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과 용산' 운명공동체…출근길 문답 소통의지 속 리스크 고개
이달 21일께 한남동 관저 입주…'시행착오' 끝 용산시대 안착할까
[尹정부 100일] ② '첫 출퇴근' 대통령, 용산시대
오는 17일로 '용산 시대'가 100일을 맞는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권위주의 청산을 내세워 국정 무대를 기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실험'이 100일째로 접어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5월 10일 윤 대통령 취임과 함께 문을 연 용산 대통령실 청사는 여러 측면에서 윤 대통령에게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자택에서 출퇴근하고, 대통령 집무실 지근거리에 기자실을 두고, 상시적으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는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대통령의 출퇴근 시간과 동선이 드러나면서 생길 부담을 스스로 떠안은 시도이기도 하다.

다음 정권에도 이어지는 '전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출근길 문답에서 정제되지 못한 발언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자 탈권위·소통 행보가 되레 국정에 부담이 되는 리스크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아직 한남동 관저 입주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최근 윤 대통령이 서초동 자택에서 전화로 집중호우 대응 지시를 한 것을 놓고 야권은 '탈(脫) 청와대' 시대의 재난대응 문제점에 대한 쟁점화를 시도하는 상황이다.

지난 100일간 명암이 엇갈렸던 용산 시대의 성패는 곧 윤석열 정부의 성패와 직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尹정부 100일] ② '첫 출퇴근' 대통령, 용산시대
◇ 집무실·비서실·기자실 한곳 모인 용산청사
기존 국방부에 들어선 용산 대통령실 청사는 대통령 집무실을 비롯해 비서실 사무실, 기자실, 회의·접견실, 경호·경찰 인력 공간 등이 한데 모여있는 곳이다.

기존 청와대가 본관을 비롯해 춘추관(기자실), 여민관(비서실 업무동), 영빈관 등 여러 건물로 분산 배치됐던 것과 대비되는 구조다.

취임 초기에는 내부 리모델링이 끝나지 않아 곳곳에서 공사가 이어졌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2주도 안 돼 청사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할 당시에도 '주 집무실'이 있는 2층은 공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현재는 대다수 공간이 완공돼 대통령실 직원들도 '적응기'를 끝낸 상태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14일 "대통령과 비서실 직원들이 종일 같은 공간에 머무르고 있는 만큼 업무보고 체계나 일하는 방식은 상당히 유연하다고 느낀다"고 평가했다.

2층 대통령 집무실 아래에는 기자실과 브리핑룸이 있다.

윤 대통령이 1층 청사 로비에 들어서면 기자들이 수시로 출퇴근을 볼 수 있는 구조다.

때로는 윤 대통령을 비공개로 만나기 위해 들른 인사들을 목격하기도 한다.

윤 대통령의 '소통 강화' 지침에 따라 각 분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이나 비서관들도 수시로 1층으로 내려와 브리핑을 열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주는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외국 정상을 비롯한 각국 외빈을 맞이할 때 평범한 관공서 건물처럼 생긴 용산 청사의 모습이 '국격'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다는 여론도 없지 않다.

[尹정부 100일] ② '첫 출퇴근' 대통령, 용산시대
◇ 시행착오 거쳐 변모하는 출근길 문답
출근길 문답은 용산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윤 대통령이 1층 로비를 통해 들어서면, 대기하고 있던 출입 기자들이 자유롭게 질문을 던진다.

말 그대로 '프리 스타일' 형식이다.

이전까지 대통령과 기자간 질의응답이 정식 기자회견 등 제한된 횟수와 형식을 통해 이뤄진 것과 비교했을 때 '파격적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도어스테핑은 부정적 측면보다 긍정적 측면이 많다"며 "단순히 소통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국정 운영을 투명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토씨 하나에도 국정 방향이 좌지우지되는 현 대통령제 분위기에서 일부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정치적 공방과 혼선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나왔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용산 시대는 국민에게 박수받을 지점이 있다"면서도 "도어스테핑은 부정적인 측면이 훨씬 많았다.

국정 과제가 몇 분 만에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를 시도할 만큼 준비나 역량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 속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도어스테핑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윤 대통령도 출근길 문답 방식에 변화를 가하기 시작했다.

출근길 문답 초기에 질문을 많게는 7∼8개씩 받았다면, 현재는 2∼3개 정도를 받고 윤 대통령이 집무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또 질의응답에 앞서 윤 대통령이 주요 현안에 대해 짤막한 모두발언을 내놓는 식으로 메시지 관리에 나섰다.

최근에는 일정한 톤과 표정을 유지하며 최대한 정제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尹정부 100일] ② '첫 출퇴근' 대통령, 용산시대
◇ 집중호우로 불거진 '출퇴근 리스크'…8월중 한남동 관저 입주
용산 시대의 남은 과제는 '한남동 관저' 입주다.

윤 대통령 부부는 오는 21일께 안팎으로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을 개조한 새 대통령 관저에 입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최근 퇴근길에 새 관저에 들러 막판 점검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은 지난 10일 집중호우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서초동 자택에 고립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있는 곳이 곧 상황실'이라며 윤 대통령이 서초동 자택에서 전화 지시를 통해 집중호우 대응 총력전을 펼쳤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기존 청와대의 경우 관저에서 위기관리센터까지 거리 1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까지 5분"(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 등 공방이 이어졌다.

한남동 관저 입주가 완료된다면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용산 대통령실에 마련된 국가위기관리센터까지 윤 대통령이 이동하는 시간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서초동 사저에서 용산 집무실까지 교통을 통제해도 10분 가까이 걸렸다면, 한남동 관저에서 집무실까지는 그 절반인 5분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강을 건너지 않아도 돼 일반 교통 흐름에 주는 영향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