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부처간 세부 논의 본격화할 듯…주도권 놓고서는 '온도차' 보건복지부는 1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업무보고에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유보통합)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날 복지부가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업무계획에 따르면 복지부는 유보통합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되 통합 후에도 충분한 유아돌봄 시간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만 3∼5세 유아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다닐 수 있는데 유치원은 교육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로 소관이 다른 데다 두 기관에 적용되는 법제나 교사 자격, 운영 방식 등이 달라 교육 격차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근거 법령과 소관 부처, 교사 자격·신분·근무조건, 교육과정, 시설기준 등을 하나로 통합하자는 것이 유보통합이다.
유치원을 다니든, 어린이집을 다니든 만 3∼5세 유아가 동일한 교육 또는 보육 혜택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1995년 김영삼 정부에서 '유아학교' 형태로 처음 추진됐을 정도로 오래된 이슈이지만 통합 주체, 유치원 교사와 보육 교사 간 주도권 다툼, 재원 마련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때는 국무조정실 주도로 3단계 유보통합 추진 방안을 마련했지만, 추진력의 한계 속에 유야무야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아예 유보통합 대신 '유보 격차 해소'로 방향을 잡은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 유보통합을 명시했고, 지난달 교육부에 이어 이날 복지부도 대통령 업무보고에 유보통합 추진 계획을 포함하면서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교육부 업무보고 당시 여론의 뭇매를 맞기는 했지만 '만 5세 입학'이라는 카드를 꺼낼 정도로 정부의 학제개편, 교육개혁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유보통합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공감대가 꽤 많이 형성돼 있어 보다 현실적인 유아교육 강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규홍 복지부 1차관은 이날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어린이집, 유치원 관계없이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돌봄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본다"며 "다만 그것을 어떻게 추진할지, 재원을 어디서 가져올지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첫 관문은 복지부와 교육부 중 어느 쪽이 주무 부처가 될 것인가이다.
앞서 교육부가 '유보통합추진단'을 설치하겠다며 주도권 잡기에 나섰지만, 조 1차관은 이날 어느 부처가 주무 부처가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부처간 협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돌봄 수요자인 학부모, 공급자인 학교,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교사의 자격·처우 개선, 지원기준 및 시설 환경 조정 등 구체적인 통합 방향을 협의하고 조율하면서 단계적인 통합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일단 주무 부처에 대한 논의보다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큰 차이점 중 하나인 '돌봄' 기능이 유보통합 이후에도 유지·강화된다는 전제 하에 여론수렴 등을 통해 교사 처우 등의 문제를 실무적으로 논의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두 부처 모두 장관이 공석인 상태여서 주도권 교통정리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시설기준 정비·통합을 위한 시설비, 이용 시간 증가 등에 따른 인건비·운영비, 유아 및 보육교사 처우 격차 해소를 위한 재정 등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엄문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육아정책연구소 육아정책브리프에 게재한 '유아교육·보육 통합 재정확보 방안 모색' 보고서에서 과거 유아교육과 보육 관련 정부 예·결산 자료를 토대로 올해 기준 유보통합 재정 규모를 15조2천억원으로 추정했다.
유보통합을 위해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각기 다른 시설 기준을 동일하게 바꾸고 이용시간도 통일해야 하는데, 기준에 맞는 시설을 갖추는 데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또 대학(전문대학 포함)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유치원 교사와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서도 취득할 수 있는 보육교사 자격증을 갖춘 어린이집 교사 간 자격 차이 문제를 해소하고 처우 격차를 줄이는 데도 재정투입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각기 다른 관리부처를 통합하는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엄 교수는 보고서에서 유보통합에 필요한 재원 확보 방안으로 ▲ 증액교부금으로 추가 재원 확보 ▲ 영유아 교육·보육지원 특별회계 설치 ▲ 추가 소요 재원을 내국세 교부율 인상에 의한 보통교부금으로 통합 등 3가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