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빅클럽들의 최상위 축구 대회 유러피언슈퍼리그(ESL)가 엎어졌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이를 본뜬 '아프리칸슈퍼리그'가 실현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아프리카축구협회(CAF)가 총상금 1억달러(약 1천308억원)가 걸린 '아프리카판 슈퍼리그'의 출범을 10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아프리카 내 24개 클럽이 출전하는 이 대회가 내년 8월부터 개막할 예정이라고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8팀씩 3개로 조로 나눈 후 조별리그와 와일드카드를 포함한 플레이오프(PO) 제도가 혼합된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만 어느 구단이 참여하게 되는지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아울러 무산된 유럽의 ESL과 거리를 두는 의미에서 '슈퍼리그' 대신 '아프리카축구리그'(AFL)가 공식 명칭이 될 확률이 높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CAF 챔피언스리그와 별도로 운영될 이 리그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잔니 인판티노 회장이 2020년 초 내놓은 구상에서 시작해 CAF의 퍼트리스 모체페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것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2020년 2월 CAF가 모로코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아프리카 내 20개 최고 구단을 모아 리그를 진행해야 한다.
이 리그는 최소한 2억달러(약 2천617억원) 상당의 수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모체페 회장도 이런 주장에 맞춰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이 대회를 통해 구단들이 수익을 내 세계적 기량의 선수들을 붙잡을 수 있게 될 것이라 강조해왔다.
실제로 이번에 모체페 회장이 내건 총 상금액 1억달러는 CAF 챔피언스리그에 걸린 총 상금액 1천250만달러(약 163억원)의 8배에 달한다.
우승팀에 주는 상금도 CAF 챔피언스리그가 250만달러(약 33억원)에 불과하지만 새로 출범할 대회에서 우승하면 1천160만달러(약 152억원)를 받을 수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프리카 구단주들은 CAF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데 드는 비용이 상금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해왔다.
CAF 챔피언스리그에서 4회 우승한 에스페란스 드튀니스의 함디 메뎁 회장은 AFP에 "비용과 이익을 모두 고려하면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며 "아프리카는 큰 대륙이라 때로는 비행편에 10만달러를 써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원조'인 유럽의 ESL과 달리 아프리카 내에서 반대 목소리는 크지 않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프로축구 선수협회가 "자국과 아프리카 전역의 프로축구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며 성명을 낸 정도가 주목할 만한 반대의견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ESL은 지난해 4월 AC밀란, 인터 밀란, 유벤투스(이상 이탈리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아스널, 첼시,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홋스퍼(이상 잉글랜드) 등 유럽 12개 빅클럽이 참여 의사를 밝혔던 유럽 최상위 축구 대회다.
하지만 '부자 구단들을 위한 축제'라는 축구계 안팎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발표 72시간 만에 9개 구단이 탈퇴를 선언해 동력이 상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