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신간] 여름의 피부·숨은 말 찾기
▲ 여름의 피부 = 이현아 지음.
잡지사 에디터를 거쳐 IT 회사에서 UX(사용자경험) 라이터로 일하는 저자의 첫 예술 산문집이다.

유년과 여름, 우울과 고독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를 푸른 그림을 통해 풀어낸다.

저자에게 푸른색은 비밀과 고요를 머금은 듯 깊은 곳으로 침잠하는 색이면서 가장 밝게 빛나는 청명한 색이기도 하다.

저자의 그림 사랑은 대단하다.

조지아 오키프의 발자취를 따라 미국 서부로의 로드 트립을 계획하고, 소설가 제임스 설터의 표지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던컨 한나를 만나기 위해 뉴욕으로 날아간다.

그림을 바라보고 모으는 것을 넘어 꾸준히 그림일기도 쓴다.

저자는 에드바르 뭉크, 발튀스 등의 그림을 통해 유년기에 겪은 상실과 그리움, 애도의 시간을 이야기한다.

또 루치타 우르타도의 그림을 보며 생의 기쁨과, 폴 델보의 그림을 보며 현대인이 겪는 불안감과 연결한다.

저자는 "모난 구석을 가진 사람들, 뾰족함을 연마하거나 닳지 않도록 애쓴 이들이 좋다"고 말한다.

푸른숲. 236쪽. 1만6천800원.
[신간] 여름의 피부·숨은 말 찾기
▲ 숨은 말 찾기 = 홍승은 지음.
'당신이 계속 불편했으면 좋겠습니다' 저자로 자신을 강연 노동자이자 집필 노동자로 소개하는 홍승은이 입을 떼기 전에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될까'라고 망설이는 이들에게 건네는 용기의 뒷모습을 담은 에세이다.

달변가로 보이는 이들이 두려움 속에서 어떻게 용기를 내는지 솔직하게 풀어냈다.

저자는 내 안에 숨은 말을 찾으려면 적극적으로 들으라고 권유한다.

듣기야말로 말 잘하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청소년, 성 소수자, 장애인 등의 말을 환대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그는 "내 말하기가 허공을 향한 독백이 아니라 끊임없는 말 걸기"라고 강조한다.

위즈덤하우스. 272쪽. 1만5천원.
[신간] 여름의 피부·숨은 말 찾기
▲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 정희진 지음.
여성학 연구자이자 서평가인 저자의 글쓰기 시리즈 4·5권이다.

4권은 논쟁적인 다큐멘터리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 '기억의 전쟁'부터 1천만 관객을 모은 영화 '부산행', 올해 주목을 받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까지 영화와 드라마 18편의 감상평을 담았다.

저자는 자신에게 영화란 '삶의 중요한 영역'이자 '삶의 방도'라고 말한다.

5권에서 저자는 독창적인 글쓰기를 위한 방법론으로 융합 글쓰기를 제시한다.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등 기존 지식과 경계를 넘나들며 질적인 변화로 나아가는 '횡단의 정치'로서 융합을 논한다.

새로운 앎을 생성하는 융합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와 그 예시를 보여주는 29편의 글이 담겼다.

교양인. 4권 250쪽, 5권 240쪽. 각 권 1만6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