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분리터널 완공에도 역부족…배수구역 조정공사는 예산 문제로 지연

처리 용량을 넘어선 강우량이 최대 원인으로 꼽히지만 기후 변화로 국지성 집중호우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상황에서 서울시의 예방 대책이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강남구와 서초구 지역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강남구는 116㎜, 서초구는 110㎜에 달했다.
강남 지역의 시간당 최대 강우 처리 용량 85㎜를 훌쩍 넘어선 수치이며, 150년 빈도의 폭우에 해당한다.
강남역 일대는 서울의 대표적인 상습 침수 지역으로 꼽힌다.
주변보다 10m 이상 지대가 낮아 서초와 역삼 고지대에서 내려오는 물이 고이는 항아리 지형인 데다 반포천 상류부의 통수능력 부족 등으로 인해 침수가 잦았다.
특히 빗물 흡수가 안 되는 아스팔트가 많고, 서운로 하수관로로 빗물이 집중되면서 압력을 이기지 못한 맨홀 뚜껑이 열려 하수가 역류하곤 했다.

이에 서울시는 2015년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발표하며 ▲ 잘못 설치된 하수관로를 바로잡는 배수구역 경계조정 ▲ 서울남부터미널 일대 빗물을 반포천 중류로 분산하는 지하 배수시설인 유역분리터널 공사 등을 추진했다.
사업비로는 배수구역 경계조정에 85억원, 반포천 유역분리터널 조성에 348억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예산과 설계 문제 등으로 인해 공사는 계속 지연됐다.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는 하천수위보다 높은 고지대와 하천수위보다 낮은 저지대의 경계를 조정해 빗물의 배출방식을 개선하는 사업인데 노면수를 빗물펌프장으로 보내기 위해 하수관 약 8㎞를 설치하는 게 골자다.
애초 2016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예산과 지장물 이설 문제로 인해 2024년까지 연장된 상태다.

그 사이 2020년 8월 강남역에 하수가 역류하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애초 계획대로 2019년 터널이 완공됐다면 막을 수 있는 피해였다.
분리터널 공사 완료로 30년 빈도(시간당 95mm)의 강우를 방어할 능력이 확보됐지만, 여전히 이번과 같은 기록적 폭우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2015년 당시 장기적으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와 연계한 대심도 다기능터널 설치도 검토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진행된 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하 대규모 저류·배수공간인 대심도 터널은 과거 서초구에서 제안했지만, 시는 관리비가 많이 들고, 하수의 역류를 근본적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난색을 보인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30년 빈도 강우 대응을 목표로 대책을 마련해왔는데 이번과 같은 폭우에 대응하려면 정부와 협의해 강우 대응 목표를 올려야 한다"며 "예산 등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