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을 삼킨 자만이 낼 수 있는 깊은 소리…뮤지컬 '서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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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초연 이후 5번째…올해 마지막 시즌 개막
전 시즌 출연 이자람·차지연 송화 역…유리아·홍자·양지은·홍지윤 합류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치고 내력 없는 이는 없습디다.
소리를 좋아하시게 된 내력이라도 있으시오?"
눈이 먼 소리꾼 송화는 긴 시간이 지나 자신을 찾아온 의붓동생 동호를 알아보지 못한다.
소리를 들으러 온 손님이라 생각한 송화는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쉽게 쓰여 귓가에 맴도는 음악과 달리, 살면서 품게 된 한을 삼키고 견뎌낸 이들이 어렵게 낸 소리는 같은 '내력'을 지닌 이들에게 가닿아 마음을 어루만지고 응어리를 풀어준다.
한이 담긴 소리를 찾아가는 소리꾼들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서편제'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했다.
2010년 초연 이후 5번째 열리는 이번 공연은 '서편제'의 마지막 시즌이다.
초연부터 송화 역으로 함께한 소리꾼 이자람과 뮤지컬 배우 차지연이 다시 출연하며, 유리아, 홍자, 양지은, 홍지윤이 새로 합류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청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서편제'는 소리에 집착하는 소리꾼 아버지 유봉에 의해 눈이 먼 수양딸 송화와 의붓동생 동호의 이야기다.
초연 당시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과 차별적인 소재로 주목을 받았으며 대표곡 '살다보면'은 한국 창작 뮤지컬이 배출한 히트곡 중 하나로 꼽힌다.
판소리를 소재로 다루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송화가 부르는 '심청가'를 제외하고는 기존의 뮤지컬과 유사하게 발라드와 록 음악이 주를 이룬다.
영화와 달리 동생 동호가 현대음악을 하는 가수가 된다는 설정이 추가됐다.
천진난만한 어린 송화와 동호에게 소리는 '한바탕 소리하고 놀자'며 부르는 놀이 도구였다.
그러나 커갈수록 세상은 이들에게 원치 않은 상실의 아픔, 외로움과 같은 한의 정서를 가르쳐준다.
그럴 때마다 이들의 아버지 유봉은 "가슴이 콱 막히고 아랫배가 뜨거운 그 느낌을 잘 기억해라. 한이 소리를 만든다"며 그 아픔마저 소리를 위한 도구로 쓰라 매정하게 채찍질한다.
아버지를 견디지 못한 동호는 가출해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 록밴드를 꾸리고, 송화만이 남아 소리를 수련한다.
하지만 쉽지 않은 수련에 송화는 괴로워하고, 송화마저 떠날까 두려운 유봉은 그의 눈을 멀게 한다.
눈이 먼 고통,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까지도 시간이라는 동반자와 함께 덤덤히 삼킨 송화는 마침내 유봉이 그토록 바라던 진정한 소리꾼, 예술가로 거듭난다.
작품은 마약에 취해 음악을 만드는 동호의 동료 가수를 송화와 대비시켜 보여주며 진정한 예술가는 삶의 고통을 마주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만들어짐을 보여준다.
뮤지컬은 판소리부터 팝, 록, 발라드 등 다양한 음악 장르가 조화를 이루며 영화에서 볼 수 없던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한지를 겹겹이 붙여 마치 한 폭의 수묵화와 같이 연출한 무대 장치는 화려한 외국의 쇼 뮤지컬과는 다른 우리만의 정서를 전한다.
눈이 먼 송화가 동호 앞에서 판소리 '심청가'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다.
고수의 북 반주에만 맞춰 이어지던 소리가 곧이어 꽃잎 같은 조명이 관객석까지 펼쳐지는 연출과 오케스트라 음악과 만나며 감동을 배가시킨다.
공연은 10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연합뉴스
전 시즌 출연 이자람·차지연 송화 역…유리아·홍자·양지은·홍지윤 합류

소리를 좋아하시게 된 내력이라도 있으시오?"
눈이 먼 소리꾼 송화는 긴 시간이 지나 자신을 찾아온 의붓동생 동호를 알아보지 못한다.
소리를 들으러 온 손님이라 생각한 송화는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쉽게 쓰여 귓가에 맴도는 음악과 달리, 살면서 품게 된 한을 삼키고 견뎌낸 이들이 어렵게 낸 소리는 같은 '내력'을 지닌 이들에게 가닿아 마음을 어루만지고 응어리를 풀어준다.
한이 담긴 소리를 찾아가는 소리꾼들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서편제'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했다.
2010년 초연 이후 5번째 열리는 이번 공연은 '서편제'의 마지막 시즌이다.
초연부터 송화 역으로 함께한 소리꾼 이자람과 뮤지컬 배우 차지연이 다시 출연하며, 유리아, 홍자, 양지은, 홍지윤이 새로 합류했다.

초연 당시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과 차별적인 소재로 주목을 받았으며 대표곡 '살다보면'은 한국 창작 뮤지컬이 배출한 히트곡 중 하나로 꼽힌다.
판소리를 소재로 다루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송화가 부르는 '심청가'를 제외하고는 기존의 뮤지컬과 유사하게 발라드와 록 음악이 주를 이룬다.
영화와 달리 동생 동호가 현대음악을 하는 가수가 된다는 설정이 추가됐다.

그러나 커갈수록 세상은 이들에게 원치 않은 상실의 아픔, 외로움과 같은 한의 정서를 가르쳐준다.
그럴 때마다 이들의 아버지 유봉은 "가슴이 콱 막히고 아랫배가 뜨거운 그 느낌을 잘 기억해라. 한이 소리를 만든다"며 그 아픔마저 소리를 위한 도구로 쓰라 매정하게 채찍질한다.

하지만 쉽지 않은 수련에 송화는 괴로워하고, 송화마저 떠날까 두려운 유봉은 그의 눈을 멀게 한다.
눈이 먼 고통,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까지도 시간이라는 동반자와 함께 덤덤히 삼킨 송화는 마침내 유봉이 그토록 바라던 진정한 소리꾼, 예술가로 거듭난다.
작품은 마약에 취해 음악을 만드는 동호의 동료 가수를 송화와 대비시켜 보여주며 진정한 예술가는 삶의 고통을 마주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만들어짐을 보여준다.

한지를 겹겹이 붙여 마치 한 폭의 수묵화와 같이 연출한 무대 장치는 화려한 외국의 쇼 뮤지컬과는 다른 우리만의 정서를 전한다.
눈이 먼 송화가 동호 앞에서 판소리 '심청가'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다.
고수의 북 반주에만 맞춰 이어지던 소리가 곧이어 꽃잎 같은 조명이 관객석까지 펼쳐지는 연출과 오케스트라 음악과 만나며 감동을 배가시킨다.
공연은 10월 23일까지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