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제니의 언더붑 패션. /SNS 캡처
블랙핑크 제니의 언더붑 패션. /SNS 캡처
긴 장마 끝에 두 번째 휴가 시즌이 시작됐다. 늦게 떠나는 휴가는 그만큼 마음이 한가하고 여유롭다. 장소와 시간에 맞게 바캉스룩을 세심하게 고르는 재미도 있다. 요즘 바캉스룩은 더 과감하고 다채로워졌다. 코로나19로 여행이 자유롭지 못하자 바캉스룩을 일상복으로도 자주 입는다. 동남아시아, 하와이 등 휴양지에서 주로 입던 패션이 거리로 나온 셈이다. 뜨거운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바캉스룩은 가슴 밑라인을 파격적으로 노출한 ‘언더붑(underboob) 패션’부터 여유로운 박시 드레스와 와이드 데님까지 다양하다.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여름이 짧게만 느껴진다.

노출이 싫다면 우아한 박시 드레스

바캉스룩은 여름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다. 특별한 장소로 떠나 입었던 패션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여행의 추억 중 한 장면이 된다. 바캉스룩에 불문율이 있다면 편안해야 한다는 것. 느슨한 느낌의 개방적인 리조트 패션은 자연스러우면서도 특별한 포인트가 있고 무엇보다 움직임이 자유로워야 한다.
'휴양지 인싸' 되고 싶다면?…바지는 헐렁하게 포즈는 껄렁하게
올여름엔 넉넉하고 편안하면서도 화려한 디자인의 롱 드레스가 강세다. 과도한 노출보다 무난한 코디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편안한 드레스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보다 패턴과 색상이 훨씬 다양해졌다. 플리츠(주름) 등의 디테일을 살려 여성스러움을 한껏 드러내는 스타일이다.

자연 풍경이나 전원의 전경을 담은 단색 무늬 기성복이 올 시즌 인기다. 코로나19 엔데믹을 맞아 우울한 심정을 떨쳐 버리려는 듯 눈부시게 밝은 색상의 옷이 눈에 띈다. 오렌지 핫핑크 옐로 등 강렬하면서도 톡톡 튀는 색상은 보기만 해도 기분 전환이 될 정도다.

패션 브랜드 갭(GAP)은 레몬빛 플라워 프린트가 돋보이는 맥시 드레스를 내놨다. 브이넥 목선으로 시원한 느낌에다 얇은 어깨끈으로 포인트를 줬다. 이런 맥시한 드레스에는 통굽 힐이나 샌들을 신으면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바나나리퍼블릭은 자연스러운 광택감이 느껴지는 민소매 원피스를 내세웠다. 긴 기장감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드레스에는 야자수 모양의 프린트가 새겨져 있어 휴양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구호플러스에서는 은은한 워싱감이 특징인 핑크 청바지를 출시했다. 구호플러스는 생생한 핑크 색상의 와이드 데님 팬츠를 내놨다. 상의로는 민소매 니트를 매치해 젊은 감성을 나타냈다.

개성에 따라 고르는 바캉스룩

여름 휴양지에서 입는 바캉스룩에선 과감한 노출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최근 국내외 패션계에서는 언더붑 열풍이 불고 있다. 언더붑은 가슴 밑라인을 드러낸 상의를 말한다. 블랙핑크 제니와 가수 현아 등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인플루언서들이 자주 입으면서 입소문이 퍼졌다.

해외에선 세계적 톱모델 벨라 하디드, 최근 카녜이 웨스트와의 열애설로 화제가 된 줄리아 폭스, 미국의 대표적 셀러브리티 킴 카다시안 등 유명인들이 꾸준히 언더붑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언더붑 패션을 둘러싸고 젊은 세대와 중장년층의 반응은 판이하다. 5060세대는 “불편하고 괴상하다”는 반응이 많지만 1020세대는 ‘힙하다’며 새롭게 받아들이는 분위기. 최근에는 특별한 패션의 한 종류로 여겨진다. 경제가 불황일수록 짧은 치마가 유행한다는 ‘미니스커트 효과’처럼 경기 침체기에 패션업계가 펼치는 마케팅 방식의 일환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길거리보다 여행지나 수영장 등의 장소에서 입으면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타월을 입는다 … 새로운 트렌디

기성복이 지겨운 소비자를 위해 독특한 소재의 바캉스룩도 출시되고 있다. 목욕 가운이나 타월에 주로 활용하는 테리 소재를 사용한 ‘테리 패션’이다. 2000년대 뉴트로 분위기에 힘입어 다시 돌아왔다. 활동하기 편하고 물이나 땀이 묻더라도 금방 마르기 때문에 해변이나 수영장에서 입기 제격이다.

테리 소재는 세트로 입었을 때 그 매력이 배가 된다. 상의와 하의를 통일해서 입거나 보디슈트처럼 이어진 원피스 형태를 선택하면 레트로풍의 테리 패션을 즐길 수 있다. 과감하게 테리 스윔웨어를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도톰하고 부드러운 소재가 주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전원 속 슬로 라이프를 추구하는 문화인 ‘코티지코어(cottagecore)’의 영향으로 크로셰(crochet·코바늘 뜨개질) 패션도 강세다. 성긴 짜임의 크로셰는 통기성이 좋아 청량한 느낌을 주는 여름 패션 아이템으로 좋다. 꽃무늬가 들어간 크로셰 니트 원피스와 스커트, 뷔스티에, 베스트를 블루 옐로 그린 등 다양한 색감으로 구성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