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김제시 국장 정직 처분…공무원 15명 무더기 주의·훈계
감사 처분요구 살펴보니…중간 관리자들도 지도·감독의무 져버려
국장이 아들 개업식 참석 강요했는데…왜 부하들도 불이익 봤나
아들 카페 개업식에 공무원들을 동원해 일을 시킨 전북 김제시 간부가 중징계를 받은 가운데 참석자들도 무더기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북도 감사자료를 훑어보니, 징계를 받은 국장뿐만 아니라 일부 과장급 중간관리자도 지도·감독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전북도 감사관실이 내놓은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A국장은 지난 5월 30일 오후 5시부터 부당한 지시를 시작한다.

그는 근무평정을 앞둔 6급 직원 B씨에게 "내일 아들이 카페 개업식을 하는 데 준비를 도와달라"고 사적 노무를 요구했다.

B씨는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를 거절하지 못하고 8급과 9급 공무원에게 이를 다시 전달했다.

이어 나머지 팀장들과도 상의해 각 팀에서 한 명씩 개업식에 동원하는 것으로 의견을 정리했다.

여기서 변수가 생겼다.

팀장들의 보고를 받은 해당 부서 과장이 화를 내며 직원 동원을 반대한 것이다.

이 과장은 '우리가 공노비냐'면서 크게 역정을 냈다고 한다.

별수 없이 B씨는 이튿날인 5월 31일 오전 10시에 애초 부탁한 8·9급 직원만 데리고 A국장 아들의 카페에 가서 개업식 준비를 돕는다.

이들 공무원이 한 일은 감사자료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의자 정리와 바닥 걸레 청소, 손님에게 제공할 과일 깎기, 과자 정리, 답례품(꿀, 물티슈, 클렌징 티슈) 포장 등이다.

이어 나머지 공무원들도 순차적으로 카페에 와서 개업식 준비를 도왔다.

이날 이 카페에 개업식에 온 김제시 공무원만 A국장을 포함해 37명으로 파악됐다.

A국장이 미리 공무원들에게 모바일 초대장을 보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초대장 마지막에는 카페 사장인 아들과 A국장 이름이 함께 적혀 있었다.

참석자 중에는 부하 직원을 데리고 온 과장급 공무원들도 여럿 있었다.

휴가나 외출을 사용하고 근무지를 벗어나도록 지도·감독해야 할 과장들이 되레 직원들과 함께 근무시간에 카페 나들이를 즐긴 것이다.

국장이 아들 개업식 참석 강요했는데…왜 부하들도 불이익 봤나
도 감사관실은 참석자를 하나하나 조사해 비위 정도에 따라 처분을 나눴다.

우선 이 모든 사태를 주도한 A국장은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A국장은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아 공직생활을 오래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어 부하 직원들을 이끌고 카페에 온 과·팀장 등 15명에게는 훈계·주의 처분을 요구했다.

이들 처분은 정식 징계는 아니지만, 추후 인사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근무시간에 강제로 카페에서 허드렛일한 공무원 3명은 책임을 면해줬다.

또 점심 시간대 카페에 방문한 18명에 대해서는 근무지 무단이탈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도 감사관실은 이번 감사 기간이 길었던 이유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단순히 근무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해서 모든 공무원에게 동등하게 징계를 내려서는 안 된다고 봤다"며 "공직사회에서 상급자가 부하 직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릴 때 명확하게 거절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업식에 참석하게 된 경위를 일일이 따져 사례를 모두 나누고 억울한 일이 없도록 공정하게 처분했다"며 "감사자료를 보면 알겠지만, A국장을 비롯한 상급자들이 대체로 무거운 처분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