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재 육성이 교육개혁?…교육적 접근 필요"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교육부문에) 경제논리가 들어와 있고, 이런 것이 '교육개혁'의 중심이 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의 본질에 물음표를 던졌다.

[인터뷰] 교총 회장 "맞춤형 교육 하려면 교사 더 필요해"
그는 최근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조정과 초등 전일제 학교 등의 정책이 논란이 된 것은 경제논리를 우선으로 한 접근 때문이라며 교육 전문가가 아이들의 관점에서 교육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 사회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려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사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정 회장과의 일문일답.

-- 윤석열 정부에 바라는 점은.
▲ 교육 부문에서 (정부가) 성과를 내야 한다고 보는 느낌이다.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해 대학 정원 늘리고 직업계고를 개편하는 등 경제 논리가 들어와 있고, 이런 것이 '교육개혁'의 중심이 되고 있다.

반도체 인재 육성이 교육개혁인가? 개혁을 위한 대안을 보여달라. 유·초·중등 교육이 바로 가기 위한 '학급당 학생 수', 돌봄 지자체 이관 등의 요구는 뒷전으로 쓸려버렸다.

교육부가 아무리 거창한 플랜을 내걸어도 교사가 실행한다.

지금은 모든 정책에서 교원이 소외돼 있다.

'시키면 한다'고 생각하면 좌시할 수 없다.

-- 초등 전일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 (돌봄은)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돌보며 데리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지 않다.

거기 남아있는 아이들이 행복하겠느냐.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정도밖에 안 되는데 그게 과연 국가가 아이들을 책임지겠다는 취지에 맞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안타까운 점은 정부에 주로 경제 논리가 많고 교육적인 접근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국가에서 8시까지 해줄 테니까 (아이들을) 맡길 수 있지 않냐고 하는데 학교와 아이들이 겪는 문제에 대한 접근은 없다.

이런 정책이 나오는 배경이 교육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

장·차관도 그렇고, 직원 중에도 전문직이 별로 없고 일반직이 훨씬 많다.

-- 그래도 정부가 추진한다면 요청하고 싶은 내용은.
▲ 학교에서 하는 게 맞냐 지자체로 가는 게 맞냐(를 생각해봐야 한다). 학교에 행정 지원인력을 보낸다고 교육부가 그러는데 그게 공염불이라는 것을 안다.

선생님도 퇴근하면 개인 생활이 있는데 만약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돌봄전담사가 학부모에게 전화하고 학부모는 담임에게 전화하는 일이 전국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생길 것이다.

돌봄을 늘리면 선생님들 본연의 업무를 못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학교가) 장소는 제공하고 모든 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하면 된다.

-- 최근 논란이 된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에 대한 생각은.
▲ (교육계에서) 교총 회장조차도 몰랐냐고 하더라. 단 한마디도 들은 바가 없다.

이렇게 귀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초등학교는 체제는 40분간 앉아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교육과정이지 놀이 중심의 누리과정이 아니다.

5세는 앉아서 배우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다.

입학연령을 1살 낮추면 예측 불가능한 일이 많이 생길 것이다.

여건이 갖춰진다고 하더라도 학부모들은 너무 큰 파급효과를 느낄 것이다.

이 정책은 다시 고려될 필요가 없다.

소모적 논쟁 하지 말자.
-- 유보(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과 유아교육 강화에 대한 의견은.
▲ 찬성한다.

유보 통합은 국가가 유아 공교육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맞다.

유아 교육계에서도 찬성한다.

의무교육으로 편입시키는 부분도 고민해볼 수 있다.

유보 통합과 함께 의무교육 체제로 장기 계획으로 내실 있게 가져가는 부분이 필요하다.

그런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번 정부 안에서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유치원·어린이집 교사 자격증 통합 등 현실적인 걸림돌이 있다.

▲ 큰 틀이 합의되면 자격 부분은 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정책연구소, 특위 등을 통해 현장 의견도 듣고 대안을 만들어볼 수 있다.

-- 학령인구 감소 때문에 교사 신규교사 임용도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많은데.
▲ 학급당 학생 수가 중요하다.

제가 초등교사 출신인데 매년 학급당 학생 수가 적을 때는 19명, 많을 때는 27∼28명이다.

학급당 학생 수가 모든 면에서 중요하지만, 개별적으로 아이를 다룰 수 있는 것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학생 수가 적으면 아이들 상담도 더 하게 되고 과제도 치밀하게 봐줄 수 있다.

'평균의 함정'이 있어서 (지금도) 과밀학급은 학생 수가 35∼40명인 곳도 있다.

맞춤형 교육을 하라고 하면서 학생 수는 많다.

20명 이하로 낮추면 학급 수가 늘어나는데 (이렇게 되면) 교사가 필요하다.

-- 젊은 교사들이 교권침해와 관련해 교원단체의 적극적인 대응을 원한다.

▲ '생활지도법'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다.

지금은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을 제지할 방법이 없다.

손만 잡아도 아동 학대다.

아이가 뛰쳐나가면 찾으러 나가야 한다.

나머지 아이들은 수업이 되지 않고 나쁜 학습효과도 생긴다.

학부모가 자녀 2∼3명을 키우는 것도 힘든데 (교사에게) 정당한 권위를 안 주면 어떻게 20명을 가르치나? (생활지도법에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새로운 (내용의) 법이 아니라 교육기본법 등에서 정한 학생 지도 내용을 담았다.

--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 대한 생각은.
▲ 중장기 교육계획을 국교위가 마련하게 돼 있다.

추천되는 분들이 정파와 이념을 초월할지 알 수 없고 여기 들어오는 21명 중 유·초·중등 전문가는 몇 명 안될 것 같다.

교육에 대한 사안을 심도 있고 성실하게 다룰 수 있는 위원 구성이 되면 좋겠다.

취지에 맞게만 운영되면 정권에 따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흔들리는 교육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