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페이스북에 "가처분 신청 합니다, 신당 창당 안합니다"
가처분 인용 시 이준석 정치적 반전…기각 시 치명상
'대표직 박탈' 이준석, '법적대응' 벼랑끝 전술 편다(종합)
국민의힘이 9일 전국위원회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들어가자, '자동해임'된 이준석 대표 측은 법적대응 방침을 재확인하며 전면전을 선언했다.

다만 일각의 신당 창당설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비대위 전환으로 대표직을 박탈당하게 된 이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가처분 신청 합니다.

신당 창당 안 합니다"라며 전국위 의결을 포함한 비대위 전환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하기로 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오세훈 서울시장, 정미경 최고위원을 비롯해 서병수 전국위 의장 등 중진의원들의 만류에도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대표로선 수장을 맡았던 소속 정당에 총부리를 겨누는 셈 아니냐는 당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치킨게임'에 들어간 셈이다.

이 대표는 오는 13일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로, 가처분 신청 시점은 이번주 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의 '당원권 정지 6개월' 결정에는 대표직 복귀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이 결정을 뒤집고 비대위라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된 상황에서 가처분 신청이라는 '벼랑 끝 전술'마저 불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대표 본인과 끝까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지 않은 채 '동반 해임' 상태가 된 김용태 최고위원, 이 대표를 지지하는 책임당원 등이 각각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가, 김 최고위원은 가처분 신청을 내지 않기로 이날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오는 13일 입장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도 예고한 바 있다.

이 대표가 실제로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게 되면 집권여당 대표가 소속 정당의 결정에 반발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이 대표가 가처분 신청을 해 법원이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준다면 이 대표를 둘러싼 모든 상황은 반전의 계기를 맞게 된다.

당대표직 복귀와 함께 당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 그룹과의 권력 투쟁에서도 반격의 기반을 잡게 될 전망이다.

당 지도부 붕괴를 초래한 최고위원 줄사퇴와 윤리위 결정 등에도 정치적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이 대표 측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고위원에서 차례로 사퇴한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의원을 언급한 뒤 "몇몇 최고위원들이 마음먹고 동반 사퇴해 당 대표의 궐위를 이끄는 식으로 지도체제를 흔들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과 이 대표의 실권에 법원이 정당성을 부여한 셈이어서, 이 대표는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게 된다.

다만 이 대표 측에선 '기각' 시나리오에도 개의치 않겠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김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각된다고 해도 이 대표에게 치명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라며 "정당의 절차·당원 민주주의가 훼손된 사례가 정황상 인정되고, 법원이 정당의 의사 결정에 개입하는 것이 어렵다는 취지의 기각이라면 그것 또한 정치적 메시지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 대표와 정면충돌한 당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그룹을 향한 날 선 비판도 나왔다.

지난 대선에서 선대위 정세분석실장으로 일했던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핵관의 2선 후퇴를 주장하면서 "대통령에게 이제 윤핵관을 믿지 말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 직책이 없는 윤핵관에게 당내 인사들도 줄 서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이 대표와 가까운 신인규 상근부대변인은 페이스북 글에서 "'혹세무민', '앙천대소', '망월폐견'까지 사자성어가 난무하는 국민의힘은 민심 속으로 가야 한다.

국민 속에서 무엇이 상식인지 깨닫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해당 사자성어는 윤핵관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로, 친윤그룹과 갈등을 빚는 이 대표를 겨냥한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