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류작업팀 "무리 합류하지 못할 경우 대비해 GPS 장치로 추적 관찰"

국내 수족관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고향 제주 바다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어떤 과제가 남아있을까.

'비봉이' 생존전략은?…'사람과 접촉 끊기·왕따 안 당하기'
전문가 등은 먼저 비봉이가 야생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과의 접촉을 끊어야 한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등에 따르면 비봉이는 1999년 또는 2000년께 출생해 5∼6살인 2005년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용 그물에 혼획돼 서귀포시 중문동 퍼시픽리솜에서 공연해 왔다.

비봉이는 지난 4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지름 20m, 깊이 8m의 원형 가두리 훈련장으로 옮겨져 살아있는 생선을 잡아먹는 먹이 훈련 등 야생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비봉이는 17년간이나 수족관 생활을 해온 탓에 사람이 가까이 다가올 경우 먹이를 주는 행동으로 착각할 수 있다.

또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경우 야생으로 돌아갔음에도 어선 등 사람이 다가갔을 때 부리를 내밀고 멈춰 서는 동작을 하면서 먹이를 구걸할 가능성도 커진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비봉이는 현재 먹이 사냥을 무리 없이 해내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 친화적이어서 방류 가능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해수부는 비봉이가 야생 본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비봉이가 지내는 가두리 주변에 낚싯배와 돌고래 관광 선박, 모터보트 등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비봉이' 생존전략은?…'사람과 접촉 끊기·왕따 안 당하기'
다른 남방큰돌고래 무리와의 잦은 교감도 비봉이가 풀어야만 하는 숙제다.

단독으로 방류되는 비봉이는 훈련 기간 야생 남방큰돌고래 무리와 최대한 접촉하며 교감을 쌓아나가야만 한다.

그래야만 야생 개체군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지 않고 무리에 잘 합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비봉이가 야생에 성공적으로 복귀하기 위한 열쇠는 남방큰돌고래 무리와 합류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냐"며 "야생 훈련 계획도 그에 맞춰 세워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남방큰돌고래 야생 훈련과 방류가 물살이 약한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앞바다에서 이뤄졌던 것과 달리, 비봉이는 주변 양어장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자주 지나는 길목인 대정읍 앞바다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방류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다행히 비봉이가 지내는 가두리 훈련장 주변으로 하루 평균 세 차례씩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목격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야생 방류 작업을 총괄하는 제주대 김병엽 교수는 "무리 생활을 하는 남방큰돌고래가 가두리에서 혼자 지내는 것이 좋지는 않아서 물살이 센 단점에도 돌고래가 많이 다니는 대정읍 앞바다에 가두리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비봉이는 무리와 합류해 생존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위치추적을 위한 GPS 식별 장치를 부착시킨 후 방류할 예정"이라며 "비봉이가 야생에 나간 뒤 무리에 합류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1년 정도 추적·관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봉이' 생존전략은?…'사람과 접촉 끊기·왕따 안 당하기'
제주도 연안에서 120여 개체가 서식 중인 것으로 알려진 남방큰돌고래는 최근 인기 TV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인 우영우 변호사가 '언젠가 제주 바다에 나가 남방큰돌고래를 보고 싶다'고 말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남방큰돌고래는 2012년 해양 보호 생물 지정 당시 국내 수족관에 총 8마리가 있었으나 2013년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총 7마리가 자연으로 돌아갔다.

비봉이가 지난 4일 고향 제주 바다로 돌아가면서 국내 수족관에는 남방큰돌고래가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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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