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억원 로또 당첨금으로 하나된 남북…영화 '육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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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에 당첨된 로또다.
어느 술집에서 나눠준 소주 판촉용 로또가 발단이 된다.
버려진 로또는 바람을 타고, 군용 지프에 실려 최전방 육군부대에 도착한다.
로또를 주운 말년 병장 천우(고경표 분)는 티브이(TV)로 로또 추첨을 보다가 기절하고 만다.
당첨금은 57억 원이었다.
그러나 경계근무 중 책을 읽다가 책장 사이에 고이 모셔둔 로또가 또 바람을 타고 북으로 날아가버린다.
로또를 주운 용호(이이경)는 대남 해킹 담당 철진(김민호)에게 종이 쪼가리의 정체를 듣고 나서 천우를 만나 협상을 시작한다.

오히려 남한 병사보다 더 절실할 수 있다.
'육사오'는 북한에서 로또를 부르는 말이다.
영화는 1등 당첨 로또가 마치 대북전단처럼 군사분계선 너머로 날아간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유머뿐 아니라 남북관계의 상징도 담았다.
이들은 당첨금 배분을 위해 '공동급수구역'에 3대3으로 모여 회담을 한다.
남측 병사들은 로또를 찢어버리겠다는 북측의 엄포를 '벼랑 끝 전술'이라고 비난한다.
남측 병사들은 '통 큰 결단'으로 당첨금 배분 비율을 결정한다.
양측은 합의문을 작성해 낭독한다.

등장인물들은 애국심과 민족애로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지만, 영화는 이마저도 유머로 승화시킨다.
로또 당첨금 배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두고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며 경계와 협력을 거듭하는 병사들 모습 자체가 남북관계를 닮았다.
목표를 완수하기 직전 제3자의 개입으로 파투 위기를 맞기도 한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세태에 대한 관점도 무겁지 않게 담겼다.

국방마트(PX) 냉동식품과 총기 손질 등 남성 관객의 군생활 추억을 소환하는 소재도 빠짐없이 배치했다.
나아가 가족 신파나 억지 감동, 과도한 진지함을 배제하면서도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한다는 점에서 잘 만든 코미디 영화다.
'박수건달'과 '달마야 놀자' 등 코미디 영화 각본을 쓴 박규태 감독이 '날아라 허동구' 이후 15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박 감독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되뇌기보다는 이 땅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잘살 수 있을지 유쾌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4일 개봉. 113분. 12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