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고자 확인만 제대로 했다면…원주 실종 노부부 가족 망연자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19 구조자 오인에 초동대응, 골든타임 다 놓쳐…수색 총력 기울여 달라"
소방 "급박한 상황에 비슷한 시간대 같은 장소 구조자를 신고자로 오인" 해명
"얼마나 다급했으면 '물 한 복판'이라고 신고하셨겠나…119 신고자와 구조자 신원만 제대로 확인했더라면 수색이 12시간 이상 지연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 지난 9일 새벽 300㎜에 육박하는 집중호우로 강원 원주시 부론면 노림리 섬강 인근에서 실종된 노부부 수색 사흘째인 11일 가족들은 망연자실했다.
한모(82)·윤모(78)씨 부부가 섬강 지류 옆 농지에서 119에 구조를 요청한 것은 지난 9일 오전 5시.
당시 '물 복판에 있다'고 신고한 한씨는 6분 뒤 한 번 더 신고했다.
팔십 평생을 이동 양봉업에 종사한 한씨 부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실종 추정 지점인 섬강 지류 인삼밭 옆에 세워둔 카라반 차량에서 생활하며 벌통을 살펴왔다.
그 사이 한씨의 아내 윤씨는 막내아들(45)에게 전화해 '물이 불어나고 있다'며 급박한 통화를 이어갔다.
아들 한씨는 이 통화가 부모와의 마지막 통화였다.
119 신고 이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던 한씨 부부는 섬강 지류의 둑이 터지면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씨 부부의 가족들은 소방당국이 구조자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노부모 구조·수색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아들 한씨는 "요구조자가 '물 한복판 신고자'가 맞는지, 최소한 구조자의 전화번호라도 확인했다면 이런 황당한 일은 없었을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한씨 가족들은 초동대응 미흡도 지적했다.
한씨 아들은 "고무보트가 없었다면 육상으로 구조를 시도하거나, 다른 소방관서에 요청해서라도 수상 수색에 나섰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소방당국은 공교롭게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장소에서 신고됐고, 119 신고 접수 20여 분 만에 급류가 휩쓴 급박한 상황에서 구조한 50대 남성이 신고자인 것으로 오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방과 실종 노부부 가족의 주장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119 구조대가 신고 지점에 도착한 것은 오전 5시 24분. 최초 신고 후 24분 뒤였다.
통상 출동과 동시에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어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지만, 노부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게다가 이미 현장은 도로까지 물이 차올라 도보로는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전 6시께 고무보트를 이용해 수상 수색에 나선 구조대는 오전 7시 17분께 물이 차오르는 컨테이너 근처에서 50대 1명을 발견해 구조했다.
당시 구조대는 이 남성에게 '신고자가 맞느냐'고 물었고, 이 남성은 '직접 신고한 것은 아니고, 물이 차올라 65m 상류의 양계장 측에 대신 119 신고를 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구조대는 이 남성이 '물 한 복판' 신고자인 한씨 부부로 판단, 안전지대로 대피시킨 뒤 구조를 종료한 것이다.
하지만 구조한 50대 남성이 119에 다급하게 신고한 한씨 부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한씨 아들의 경찰 신고 시각인 오후 5시께다.
최초 신고로부터 12시간이나 지난 뒤였다.
결국 소방당국은 오후 7시 42분께 뒤늦게 재수색에 나섰다.
아들 한씨는 "신고자인 부모가 아닌 사람을 구하고 상황을 종료한 사이 12시간가량 수색에 손을 놓은 셈이 됐다"며 "그 사이 노부모가 카라반 속에서 급류에 휩쓸려 하류로 떠내려갔을 것을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원망했다.
실종 노부부에 대한 재수색에 나선 소방 등 구조 당국은 재수색 2시간여 만인 오후 9시 34분께 노부부 소유의 화물차 1대와 카라반 차량 차체 1대 등 차량 2대를 실종 추정 지점에서 발견했다.
한씨의 아들은 "이동 양봉업을 하는 노부부를 위해 지난해 화물차에 카라반을 얹은 개량 카라반 차량을 제작해 드렸다"며 눈물을 흘렸다.
사고 당시 한씨 부부가 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카라반은 차체와 분리된 채 급류에 휩쓸려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당일 오전 7시 15분께 실종 추정 지점에서 11㎞ 하류 남한강대교 부근을 떠내려가는 모습이 한 시민의 휴대전화 카메라에 포착됐을 뿐이다.
소방과 경찰은 2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실종 지점부터 흥원창까지 5㎞ 구간을 1㎞씩 5개 구간으로 나눠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실종자를 빨리 찾는 것이 급선무"라며 "당시 같은 장소에서 119 신고가 접수됐고, 급류에 고립된 50대 구조자가 신고자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공교로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소방 "급박한 상황에 비슷한 시간대 같은 장소 구조자를 신고자로 오인" 해명
"얼마나 다급했으면 '물 한 복판'이라고 신고하셨겠나…119 신고자와 구조자 신원만 제대로 확인했더라면 수색이 12시간 이상 지연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 지난 9일 새벽 300㎜에 육박하는 집중호우로 강원 원주시 부론면 노림리 섬강 인근에서 실종된 노부부 수색 사흘째인 11일 가족들은 망연자실했다.
한모(82)·윤모(78)씨 부부가 섬강 지류 옆 농지에서 119에 구조를 요청한 것은 지난 9일 오전 5시.
당시 '물 복판에 있다'고 신고한 한씨는 6분 뒤 한 번 더 신고했다.
팔십 평생을 이동 양봉업에 종사한 한씨 부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실종 추정 지점인 섬강 지류 인삼밭 옆에 세워둔 카라반 차량에서 생활하며 벌통을 살펴왔다.
그 사이 한씨의 아내 윤씨는 막내아들(45)에게 전화해 '물이 불어나고 있다'며 급박한 통화를 이어갔다.
아들 한씨는 이 통화가 부모와의 마지막 통화였다.
119 신고 이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던 한씨 부부는 섬강 지류의 둑이 터지면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씨 부부의 가족들은 소방당국이 구조자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노부모 구조·수색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아들 한씨는 "요구조자가 '물 한복판 신고자'가 맞는지, 최소한 구조자의 전화번호라도 확인했다면 이런 황당한 일은 없었을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한씨 가족들은 초동대응 미흡도 지적했다.
한씨 아들은 "고무보트가 없었다면 육상으로 구조를 시도하거나, 다른 소방관서에 요청해서라도 수상 수색에 나섰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소방당국은 공교롭게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장소에서 신고됐고, 119 신고 접수 20여 분 만에 급류가 휩쓴 급박한 상황에서 구조한 50대 남성이 신고자인 것으로 오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방과 실종 노부부 가족의 주장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119 구조대가 신고 지점에 도착한 것은 오전 5시 24분. 최초 신고 후 24분 뒤였다.
통상 출동과 동시에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어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지만, 노부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게다가 이미 현장은 도로까지 물이 차올라 도보로는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전 6시께 고무보트를 이용해 수상 수색에 나선 구조대는 오전 7시 17분께 물이 차오르는 컨테이너 근처에서 50대 1명을 발견해 구조했다.
당시 구조대는 이 남성에게 '신고자가 맞느냐'고 물었고, 이 남성은 '직접 신고한 것은 아니고, 물이 차올라 65m 상류의 양계장 측에 대신 119 신고를 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구조대는 이 남성이 '물 한 복판' 신고자인 한씨 부부로 판단, 안전지대로 대피시킨 뒤 구조를 종료한 것이다.
하지만 구조한 50대 남성이 119에 다급하게 신고한 한씨 부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한씨 아들의 경찰 신고 시각인 오후 5시께다.
최초 신고로부터 12시간이나 지난 뒤였다.
결국 소방당국은 오후 7시 42분께 뒤늦게 재수색에 나섰다.
아들 한씨는 "신고자인 부모가 아닌 사람을 구하고 상황을 종료한 사이 12시간가량 수색에 손을 놓은 셈이 됐다"며 "그 사이 노부모가 카라반 속에서 급류에 휩쓸려 하류로 떠내려갔을 것을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원망했다.
실종 노부부에 대한 재수색에 나선 소방 등 구조 당국은 재수색 2시간여 만인 오후 9시 34분께 노부부 소유의 화물차 1대와 카라반 차량 차체 1대 등 차량 2대를 실종 추정 지점에서 발견했다.
한씨의 아들은 "이동 양봉업을 하는 노부부를 위해 지난해 화물차에 카라반을 얹은 개량 카라반 차량을 제작해 드렸다"며 눈물을 흘렸다.
사고 당시 한씨 부부가 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카라반은 차체와 분리된 채 급류에 휩쓸려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당일 오전 7시 15분께 실종 추정 지점에서 11㎞ 하류 남한강대교 부근을 떠내려가는 모습이 한 시민의 휴대전화 카메라에 포착됐을 뿐이다.
소방과 경찰은 2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실종 지점부터 흥원창까지 5㎞ 구간을 1㎞씩 5개 구간으로 나눠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실종자를 빨리 찾는 것이 급선무"라며 "당시 같은 장소에서 119 신고가 접수됐고, 급류에 고립된 50대 구조자가 신고자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공교로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