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말아·우먼
▲ 말아 = 스물다섯 주리(심달기 분)는 청년 백수다.

자취방에 박혀 하루를 '멍 때리기'와 게임으로 보낸다.

식사는 배달 음식으로 때운다.

자취방은 엄마 영심(정은경)의 도움으로 얻었다.

영심은 그런 주리에게 자취방에서 계속 살기 위한 조건을 내건다.

아픈 노모를 돌보기 위해 잠시 지방에 가 있는 동안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라는 것. 주리는 쫓겨나지 않기 위해 엄마의 '신나라 김밥'을 홀로 맡게 된다.

난생처음 말아보는 김밥은 자꾸만 옆구리가 터지고, 기껏 볶은 멸치는 달기만 하다.

몇 차례의 김밥 만들기 연습 끝에 주리는 가게 문을 혼자 연다.

가게 운영은 고달파서 매일 저녁 맥주 한 캔으로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음식을 맛있게 먹는 손님의 모습을 보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매일 아침 김밥 한 줄을 주문하는 손님 이원(우효원)은 설렘을, 종종 가게를 찾는 초등학생 단골은 웃음을 준다.

엄마와의 통화는 점차 짜증이 아닌 공감을 주고받는 시간으로 변한다.

곽민승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말아'는 청춘의 한 가운데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주인공의 삶을 여름날의 햇살처럼 따사롭게 그려냈다.

파스텔톤의 스크린에 담긴 변화하는 인물 간 관계가 관객에게 위로를 전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과 '소년심판',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속 개성 넘치는 연기로 주목받은 배우 심달기는 주리를 통해 사랑스러움을 뽐낸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자영업자의 상황 등 팬데믹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25일 개봉. 76분. 12세 관람가.

[새영화] 말아·우먼
▲ '우먼' = 전 세계 50개국 여성 2천명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다큐멘터리. 프랑스 사진작가이자 저널리스트 겸 환경운동가인 야니크 아르튀스-베르트랑과 프랑스 기자 아나스타시야 미코바가 공동 연출했다.

다양한 모습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여성으로 살며 겪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성 정체성, 가정 내 역할, 교육 환경, 사회 진출, 사랑과 섹스, 출산과 육아, 성매매, 가정 폭력 등 주제도 다채롭다.

인터뷰이들은 처음 생리를 시작할 때의 감정을 회상하고, 사랑할 때 자신의 모습이 어땠는지를 떠올린다.

사회적 성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말하면서 잔혹했던 폭력의 기억도 끄집어낸다.

종종 같은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들 사이에 상반된 감정과 생각이 드러나기도 한다.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경험담이 자연스레 우리 사회 속 여성이 놓인 현실과 그들이 직면한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란 명제를 충실하게 구현해낸 작품이다.

검은 배경에 여성 한 명이 등장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교차편집한 연출을 통해서는 야니크 아르튀스-베르트랑 감독이 가진 사진 작가적 면모가 잘 드러난다.

25일 개봉.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