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애애했던 3시간 만찬…尹 "엑스포 유치는 초당적 성취"
김의장 '개헌 결단' 요구…"여야중진협의체에 국무위원 참석"
대통령실-의장단 '상견례', 중식에 와인 1병반…"민생 힘든 때, 힘 합치자"
"경청하겠다, 도와달라" 협치 손 내민 尹…野 "야당과 소통해야"
"민생이 워낙 힘든 때인 만큼, 여야가 힘을 합쳐 어려움을 이겨나가야 합니다"(윤석열 대통령)
19일 저녁 용산 대통령실 청사. 윤석열 대통령과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단 만찬의 주된 주제는 역시 민생이었다.

윤 대통령이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회의 협조를 구하며 '거야'에 협치의 손을 내민 셈이다.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민심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한 연장선상에서 야당과의 협력을 모색함으로써 국정운영의 돌파구 마련에 나선 모양새다.

이에 따라 협치를 본격화하는 쪽으로 국정기조 변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날 만찬에는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진표 의장과 정진석·김영주 국회 부의장,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당장 내달 정기국회가 문을 여는 만큼 시급한 민생입법을 위한 여·야·정 협력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공개 모두발언에서부터 "다음 달 정기국회가 시작되는데 국민들께 국회와 정부가 민생을 위해서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는 모습을 함께 보여드렸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국회 협력을 당부했다.

이에 김 의장은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회와의 협치를 중시한다는 것을 국민들은 든든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여야가 합의해서 가장 급한 민생 문제는 먼저 해결하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경청하겠다, 도와달라" 협치 손 내민 尹…野 "야당과 소통해야"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대화 주제는 정치, 경제, 노동, 외교 분야로도 뻗어 나갔다.

윤 대통령은 "연금·노동 개혁이란 미래 세대를 위해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정치가 여러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

국회 논의도 경청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또한 "2030 엑스포 유치를 초당적으로 이뤄낼 수 있도록 (국회가) 도와달라. 야당도 '회원국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 달라"며 "엑스포 유치는 윤석열 정부의 실적이 아닌 초당적 성취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인 김영주 부의장은 윤 대통령에게 "나라가 잘되려면 거대 야당과 소통해야 한다.

야당 의원들도 많이 만나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아울러 김 부의장은 주 52시간 문제를 거론하면서 노동 유연성 문제는 노사정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이에 윤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표 의장은 '국민통합형 개헌'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에게 '결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회 관계자는 "여소야대 정국을 고려하면 개헌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아닌, 집권여당의 통합정치를 구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김 의장은 강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의장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지적하며 근본적 원인을 '팬덤 정치'로 꼽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치 경험이 많은 중진에게 역할을 주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며 여야중진협의회 설치를 제안했다.

김 의장은 이 협의회에 국무위원도 참가시켜달라고 윤 대통령에게 제안했으며, 이에 대해 윤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경청하겠다, 도와달라" 협치 손 내민 尹…野 "야당과 소통해야"
상견례 성격으로 열린 이날 만찬은 오후 6시부터 약 9시10분까지 190분 가량 이어졌으며, 시종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주 부의장은 "만찬 자리가 그냥 같은 당끼리 현안 협의하는 자리 같다"는 말을 농덤으로 던지기도 했다고 한다.

국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야당 참석자가 건의할 때마다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는 등 일단 화답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날 만찬 회동 시간은 지난 5월 24일 윤 대통령과 전반기 국회의장단의 만찬(2시간)보다 1시간가량 더 긴 것이다.

7명이 마주 앉은 만찬상의 메뉴는 중식이었으며 반주로는 와인과 맥주가 올랐다.

한 참석자는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술을 마실 새도 없었다.

일어날 때 보니 고작 와인 1병 반을 마셨더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