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현실화로 에너지효율 개선, 원전·석탄발전소 가동해야" 주장
전기요금 인상시 물가 상승 우려…산업부도 "신중히 검토"
상반기 14조 적자낸 한전 "전기요금 인상·전력도매가 규제해야"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14조원이 넘는 적자를 내며 위기에 몰린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인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전력도매가격(SMP)을 안정화해 민간 발전사들의 이익을 규제하는 한편, 연료비가 싼 원전과 석탄발전기를 최대한 가동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12일 실적 발표와 함께 별도로 '한전 대규모 적자의 문제점과 대책' 자료를 내고 "한전의 경영 혁신을 전제로 전기요금 정상화를 포함한 에너지 비용의 사회적 분담 방안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한전 중심 전력생태계 위기…전기요금 현실화로 에너지효율 개선" 주장
한전은 배포 자료에서 현재까지는 연료비 등 전력공급 원가가 급등하는 경우에도 한전이 1차적으로 충격을 흡수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왔지만, 이제는 한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한전 중심의 전력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전기요금의 에너지 가격 시그널(신호) 기능이 마비되면서 국가적인 에너지 효율 악화를 초래하고 탄소중립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 가격 변화가 에너지 소비 행태 변화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화석연료 등 에너지 수입이 증가했고, 결과적으로 무역수지와 에너지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한전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미래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탄소중립을 위한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고, 에너지 산업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시설 투자와 시장 조성도 미흡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한전은 급격히 증가하는 원가 요인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더욱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교각살우'(矯角殺牛),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상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해 전력 공급 비용을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요금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기요금 인상에 앞서 한전의 경영 혁신과 원전, 재생에너지, 화석연료로 구성된 적절한 전력 생산·수송 포트폴리오 구축을 추진함으로써 전력 공급 비용을 최소화해 국민의 부담을 우선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반기 14조 적자낸 한전 "전기요금 인상·전력도매가 규제해야"
◇ "전력도매가격 규제하고 원전·석탄발전기 최대한 가동해야"
한전은 또 정부가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한편 전력도매가격을 안정화시켜 민간 발전사의 과도한 이익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입하는 가격인 전력도매가격(SMP)은 지난해 평균 킬로와트시(㎾h) 당 94.3원에서 올해 7월에는 166.7원, 8월에는 200원까 치솟으며 전력시장 개설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국제 연료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69.4달러였던 유가는 올해 평균 102.3달러까지 올랐고, 천연가스(JKM) 가격은 지난해 mmbtu(열량 단위)당 18.5달러에서 올해 31.0달러까지 상승했다.

결국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만 14조3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이었던 지난해 영업적자(5조9천억원)를 상반기에 벌써 2배 이상 웃도는 것이다.

특히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가 작년 상반기에 비해 9조7천억원 늘어난 19조원에 달하면서 한전은 SK E&S, 포스코에너지, GS EPS 등 주요 민간발전사들이 올해 역대급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14조 적자낸 한전 "전기요금 인상·전력도매가 규제해야"
신재생 발전사업자들도 인상된 전력도매가격으로 대금을 지급받으면서 올해 작년보다 약 2배 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전력도매가격 규제를 통해 전력공급 가격을 안정화하고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처럼 발전기업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전은 "세계적으로 가스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유럽 각국은 이미 폐지한 석탄발전기들도 다시 가동하기로 결정했고 일본도 유휴 원전 재가동 승인을 내렸다"며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저렴한 원전과 석탄발전기를 최대한 가동해 가스 수입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취약계층에 대한 보조금 지원과 함께 전력회사 재정 지원과 세금 감면 등 다양한 보호 정책을 펼쳐 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한전은 현재 발전용 연료에 부과되는 세금을 인하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발전용 연료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15% 인하해 적용 중이지만, 최근 개별소비세를 50%까지 인하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반기 14조 적자낸 한전 "전기요금 인상·전력도매가 규제해야"
◇ 전기요금 인상시 물가 오름세 가팔라질 우려…산업부도 "신중히 검토"
다만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면서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위기'에 처한 민생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6.3% 오른 108.74를 기록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월과 2월 3% 후반대에서 머물다가 3월과 4월은 4%대, 5월은 5%대, 6월에는 6.0%까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기요금은 산업활동의 기본비용인데다 소비자 생활에 밀접히 연관된 만큼 상품과 서비스 물가에 전방위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연료비 조정단가는 올해 인상 폭을 모두 소진한 탓에 당장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폭은 직전 분기 대비 kWh당 최대 ±3원, 연간 최대 ±5원으로 제한돼 있는데, 한전은 3분기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를 5원 인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도 전기요금 추가 인상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생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상황을 보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