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뒤에도 남긴 말은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이어령의 생전 마지막 인사, 책으로도 나온다…'작별' 출간
"죽음은 끝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글 속에도 똑같이 문화 유전자가 숨어 있어요.

우리가 세상을 떠나도 우리가 남긴 말은 내가 없는 세상, 우리가 없는 세상에도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해갑니다.

"
'시대의 지성'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생전 마지막으로 남긴 인사가 담긴 책 '작별'이 이달 5일 출간된다.

이 전 장관은 "여러분과 헤어지는 인사말을 하려고 한다"며 그간의 사유를 총정리한 짧은 분량의 책을 남겼다.

2일 출판계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추려 마지막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고, 구체적인 내용을 책과 영상물로 각각 남기고자 했다.

영상은 지난 3월 tvN '이어령의 내가 없는 세상'으로 공개된 바 있다.

tvN 제작진은 2019년부터 2년여에 걸쳐 이 전 장관이 세상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기록한 2천500분의 영상을 55분 길이로 편집해 보여줬다.

책과 영상 속 콘텐츠 내용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

고인이 직접 원고를 쓰지는 않았고 출판사 측이 고인의 구술 녹음본을 풀어서 정리하긴 했지만, 책의 상징성을 고려해 '이어령 유고집'이라고 소개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책은 tvN 프로그램 방송 전에 기획됐고, 기획한 책 내용 일부가 방송으로도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 제목과 표지 디자인은 모두 고인의 확인을 거친 것으로, 표지 글씨와 그림은 김병종 화백이 맡았다.

이어령의 생전 마지막 인사, 책으로도 나온다…'작별' 출간
이 전 장관은 책에서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로 시작하는 동요를 언급하며 집단지성의 힘과 연결한다.

동요는 원숭이에서 시작해 사과, 바나나, 기차, 비행기를 거쳐 백두산까지 이어진다.

그는 "어떤 맥락도 없지만 전부 미국에서 들여온 거라는 게 공통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원숭이부터 비행기까지 5개의 키워드를 언급하며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우리에게 없었던 것들이 개화 100년 동안 들어왔다.

함께 나눈 80여 년의 경험에 대한 회고를 정리해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내가 없는 세상의 100년을 살아갈 키워드'로는 반도 삼천리, 삼 삼 삼, 5G를 제시했다.

대륙 세력과 반도 세력이 반도성을 회복하는 것, 이항대립이 아니라 가위바위보처럼 사고 구조를 삼항순환으로 바꾸는 것, 버리는 것에서 새로운 5가지 지(누룽지·묵은지·우거지·콩비지·짠지)를 재발견하는 것 등이다.

그는 기존에 주창한 사상들도 재차 강조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하나 되는 세계, 접속과 접촉이 하나 되는 세계, 피와 땀이 서로 싸우는 게 아니라 서로 어울리는 눈물 한 방울의 세계가 필요하다"며 "그게 바로 디지로그의 세계이고 생명자본의 세계"라고 말한다.

"잘 있어라, 하는 '잘'은 디지로그의 생명자본, 눈물 한 방울입니다.

이걸 여러분에게 남겨놓고 가기 때문에 여러분이 '잘 가'하고 손 흔들 때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잘 있어'하고 떠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나의 헤어질 때의, 떠날 때의 인사말입니다.

잘 있으세요.

여러분 잘 있어요.

"
성안당. 144쪽. 1만4천원.
이어령의 생전 마지막 인사, 책으로도 나온다…'작별' 출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