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천99억→올해 4천202억원…노후시설물 보강 예산 감소
서울시 "시의회서 한 차례 삭감…대규모 사업 마무리로 예산 줄어"
집중호우 경고에도 서울시 수방·치수 예산 896억 줄었다(종합)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올해 수방 및 치수 예산을 900억원가량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서울시의 '2022년 예산서'에 따르면 시는 올해 수방 및 치수 분야에 4천202억원을 배정했다.

2021년 5천99억원보다 약 896억원(17.6%) 줄어든 규모다.

크게 치수 및 하천관리가 1천517억원에서 1천88억원으로 429억원, 하수시설 관리가 3천581억원에서 3천114억원으로 467억원 각각 감소했다.

집중호우 경고에도 서울시 수방·치수 예산 896억 줄었다(종합)
일반회계 세부항목을 보면 노후수문 개량 및 빗물펌프장 시설 보강 등 수방대책 사업 예산이 208억원에서 176억원으로 32억원 줄었고, 빗물관리시설 확충도 31억원에서 19억원으로 12억원 삭감됐다.

하천복원 및 정비사업 역시 745억원에서 399억원으로 347억원 깎였다.

서울시는 애초 4천45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였던 지난 시의회에서 248억원(5.9%)가 삭감됐다.

서울시가 최근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안전등급 D등급 이하인 노후·불량 하수시설물 정비 등에 292억원을 배정했지만 이번 폭우 피해를 막기에는 뒤늦은 조치였다.

2010년 9월 광화문과 강남 등 도심 침수 피해와 2011년 7월 우면산 산사태를 겪으면서 서울시는 수방·치수 예산을 확대해왔다.

집중호우 경고에도 서울시 수방·치수 예산 896억 줄었다(종합)
2011년 8월 우면산 산사태 이후 오세훈 당시 시장은 "10년간 5조원을 투입해 시간당 100㎜ 집중호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수해 안전망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대책에는 하수도 관거 용량 확대, 방재용 대심도 터널 도입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직후 오세훈 시장이 물러나고,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대심도 터널 공사가 7곳에서 1곳으로 줄어드는 등 일부 사업들은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최근 10년간 서울시의 수방·치수 예산은 연초 예산서 기준으로 2012년 4천317억원에서 꾸준히 늘어 2017년 처음으로 5천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2019년 6천168억원까지 늘었다.

이후 2020년 5천341억원, 2021년 5천189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5천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서울시는 "지난 10년간 투입한 예산이 3조6천792억원"이라며 "총 45개 사업 중 40개 사업을 완료했고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들은 마무리 단계에 있어 수방 관련 예산이 2020년부터 감소 추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상기후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상황에서 대책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급한 방재시설 보강이나 유지에 들어가는 예산은 크게 줄지 않았다"며 "이번에 예상을 넘어서는 폭우가 발생해 피해를 막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향후 노후 하수도관 정비 등 시급한 사안에 대해서는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수해 복구를 위해 필요하면 재난기금과 예비비 등을 투입할 방침이다.

시는 "향후 일제 전수조사를 통해 수방 및 치수 관련 보강 수요를 면밀히 파악해 내년도 본예산에 적극 반영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