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가 인공지능(AI)을 통한 경영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모델은 ‘인간+AI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AI에 모든 것을 맡겨두는 것보다 인간과 AI가 협업할 때 최상의 결과가 나온다고 주장한다. AI와 팀을 이뤄 일하는 네 가지 구체적인 협업 방식도 소개한다. (인플루엔셜, 288쪽, 1만7800원)
“과거, 현재, 미래를 구분하는 것은 완고하고 끈질긴 환상에 불과합니다.”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955년 3월 친구 미셸 베소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유족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과거와 현재, 미래 모두 이 우주에 동시에 존재하기에 그의 죽음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위로의 말이었다. 기이하게 들리겠지만 이게 현대 주류 물리학이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즉, 시간의 흐름은 환상이라는 것이다.<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은 여기에 반기를 드는 책이다. 저자 리 스몰린은 미국의 유명 이론 물리학자다. 1979년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여러 연구소와 대학을 거쳐 지금은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로 있다. 일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합하려는 시도인 ‘고리 양자중력 이론’ 창시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시간은 실재한다”고 말한다.‘시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은 현대 물리학계에서 혁명적인 주장으로 통한다. 왜 그럴까. 이를 알기 위해 기초 물리학 문제를 생각해보자. 건물 옥상에서 던진 공의 궤적을 수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X축이 시간, Y축이 높이인 좌표평면에서 포물선을 그리는 간단한 2차 방정식이다. 이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표현한 가장 간단한 그래프다. 초기 조건(건물 높이, 던지는 속도)만 알면 미래에 공이 어디에 위치해 있을지 알 수 있다. ‘마이너스 시간’을 넣어도 상관없다. 건물을 뚫고, 혹은 땅을 뚫고 공이 거꾸로 움직일 때의 위치를 알 수 있다.이는 뉴턴의 고전역학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뉴턴의 절대 시간과 절대 공간이란 개념을 시공간의 상대성으로 바꿔놨다. 하지만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시대에 와서도 ‘물리법칙의 비시간성’은 여전하다는 게 스몰린의 지적이다. 시간과 관계없이 초기 조건만 알면 입자든, 행성이든 미래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 거꾸로 돌려볼 수도 있다. 영화에 비유하면 시간은 영화를 앞뒤로 돌려보는 역할을 할 뿐, 영화 내용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현대의 물리학 방정식들은 과거, 현재, 미래를 구분하지 않는다. 시간은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있다. 이렇게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동시에 존재하는 우주를 ‘블록 우주’라고 한다. ‘영원주의’라고도 불리며 미래가 이미 결정돼 있는 우주다. 영화에서 과거로, 미래로 시간 여행을 하는 것도 이런 우주관에 기반한다.사실 물리학자들이 방정식을 신봉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블랙홀의 존재를 예측했는데, 실제로 발견됐다. 1928년엔 폴 디랙이 상대론적 양자역학과 관련한 방정식을 풀다가 해(解)가 실수와 허수로 나오는 것을 보고, 반입자의 존재를 예견했다. 1932년 전자와 대칭을 이루는 양전자(반전자)가, 1955년에는 반양성자가 발견되면서 증명됐다.그런데 스몰린은 이런 행태가 너무 과하다고 본다. 수학에 매몰돼 수학 속 세계와 실제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른바 ‘상자 속 물리학’이다. 한 부분만을 따로 떼놓고 수학으로 풀 때는 괜찮지만, 전 우주에 적용할 때 모순이 생긴다. 스몰린이 볼 때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모두 우주의 일부분만 설명하는 방정식이며, 근사치다. 그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선 다중우주론 등 기이한 아이디어를 들고나올 게 아니라 시간이 실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스몰린은 의문을 표한다. 왜 이론적으로 가능한 시간의 되돌림이 현실에선 관찰되지 않는 것인지. 우주는 빅뱅 이후 130억 년이 흘렀지만 한쪽 방향으로만 흐른 것으로 보인다. 우주는 팽창하고, 엔트로피는 증가하며, 모든 생물은 죽는다. 그는 시간은 정말로 흐르며, 우주의 법칙도 시간에 따라 변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느끼는 ‘지금’은 현실이며,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채 열려 있다는 것이다.책은 수식 하나 없지만 상당히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물리학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다루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이해하기 위해선 물리학의 철학적 개념은 물론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우주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결론이 나지 않은 논쟁을 담고 있는 만큼 다른 책도 같이 읽어보면 좋다. 가장 대표적인 책으로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가 있다. 로벨리는 스몰린과 함께 고리 양자중력 이론을 창안했지만 시간에 대해선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나우: 시간의 물리학>은 스몰린처럼 시간이 실재한다는 주장을 편다.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인간에게 시간은 유한하다. 보통 4000주(週) 정도를 보내고 인간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사는 동안 어떤 성취를 이뤘느냐는 결국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보냈느냐로 결정된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시간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에 도움을 줄 책이 여럿 나왔다.<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헤이든 핀치 지음, 시크릿하우스)은 생산성을 높이는 데 가장 큰 장벽인 ‘미루기’를 집중 분석한다. 임상심리학 박사이자 행동 변화 전문가인 저자는 미루기는 게으름, 절제력, 시간 관리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라고 말한다. 예컨대 박사 과정 학생인 소피아는 어마어마한 양의 글을 써서 학위 논문을 완성해야 한다. 논문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함을 느낀다. 딴짓을 자꾸 하게 되는 이유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소요 시간에 대한 과대 혹은 과소평가 등도 미루기의 원인이 된다.책은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시작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작은 일이나 쉬운 일부터 하는 게 도움이 된다. ‘딱 5분만 일하기’도 시작을 가로막는 감정의 장애물을 넘는 방법이다.그다음은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 뇌는 주변 환경에 굉장히 민감하다. 이불 속에선 잠이 오고, TV가 켜져 있으면 TV를 보게 된다. 이런 방해 요인을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는 것도 좋다. 저자는 “자신에게 관대해지라”고도 말한다. 일을 했는데 ‘잘하지 못할 것 같다’거나 ‘실패할 것 같다’는 느낌은 사실 근거가 없는 막연한 두려움인 경우가 많다. 성공했을 때의 모습을 그리거나, 조금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졸리 젠슨 지음, 한겨레출판)는 글쓰기에 국한해 생산성을 올리는 방법을 논한다. 교수가 경쟁에서 살아남고 종신 교수직(테뉴어)을 받기 위해선 논문 등 글을 많이 써야 하는데 상당수 교수가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접하고 책을 쓰게 됐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가장 큰 어려움은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교수들은 바쁘다. 강의와 연구를 하고, 학생 면담을 하고, 채점도 해야 한다. 가족과 시간도 보내야 한다. 저자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살펴보라고 말한다. 그러면 빈둥대기, 소셜미디어 하기 등 시간이 어디서 새고 있는지 보인다.집중력이 가장 좋은 ‘황금 시간’을 이메일 답장 보내기로 허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글을 쓰려고 앉으면 딴생각이 들고, 불안감이 느껴지는 것은 교수도 마찬가지다. 그럴 때 그 마음을 종이에 적어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 마음이 차분해진다.책은 ‘글쓰기의 미신’에 대해서도 말한다. 필생의 대작을 써야 한다는 미신, 글을 쓰면 자신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란 미신, 완벽하게 정돈된 책상에서 글을 써야 한다는 미신, 완벽한 첫 문장을 써야 한다는 미신, 자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미신 등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교수의 글쓰기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공감할 내용을 담고 있다.<멘탈이 강해지는 연습>(데이먼 자하리아데스 지음, 서삼독)은 생산성을 높이고,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강한 멘탈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핵심은 ‘자기 긍정’과 ‘자신감’이다. 내면의 비판자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지만, 과하면 부정적인 생각에 지배당하게 한다. 내면의 비판자를 무시하라는 게 아니다. 그 지적이 타당한지 합당한 증거가 있는지 살펴보라는 것이다. 이는 외부 평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의 의지력은 약할 수밖에 없다며 동기 부여나 습관화를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아기가 울면 바로 안아줘야 할까. “손 탄다”며 내버려 두라는 전문가들이 있다. 안아주면 응석꾸러기가 된다는 것이다. 반드시 안아줘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다. “스트레스 때문에 뇌 발달이 느려질 수 있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아이가 자라면서 질문은 끝없이 늘어난다. 아이를 부모 옆에서 재울지 따로 재울지, 잘못을 따끔하게 혼내야 할지 부드럽게 타일러야 할지, 외국어는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하는지…. 모든 질문마다 “하라”는 전문가와 “하지 말라”는 전문가들이 대립하며 “자칫하면 애가 잘못될 수 있다”고 겁을 준다.“마음대로 하면 된다”. 미국의 부부 인류학자인 로버트 러바인 하버드대 교수와 세라 러바인 박사는 <부모는 중요하지 않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들은 지난 50여 년간 전 세계 아동·양육에 대해 연구해 왔다. “세계 각국의 양육법을 보면 천차만별이지만, 어떻게 키워도 아이들은 대체로 잘 자라더라”는 설명이다.예를 들면 이렇다. 아이를 키우는 서구 부모들에게 존 볼비가 주창한 ‘애착 이론’은 상식에 가깝다. 아이는 반드시 부모의 무한한 사랑과 관심을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정신적인 문제가 생기기 십상이라는 이론이다. 언뜻 들으면 그럴듯하다. 하지만 이 이론은 학자들에게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자주 받아왔다.책은 여기에 더해 새로운 반례를 제시한다.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민족(5300만여 명)인 ‘하우사’족의 어머니들은 아기에게 말을 걸지 않고 눈을 맞추지 않는 관습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정서적인 문제 없이 건강하게 자라난다. 이렇게 책은 세계 각지의 다양한 양육법을 근거로 “아기에게는 최대한 많은 자극을 줘야 한다” “아이를 부모 옆에서 재우면 의존적인 사람으로 자란다” 등 서구의 육아 통념을 하나씩 깨부숴 나간다.책 제목은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 실제 책 내용은 부모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생각보다는’ 중요하지 않으니 안심하고 쉬어도 좋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울 때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지 마라. 아이들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민감하지 않다. 때로는 쉴 줄도 알아야 한다. 서구 육아법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 부모들도 마찬가지다.”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