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5세 입학'과 달리 공약·국정과제·업무보고 모두 포함
"입학연령 하향 철회하고 유보통합·유아교육 의무화 나서야"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성급하게 추진한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이번 논의의 단초가 된 유보통합이 오히려 '출구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을 뜻하는 유보통합은 '느닷없이 튀어나왔다'는 평가를 받는 입학연령 하향 조정안과 달리,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시절 공약이나 정부의 국정과제에 모두 들어 있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만 3∼5세가 갈 수 있는데, 두 기관에 적용되는 법과 관리하는 정부 부처가 다르고 교사 자격, 운영 방식 등이 달라 두 기관에 다니는 유아들 사이에 교육격차가 있다는 지적이 수십 년간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권주자 시절인 지난해 9월 유보통합 1단계의 일환으로 만 5세 대상 전면무상보육을 실시해 누리과정을 고도화하고 민간어린이집 서비스의 수준과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로 교육격차 해소' 과제에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와 함께 유보통합추진단을 운영해 단계적으로 유보통합을 추진하고 초등전일제 교육을 추진하는 방안이 담겼다.

유보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만 5세 입학 방안이 추진되는 것이라는 언급은 계속 나오고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전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유보통합, 초등 전일제, 고교체계 개편, 대입제도 개편이 다 연결된 국정과제들"이라며 "시작점이 결국은 유아교육 초등교육에 있고 핵심은 교육과 돌봄의 통합이다.

그 수단으로 취학 연령 조정을 검토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입학연령 하향은 유아 발달단계에 맞지 않고 돌봄 공백·사교육 증가 가능성 등 국내 교육여건에 맞지 않는다는 거센 반발만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교육으로서 유아교육 강화를 추진한다면서 그 방안으로 만 5세를 유아교육에서 빼내 초등교육으로 편입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논란이 커지자 사회적 논의를 이제 시작하려는 단계이지 입학연령 하향은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물러서는 한편, 교원·학부모 단체, 전문가 의견 수렴, 대국민 수요조사 계획 등 공론화 절차에 나섰다.

이미 반대 여론이 많고 사회적·경제적 비용에 비해 실익이 적다는 연구 결과가 많아 이전 정부들에서도 여러 차례 무산됐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밀어붙이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유보통합 본격 추진을 통한 유아교육 강화가 초등 입학연령 하향 방안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미래교육연구팀장은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과 '만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가 개최한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만 5세 초등취학 학제개편은 철회하고 국정과제인 유보통합을 통한 체제개편, 유아교육과 초등의 유연한 연계 등에 총력을 다하라"고 제언했다.

박 팀장은 "만 5세 초등취학이 아닌 만 5세 유아학교 체제의 의무교육 실현으로 방향을 우회하여 타협점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며 "국정과제로 약속한 유보통합 정책을 상향평준으로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전면 무상교육에서 더 나아가 의무교육까지 갈 수 있도록 현실성 있는 체제개편의 장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유보통합은 이해관계에 따른 쟁점이 많아 오랫동안 풀지 못한 '난제'였다.

유아교육의 의무화나 유아교육 기간 학제화 방안에 대해서도 '예비 초등 1학년'으로 여겨져 학습이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 만 3∼5세 유아교육·보육기관 취학률이 90% 이상으로 높은 상황에서 유아교육의 의무교육화는 실익이 적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유보통합의 어려움을 취학연령 하향과 같은 학제개편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고효선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도 이날 토론회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이원적 구조에 따른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이는 이미 존재하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이미 공교육 체계 한 과정으로 작동하는 유아교육 체계 안에서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무리하게 학제를 개편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