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로봇수술 때 수술 구멍 2개로 줄여 통증 감소 등 효과 입증
국내 의료진이 새로운 로봇 수술 기법을 개발해 로봇 수술 표준 매뉴얼을 바꾸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김현구 고려대 구로병원 흉부외과 교수(사진)입니다. 김 교수는 5년 전인 2017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다른 보조 수술 도움 없이 로봇 수술기기만을 활용해 폐암을 제거하면서 학계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김 교수가 새로 안전성을 입증한 기법은 폐암 수술 시 가슴에 구멍을 두 곳만 뚫고 하는 수술입니다. 4~5개를 뚫던 기존 수술보다 상처 부위를 절반 이하로 줄였습니다. 2018년 이 수술을 세계 처음 선보인 김 교수는 그동안 수술한 환자 사례를 분석해 지난달 말 국제학술지 월드저널오브서저리에 발표했습니다.

로봇 수술을 하려면 수술용 칼, 내시경 등이 달린 긴 관을 넣기 위해 환자 피부에 구멍을 내야 합니다. 구멍이 늘어날수록 피부에 상처 등이 많이 남고 통증도 커질 수 있습니다. 구멍을 줄이면 이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그만큼 수술 난도는 높아집니다. 난도가 높아지면 사망이나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죠. 피부에 뚫는 구멍을 줄이면서도 이런 부작용을 잘 조절하는 게 로봇 수술 기술의 핵심입니다.

국내 의료진이 많은 기술을 개발하면서 복부 로봇 수술은 구멍을 하나만 뚫고 하는 단일공 수술이 널리 보급됐습니다. 하지만 흉부 수술은 달랐습니다. 갈비뼈 아래로 수술용 기기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폐암 수술을 위해선 구멍을 4~5개 뚫어야 했죠.

이번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김 교수는 구멍을 두 곳 뚫는 2포트 수술이 세 곳 뚫는 3포트 수술보다 통증이 적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4~5포트 수술에서도 한 단계 더 진화한 것이죠. 수술에 걸린 시간은 2포트 179분, 3포트 227분으로 2포트 그룹이 짧았습니다. 사망률, 합병증, 입원 기간 등에선 차이가 없었습니다. 구멍을 적게 뚫어도 환자 안전성이 높다는 점을 입증한 것입니다.

지난달 김 교수는 구멍을 하나만 뚫는 단일공 로봇 수술을 흉부종양 수술에 적용해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세계 처음으로 입증했습니다. 흉부외과에서 로봇 수술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이번 성과에 대해 김 교수는 “적은 수의 포트로도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며 “로봇 수술에서도 포트 수를 점차 줄여 빠른 회복을 돕고 흉터를 최소화하는 등 기술을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