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증인 만날 필요 없는 100% 비대면 공증 시스템 나온다
프랑스 니스에 살고 있는 중인 A씨는 한국에 있는 사촌 B씨를 대리인으로 지정해 은행에서 대출받은 1억원의 만기를 연장하려고 했다. 하지만 은행 측이 “B씨에게 대출 만기 연장과 관련한 업무 일체를 위임한다”는 내용을 담은 위임장에 대한 공증을 받아올 것을 요구했다. 가까운 곳에 공증사무소가 없었던 A씨는 할 수없이 10시간가량을 운전해 약 1000km 떨어진 파리 한국대사관까지 가서 공증을 받아야 했다. A씨와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화상공증제도를 이용하면 비대면 방식을 통해 집에서 간단히 공증을 받을 수 있긴 하다. 다만 위임장처럼 간단한 서류가 아니라 유언이나 금전 소비대차 공증 등 엄격한 양식이 요구되는 공증이면 직접 공증사무소에 가야 한다.

이 같은 불편함이 내년부터는 사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공증인을 직접 만나지 않고도 공증이 가능한 100% 비대면 공증시스템 구축에 나서서다. 공증은 개인간의 법률관계를 공적으로 증명하는 것으로 주로 대출 연장을 위한 위임장, 개인간 금전 대여, 유언 등을 입증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현재 전자공증 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에 관련 예산 편성을 신청하는 등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중 새 공증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법무부 계획에 따르면 새 공증시스템상에선 서명(날인)이 들어간 사문서 외에도 모든 종류의 공정증서(공증인이 직접 작성해 효력이 생기는 공문서)도 공증인을 직접 만나지 않고 100% 비대면 절차로 발급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A씨의 경우엔 수수료 3000원만 내면 장거리 이동없이 집에서 공증을 받아 이메일로 은행에 위임장을 제출할 수 있다.

지금은 공정증서를 발급받으려면 전자공증을 발급 받으려면 전자공증을 사용할 수 없고 신청인이 공증사무소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 사서증서 인증의 경우에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한 화상 공증을 하려면 먼저 공증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공증인과 약속을 잡아야 한다.

출력한 전자공증 문서에도 원본으로 인정받게 될 전망이다. 현재 전자공증 문서를 출력하게 되면 원본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곳에도 제출할 수 없다. 법무부는 행정안전부의 민원처리 포털사이트인 ‘정부24’ 운영방식을 참고해 QR코드 삽입 등을 통해 인쇄된 전자공증 문서의 원본 입증이 가능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현재 주민등록등본 등 정부24를 통해 발급되는 각종 증명서에는 모두 인식코드가 삽입돼있어 어느 곳에서든 원본으로 인정받고 있다.

공증사무소에서 공증받은 문서를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법무부는 이외에도 △온라인 본인 인증수단 확대 △모바일 간편결제 도입 △예약관리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한층 편리해진 비대면 전자공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2010년 전자공증시스템, 2018년 화상공증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공증인을 직접 만나야하는 경우가 많고 이메일과 USB에 저장된 전자문서 형태가 아니면 원본으로 인정되지 않는 등 여러 제약으로 인해 이용자 수는 당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공증 이용건수는 2641건으로 전체 공증 이용건수(253만1088건)의 0.1%에 그쳤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