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통큰치킨은 안 되고 당당치킨은 된다?…12년만에 확 바뀐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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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달리는 소비자들, 대형마트 초저가 치킨에 환영 일색
정치권까지 가세했던 12년 전과 분위기 달라…물가 안정이 화두
홈플러스가 선보인 6천원대 '당당치킨'이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유통업계에 '치킨게임' 경쟁이 뜨겁다.
12년 전 롯데마트가 출시해 큰 화제를 모았던 '통큰치킨'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끝에 일주일 만에 판매를 접었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교촌과 bhc 등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2만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 불매 움직임까지 일고 있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 1분에 5마리씩 팔리는 6천990원 치킨…일부 매장선 오픈런 현상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지난 6월 30일 판매를 시작한 '당당치킨'은 지금까지 40만 마리가 넘게 팔릴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1분에 5마리꼴로 팔렸다.
마리당 프라이드는 6천990원, 양념은 7천99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인기 요인이다.
최근 교촌, BBQ, bhc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잇단 가격 인상으로 배달료를 더한 주요 제품의 가격이 2만원을 훨씬 넘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저렴하면서도 맛이 괜찮은 대형마트 치킨을 선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이 인기를 끌자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을 선보이며 초저가 치킨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이마트는 지난달부터 1통에 9천980원인 '5분치킨'을 출시했고, 롯데마트도 1.5마리짜리 '한통치킨'을 일주일간 반값인 8천800원에 선보였다.
이마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달 18일부터 24일까지 마리당 5천980원인 후라이드 치킨을 판매 중이다.
종전에 판매하던 '5분치킨'과 같은 크기의 생닭이 원료지만 가격을 4천원이나 내린 것이다.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의 3분의 1 가격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올해 들어 각종 생활물가가 너무 올라 가뜩이나 지갑이 홀쭉해진 상황에서 2만원이 넘는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을 사 먹기 부담스러운데 대형마트의 초저가 치킨이 좋은 대안이기 때문이다.
주부 김희진(가명·41) 씨는 "초등학생인 애들이 치킨을 워낙 좋아하는데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은 가격이 너무 올라 자주 사 먹을 엄두가 안 난다"며 "대형마트 치킨은 가격이 절반 이하로 저렴한 데다 맛도 괜찮아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초저가 치킨이 고물가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오픈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매장마다 하루에 30∼50마리씩 한정 판매하고 있는데, 일부 매장에서는 판매 시작도 전에 줄이 길게 늘어서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12년 만에 다시 등장한 대형마트 초저가 치킨에 프랜차이즈 업계는 '벙어리 냉가슴'인 상황이다.
특히 홈플러스 관계자가 한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치킨을 팔아도) 안 남는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된다.
6천990원에 팔아도 남는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커졌지만 대놓고 비판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너무 비싸진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자칫 역풍이 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프랜차이즈 치킨 불매운동을 하자는 취지의 글과 포스터까지 올라오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와 대형마트는 유통구조가 다른데 초저가로 선보인 '미끼상품'을 선전하면서 마치 프랜차이즈 업계가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 12년 전 '통큰치킨'은 뭇매 맞았는데…고물가에 확 달라진 여론
이처럼 대형마트의 초저가 치킨이 소비자들의 폭발적 호응을 얻으면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가슴앓이'를 하는 상황은 12년 전과 대조된다.
2010년 12월 롯데마트가 처음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던 '통큰치킨'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끝에 일주일 만에 판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당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과 상생이 화두였던 시기라 롯데마트가 내놓은 5천원짜리 초저가 치킨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소비자들은 환영했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골목상권 침해'라며 강력 반발하고 정부까지 거들면서 롯데마트가 궁지에 몰렸다.
특히 정진석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의 비판 트윗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정 수석은 자신의 트위터에 "롯데마트는 튀김 닭 한 마리를 5천원에 판매 중"이라며 "생닭 한 마리당 납품가격이 4천200원, 튀김용 기름 밀가루 값을 감안하면 한 마리당 원가가 6천200원 정도인데, 결국 닭 한 마리당 1천200원 정도 손해를 보고 판매하는 것(인 만큼) 영세 닭고기판매점 울상 지을 만하다"고 썼다.
또 "대기업인 롯데마트가 하루에 닭 5천 마리 팔려고, 그것도 자신들이 매일 600만 원씩 손해 보면서 전국의 영세 닭고기 판매점 운영자 3만여명의 원성을 사는 걸까요"라며 "혹시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은 구매자를 마트로 끌어들여 다른 물품을 사게 하려는 '통큰 전략'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정 수석의 트윗 직후 롯데마트가 판매 중단 방침을 발표하면서 '통큰치킨'은 시판 일주일 만에 매대에서 사라졌다.
프랜차이즈 업계와 영세 자영업자의 반발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지만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 수석까지 비판에 가세한 것이 판매 중단의 결정적 배경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업계 전문가들은 '통큰치킨'이 출시됐을 때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상생이 화두였기 때문에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져 파장이 커진 측면이 있지만 '당당치킨'이 출시된 지금은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고물가로 인한 생활고가 가장 큰 화두여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초저가 치킨에 열광하는 현상을 막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에 시달리는 많은 소비자가 너무 비싸진 프랜차이즈 치킨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어서 대형마트가 출시한 초저가 치킨에 열광하는 것 같다"며 "정치권까지 나서 롯데마트를 비판했던 12년 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정치권까지 가세했던 12년 전과 분위기 달라…물가 안정이 화두
홈플러스가 선보인 6천원대 '당당치킨'이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유통업계에 '치킨게임' 경쟁이 뜨겁다.
12년 전 롯데마트가 출시해 큰 화제를 모았던 '통큰치킨'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끝에 일주일 만에 판매를 접었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교촌과 bhc 등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2만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 불매 움직임까지 일고 있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 1분에 5마리씩 팔리는 6천990원 치킨…일부 매장선 오픈런 현상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지난 6월 30일 판매를 시작한 '당당치킨'은 지금까지 40만 마리가 넘게 팔릴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1분에 5마리꼴로 팔렸다.
마리당 프라이드는 6천990원, 양념은 7천99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인기 요인이다.
최근 교촌, BBQ, bhc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잇단 가격 인상으로 배달료를 더한 주요 제품의 가격이 2만원을 훨씬 넘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저렴하면서도 맛이 괜찮은 대형마트 치킨을 선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이 인기를 끌자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을 선보이며 초저가 치킨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이마트는 지난달부터 1통에 9천980원인 '5분치킨'을 출시했고, 롯데마트도 1.5마리짜리 '한통치킨'을 일주일간 반값인 8천800원에 선보였다.
이마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달 18일부터 24일까지 마리당 5천980원인 후라이드 치킨을 판매 중이다.
종전에 판매하던 '5분치킨'과 같은 크기의 생닭이 원료지만 가격을 4천원이나 내린 것이다.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의 3분의 1 가격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올해 들어 각종 생활물가가 너무 올라 가뜩이나 지갑이 홀쭉해진 상황에서 2만원이 넘는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을 사 먹기 부담스러운데 대형마트의 초저가 치킨이 좋은 대안이기 때문이다.
주부 김희진(가명·41) 씨는 "초등학생인 애들이 치킨을 워낙 좋아하는데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은 가격이 너무 올라 자주 사 먹을 엄두가 안 난다"며 "대형마트 치킨은 가격이 절반 이하로 저렴한 데다 맛도 괜찮아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초저가 치킨이 고물가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오픈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매장마다 하루에 30∼50마리씩 한정 판매하고 있는데, 일부 매장에서는 판매 시작도 전에 줄이 길게 늘어서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12년 만에 다시 등장한 대형마트 초저가 치킨에 프랜차이즈 업계는 '벙어리 냉가슴'인 상황이다.
특히 홈플러스 관계자가 한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치킨을 팔아도) 안 남는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된다.
6천990원에 팔아도 남는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커졌지만 대놓고 비판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너무 비싸진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자칫 역풍이 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프랜차이즈 치킨 불매운동을 하자는 취지의 글과 포스터까지 올라오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와 대형마트는 유통구조가 다른데 초저가로 선보인 '미끼상품'을 선전하면서 마치 프랜차이즈 업계가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 12년 전 '통큰치킨'은 뭇매 맞았는데…고물가에 확 달라진 여론
이처럼 대형마트의 초저가 치킨이 소비자들의 폭발적 호응을 얻으면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가슴앓이'를 하는 상황은 12년 전과 대조된다.
2010년 12월 롯데마트가 처음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던 '통큰치킨'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끝에 일주일 만에 판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당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과 상생이 화두였던 시기라 롯데마트가 내놓은 5천원짜리 초저가 치킨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소비자들은 환영했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골목상권 침해'라며 강력 반발하고 정부까지 거들면서 롯데마트가 궁지에 몰렸다.
특히 정진석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의 비판 트윗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정 수석은 자신의 트위터에 "롯데마트는 튀김 닭 한 마리를 5천원에 판매 중"이라며 "생닭 한 마리당 납품가격이 4천200원, 튀김용 기름 밀가루 값을 감안하면 한 마리당 원가가 6천200원 정도인데, 결국 닭 한 마리당 1천200원 정도 손해를 보고 판매하는 것(인 만큼) 영세 닭고기판매점 울상 지을 만하다"고 썼다.
또 "대기업인 롯데마트가 하루에 닭 5천 마리 팔려고, 그것도 자신들이 매일 600만 원씩 손해 보면서 전국의 영세 닭고기 판매점 운영자 3만여명의 원성을 사는 걸까요"라며 "혹시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은 구매자를 마트로 끌어들여 다른 물품을 사게 하려는 '통큰 전략'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정 수석의 트윗 직후 롯데마트가 판매 중단 방침을 발표하면서 '통큰치킨'은 시판 일주일 만에 매대에서 사라졌다.
프랜차이즈 업계와 영세 자영업자의 반발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지만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 수석까지 비판에 가세한 것이 판매 중단의 결정적 배경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업계 전문가들은 '통큰치킨'이 출시됐을 때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상생이 화두였기 때문에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져 파장이 커진 측면이 있지만 '당당치킨'이 출시된 지금은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고물가로 인한 생활고가 가장 큰 화두여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초저가 치킨에 열광하는 현상을 막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에 시달리는 많은 소비자가 너무 비싸진 프랜차이즈 치킨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어서 대형마트가 출시한 초저가 치킨에 열광하는 것 같다"며 "정치권까지 나서 롯데마트를 비판했던 12년 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