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등에 숫자 ‘9’가 들어가는 ‘아홉수’엔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전해져 내려오는 ‘아홉수’가 있다. 바로 아홉 번째 교향곡을 만든 작곡가는 사망한다는 ‘9번 교향곡의 저주’다.

징크스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으로부터 시작됐다. 베토벤은 1824년, 그의 나이 53세 때 9번 교향곡을 완성했다. ‘합창 교향곡’이란 제목으로 익숙한 곡이다.

8번 교향곡 이후 약 11년 만에 작곡한 교향곡인데, 이 곡은 베토벤의 다른 작품뿐 아니라 모든 교향곡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자필 악보가 악보로선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됐을 정도다. 그러나 베토벤은 이 걸작을 남긴 3년 뒤 세상을 떠났다.

베토벤 이후 프란츠 슈베르트, 안토닌 드보르작, 안톤 브루크너 등 수많은 대가가 9번 교향곡을 완성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슈베르트는 9번 교향곡을 작곡한 해인 1828년 31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신세계 교향곡’으로 유명한 드보르작도 9번 교향곡을 작곡한 뒤 죽었다. 브루크너는 9번 교향곡을 3악장까지 완성하고 4악장을 쓰던 중 눈을 감았다.

후기 낭만주의의 대표적 교향곡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사연은 더 기구하다. 말러는 선배들이 받은 ‘아홉 번째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여덟 번째 교향곡까지는 차례대로 번호를 매기다가 9번 교향곡은 번호를 빼버렸다. 대신 ‘대지의 노래’란 표제를 적는 방법 등으로 저주를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역시 9번을 완성한 뒤 10번 교향곡을 작곡하다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베토벤 이전까지만 해도 한 작곡가가 수십 개 이상의 교향곡을 작곡한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교향곡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하이든은 생전 107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모차르트도 41번 교향곡까지 썼다.

그러나 베토벤을 기점으로 교향곡은 한 작곡가의 음악적 개성과 시간, 노력 등을 쏟아붓는 ‘마스터피스’로서의 성격을 가지게 됐다. 몇 년을 꼬박 공들여 작곡하다 보면 9번 교향곡을 쓸 때쯤 자연스레 죽음에 가까워진 작곡가들이 생긴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그만큼 대가들의 교향곡 하나하나가 작곡가의 모든 정력과 에너지를 쏟아 넣은 걸작이란 뜻도 된다. 물론 현대에 와선 ‘믿거나 말거나’다. 요즘에는 교향곡 9번을 지은 작곡가들도 남들처럼 오래 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