 힘들다"고 말했다.

집권 후 첫 정기국회인 만큼 국정감사와 예산심사 등 국정운영에만 집중한 뒤 당권경쟁에 들어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연초 전대'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與 '조기전대론' 가라앉았지만…'연말 vs 연초' 물밑 신경전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국정감사와 정기국회를 제대로 잘 치른 뒤 전당대회는 그다음"이라며 지난 12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안 의원은 '연말'과 '연초' 중 구체적인 선호 시점을 밝힌 적은 없지만 정기국회 중 당권경쟁이 과열되는 데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당초 조기 전대론을 주장했던 김기현 의원은 내년 초까지 비대위 체제를 끌어선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전당대회 준비부터 새 지도부 선출까지 연내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연말을 넘겨 새해가 됐는데 아직도 집권여당이 비정상적인 지도부로 헤매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당의 메시지가 '갈 길을 못 찾고 있다'는 게 된다"며 "전당대회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與 '조기전대론' 가라앉았지만…'연말 vs 연초' 물밑 신경전
'연말'과 '연초'는 전당대회 날짜를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한 두 달 차이다.

그러나 전당대회 준비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따져보면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연내 전대는 권역별 토론회와 TV토론회를 포함한 전당대회 준비를 늦어도 11월께엔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년초 전대안은 12월 9일 정기국회 종료 후 전대 준비에 나선다는 안이다.

이처럼 전대 시기를 놓고 당내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는 전대를 언제 치르느냐에 따라 당권주자별 유불리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기현 의원의 경우 전대를 빨리 치를수록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원내대표로 활동하며 다져놓은 당심(黨心)을 십분 활용해 당권까지 거머쥐려는 포석이다.

당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 표심을 의식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과도 주파수를 맞추는 모습이다.

김 의원은 "우리 당에 친윤 아닌 국회의원은 없다.

반윤(반윤석열) 할 것 같으면 민주당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안 의원은 당권경쟁에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이런 안 의원의 입장이 대선 이후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내 세력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말이 나온다.

당내 의원들과 교류하고 당원들을 설득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록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 당권주자로 꼽히는 정진석 국회부의장이나 권 원내대표의 경우 연말 전당대회 시 전대 출마가 불투명할 수 있다.

정 부의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권 원내대표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일각에선 전대 시기가 내년으로 넘어간다면 당권주자군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의 차출설도 있다.

나경원 전 의원도 전대 출마를 계속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준석 전 대표도 내년 초엔 당원권 정지 6개월이 만료된다.

성상납 의혹을 둘러싼 경찰조사 결과에 따라 이 전 대표도 당권에 재도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의 향배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기와 주자간 유불리가 일정한 함수관계를 갖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는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당정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차기 당 대표가 누가 선출되느냐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향후 시기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친윤 그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윤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 문제에 있어 친윤 그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보다는 분화하는 형태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