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순방' 김의장 면담…北유학·외교관, 남북서 20여년 보내
차우셰스쿠-김일성 회담, 통역…"분단-이산가족은 참사, 통일 빨리와야"
김진표 "한-루마니아 외교 산증인…한반도 평화기원·한글 사랑에 감사"

'南北서 20여년' 초대 주한 루마니아 대사 "한반도, 제2의 조국"
"한반도가 저에게는 제2의 조국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에서 외교관 생활, 북한에서의 유학생활 등 남북에서 총 20여 년을 보냈던 한반도 전문가 이지도르 우리안(88·Izidor URIAN) 초대 주한 루마니아 대사는 8일(현지시간) 한반도에 대한 애정을 이같이 표현했다.

취임 후 첫 해외순방 일정의 일환으로 폴란드 바르샤바에 이어 전날부터 루마니아를 방문 중인 김진표 국회의장과 부쿠레슈티 시내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가진 만남에서다.

우리안 전 대사는 남북을 가장 잘 아는 한반도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6·25 전쟁 직후인 1954년부터 1960년까지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한국어학과 학사를 취득했다.

이후 1960년대부터 주북한 루마니아 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3차례 연속 근무했다.

특히 1989년 처형된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전 루마니아 대통령이 1978년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북한 주석을 만났을 때 통역을 맡기도 했었다.

이후 한·루마니아 수교를 성사시키며 1990년부터 1994년까지 초대 주한 루마니아 대사를 지냈다.

우리안 전 대사는 고령으로 청력이 다소 떨어지고 지팡이를 짚은 모습이었지만 김 의장과 접견 내내 북측 억양이 섞인 우리말을 능숙히 구사했다.

김 의장은 우리안 전 대사에게 "한국과 루마니아 외교의 산증인"이라면서 "고령이신데 이렇게 직접 (호텔을) 찾아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올렸다.

김 의장은 "북한에서도 근무를 하시고 초대 대한민국 주재 루마니아 대사로 근무를 하셨다"면서 "요즘도 한반도 평화를 늘 기원하고, 한국어를 잊지 않기 위해 여전히 열심히 공부 하신다고 들었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안 전 대사는 조금만 있으면 자신의 나이가 아흔이라면서 "(고령으로) 신문 등을 더는 보지는 않지만 한반도 뉴스와 소식을 아주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면서 "한국, 한반도가 저의 생활의 일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안 전 대사의 부인도 한국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고, 특히 지난 3월에는 루마니아 역사잡지에 '아리랑'의 역사를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안 전 대사는 "(한반도에서) 마지막에는 대사 자격으로 한국에서 거의 5년을 보냈다"면서 "아주 좋은 기억들이 상당히 많았다.

당시 사진도 많이 보관하고 있다"면서 남북에서 지내던 시절을 담은 10장 안팎의 사진을 꺼내보였다.

그는 한국에서 개최된 외국인 웅변대회에서의 1등 수상, 북한 김일성 주석 생가 방문, 차우셰스쿠의 평양 방문, 한·루마니아 간 수교,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의 신임장 제정, 대사를 마치고 귀임 전 우리 정부로부터의 훈장 수상 등과 관련한 사진을 꺼내 일일이 설명했다.

특히 한·루마니아 수교 관련 사진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사진"이라고 평가하고,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훈장에 대해서는 "아주 귀중히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南北서 20여년' 초대 주한 루마니아 대사 "한반도, 제2의 조국"
그는 초대 주한 루마니아 대사로 부임 당시 부쿠레슈티에서 모스크바, 도쿄를 거쳐 서울에 도착했다며 당시 기나긴 여정을 상기했다.

그는 북한으로 유학을 떠날 당시에는 평양까지 가는 데 약 14일이 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안 전 대사는 김 의장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 분단에 대해 "같은 민족이 둘로 갈라져 사는 것은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한쪽에는 부모가, 다른 한쪽에는 아이들이 (이산가족으로) 갈라져 있는 것은 큰 참사"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많은 (이산가족) 분들이 한반도의 통일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고, 지금 생존하고 계신 분들도 통일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실 것"이라면서 "상당히 가슴이 아픈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때가 되면 통일되는 것은 틀림없다.

그밖에 다른 길이 없다.

같은 민족이고 같은 말과 같은 역사를 가진 사람들이 분단된 상태로 살 수는 없다"며 "독일이 통일됐고 베트남이 통일됐다.

한반도에서도 그때가 빨리 와야 되겠다.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