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노인종합복지관 프로그램 '아름다운 이별' 수료식
죽음 준비과정 등 교육…"과거의 삶 긍정해야 좋은 죽음 맞아"

"제가 '잘 죽겠습니다'고 인사하면 어떻게 대답한다고 했죠?" "잘 살겠습니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강남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웰다잉(well-dying) 교육 프로그램 '아름다운 이별'의 마지막 수업이 있었다.

지난 5월부터 진행된 이 교육은 자신의 삶 돌아보기, 존엄한 죽음을 위해 필요한 것, 호스피스에 관한 이해 등 죽음을 맞는 과정과 마음가짐에 관한 전문 강사의 강의로 구성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입관 체험, 프로필 사진 찍기, 자신의 사진을 모아 '영상 자서전' 만들기 등 여러 프로그램도 있다.

'과거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좋은 죽음을 맞을 수 있다'라는 인식을 수강생들에게 주는 것이 교육 목표다.

"잘 죽겠습니다", "잘 살겠습니다"가 인사인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12주에 걸친 '죽음 공부'를 끝내는 수강생들의 표정은 진지했지만 어둡지 않았다.

웰다잉 교육 현장…"죽음 공부로 오히려 삶의 중요함 깨달아요"
◇ 지난 삶 돌아보고 죽음 준비 배워…"마음 구석구석 바라보는 계기"
마지막 강의 후 이어진 수료식에서는 수강생들이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밝은 목소리로 삶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부터 경건하고 숙연하게 소감을 말하는 수강생들까지, 죽음 교육을 마무리하는 이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문영자(82)씨는 웰다잉 교육을 받으며 몇 년 전 그만뒀던 봉사활동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문씨는 "죽음 교육은 오히려 남아 있는 삶이 중요함을 깨닫는 계기였다"며 "가족들에게 미안한 것 없이 매 순간을 감사하게 살겠다"고 했다.

문씨에게 웰다잉 교육은 어떻게 죽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을 가족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한 계기이기도 했다.

그는 "교육을 받으며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유언장을 가족들에게 보여주며 '연명의료 같은 건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황송철(78)씨는 "웰다잉 교육은 마음 구석구석의 찌든 때를 바라보고 새롭게 삶을 계획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미리 준비해 온 그의 소감문에는 자녀들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대하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후회가 담겼다.

그간의 삶을 반성하고 남은 인생을 새로 살겠다며 눈물을 훔치는 그의 모습에 다른 수강생들도 숙연해졌다.

웰다잉 교육 현장…"죽음 공부로 오히려 삶의 중요함 깨달아요"
수강생들은 교육을 통해 죽음의 의미를 배울 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유언장을 미리 작성하고, 장례 방식을 계획하는 등 임종 전에 꼭 해야 할 일들을 숙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한용(76)씨는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한 일을 계기로 죽음을 준비하는 데 일찍부터 관심을 두게 됐다고 한다.

정씨는 "사별을 겪으며 사람 일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느꼈다"며 "교육을 받으며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구체적으로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교육을 적극 권하고 있다.

◇ "잘 준비해서 죽음 맞아야…주변에도 교육 추천"
강의실 뒤편에는 교육 기간 활동을 담은 사진들을 비롯해 말끔하게 꾸민 수강생들의 프로필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수강생들은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사진을 구경하고 칭찬을 나눴고, 번듯하게 단장하고 찍은 사진을 보며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기도 했다.

웰다잉 교육 현장…"죽음 공부로 오히려 삶의 중요함 깨달아요"
웰다잉 교육을 기획한 강남종합노인복지관의 정선영 사회복지사는 "죽음을 공부한다고 하면 무서워하는 어르신들이 많아 편안한 느낌의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밝은 느낌의 프로그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수의를 입고 밀폐된 관에 들어가 5분 동안 누워 있는 입관체험은 수강생들에게도 두렵고 생소한 경험이었다.

수강생들은 관에 들어가는 경험이 무서워 피하고 싶었지만, 막상 체험이 끝난 후에는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반응이었다.

윤우선(68)씨는 "관에 들어가기 전에는 정말 무서웠지만, 들어가 보니 아주 편안했다"고 말했다.

황송철씨는 관을 "누구에게나 동등한 집"으로 표현했다.

사회적 부나 지위와 무관하게 죽음의 순간에는 누구나 예외 없이 들어가야 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황씨는 "관에 들어가니까 삶의 모든 것을 놓고 가는 느낌이 들었다"며 "삶의 무게는 죽음의 무게보다 훨씬 무겁다는 걸 체감한 순간"이라고 했다.

수강생들은 죽음을 맞이할 더 많은 이들이 웰다잉 교육을 받길 바란다고 했다.

윤씨는 "사람은 결국 죽는다"며 "잘 준비해서 죽음을 맞이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