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로 살핀 권태효 한국무속학회 회장의 책 '최초의 죽음'
피할 수 없는 죽음…신의 선물인가, 인간의 선택인가?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 했다.

만난 사람은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이다.

이렇듯 인간에게 죽음은 필연이다.

하지만 인간은 영원한 삶을 갈망했다.

설사 죽더라도 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죽음 후의 재생을 꿈꿨다.

국립민속박물관의 학예연구관이자 한국무속학회 회장인 권태효 박사는 신간 '최초의 죽음'을 통해 수천 년 동안 인류가 고민해 온 죽음과 저승에 대한 신비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국내외 신화(神話) 34편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 그 연결고리를 다양한 그림, 조각, 사진과 함께 살펴보는 것이다.

"인간에게 죽음은 자연적이고 필연적인 현상이다.

이 때문에 죽음에 대한 다양한 사고가 의례나 신앙을 비롯한 인간의 삶 전반에 폭넓게 투영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신화는 죽음에 대한 인간의 사고를 응집한 결정체다.

"
책은 모두 7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신이시여, 죽게 하소서'를 시작으로 '죽음을 가져다준 동물', '끝과 시작, 둘이 아닌 하나', '불로불사, 인간의 영원한 꿈', '영원한 생명을 찾아서', '죽음의 세계를 먼저 경험한다면'을 거쳐 마지막 장인 '생사를 넘나드는 유쾌한 상상'까지 이어진다.

피할 수 없는 죽음…신의 선물인가, 인간의 선택인가?
피할 수 없는 죽음…신의 선물인가, 인간의 선택인가?
죽음은 신의 뜻일까, 아니면 인간의 뜻일까? 세계의 여러 신화로 보자면 신은 애초부터 인간에게 영생을 부여했다.

그런데 죽음이 없어 세상은 혼란스러워졌다.

이런 혼돈은 신의 고민이자 인간의 고민이었다.

이에 따라 죽음이 탄생했다는 신화가 곳곳에서 출현했다.

세상을 창조한 최고신 브라흐마가 세상의 혼돈을 극복하기 위해 죽음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신의 의지를 잘못 전달해 인간에게 죽음이 생겼다는 신화도 곳곳에 남아 있다.

북유럽 신화의 최고신 오딘은 까마귀를 통해 그 뜻을 인간에게 전달했는데, 매개자인 까마귀가 이를 멋대로 왜곡해 잘못 전하는 바람에 죽음이 생겨났다는 얘기다.

태어나는 순서대로 차례차례 죽지 않는 이유는 또 뭘까? 중국의 소수민족 하니족(哈尼族)의 신화에 따르면, 신이 본래는 노인만 죽도록 했지만 전달자가 그 내용을 잊어버려 말을 잘못 전하면서 죽음의 순서가 없어졌다고 한다.

죽음은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대상이다.

모든 공포의 핵심은 바로 이 죽음에서 비롯된다.

질병이나 전쟁, 사고 등은 궁극적으로 죽음으로 귀결되기에 두려움을 갖게 한다.

그래서 신화의 주인공들은 영생을 구하는 긴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불사의 약을 구하려 애쓰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다면 죽음의 장점은 없을까? 다음은 이에 대한 저자의 말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능력 중 하나는 죽음을 인식한다는 점이다.

죽음이라는 한정된 기한이 있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

역설적이지만 죽음이 있어 삶이 풍요로울 수 있고, 오늘날과 같이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다.

만약 세상에 죽음이 없다면 어떠했을까?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아무런 변화 없이 계속되는 시간의 굴레를 되풀이하며 살 것이다.

"
지식의날개. 304쪽. 1만9천5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