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문재인…올 여름휴가엔 '대통령의 서재'에 앉아볼까
매년 여름철 서점가에는 ‘역주행’ 책이 등장한다. 출간 직후에는 별다른 반향이 없던 책이 몇 년 뒤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책을 흥행시키는 주역은 국내외 전·현직 대통령들이다. 이들이 휴가지에 들고 간 책 목록은 곧장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른다. 대통령의 독서는 고도의 정치 행위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선택한 책은 정치 메시지로도 읽힌다.

2일 서점가에 따르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지정학의 힘>이 최근 나란히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출간한 지 1~2년 된 이 책들이 주목받은 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달 SNS를 통해 직접 추천하면서부터다. 지난 6월 한국역사연구회가 펴낸 <시민의 한국사> 1·2권도 문 전 대통령의 추천 이후 베스트셀러가 됐다. 총 1100쪽이 넘는 역사서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건 이례적이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도 휴가 때마다 독서 목록을 공개했는데 <축적의 시간> 등 공개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난 1일부터 닷새간의 여름휴가에 들어간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책을 읽을지도 이목을 끈다. 독서 목록을 통해 국정 운영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어서다. 윤 대통령은 아직까지 책 목록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휴가철을 앞두고 청와대 대변인실이 출입기자들에게 ‘대통령이 봤으면 하는 책을 권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인생 책’으로 언급한 이후 재조명된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는 지난달 개정판이 약 20년 만에 출간되기도 했다.

대통령의 휴가 독서 목록을 공개하는 전통은 1961년 미국의 잡지 ‘라이프’의 한 기사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애독서 10선 기사가 관심을 끈 덕분이다. 이언 플레밍의 첩보소설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도 케네디 대통령이 베스트셀러로 만든 책 중 하나다.

소문난 독서가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휴가철이면 SNS에 추천 도서를 공개한다. 올여름 추천 책은 소설가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의 최근작인 <고요의 바다(Sea of Tranquility)>, 미국 언론인 에즈라 클라인의 사회비평서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 등 14권이다.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의 경우 6월 국내 출간된 후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빌 게이츠도 매년 여름휴가를 앞두고 읽어볼 만한 책을 추천한다. 올해는 클라인의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 나오미 앨더먼의 SF소설 <파워>, 에이모 토울스의 소설 <링컨 하이웨이> 등을 꼽았다.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을 쓰는 등 기후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그는 이와 관련된 킴 스탠리 로빈슨의 SF소설 <미래부(The Ministry for the Future)>, 과학자 바츨라프 스밀의 <세상은 정말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How the World Really Works)>도 읽어볼 책으로 권했다. 스밀의 책은 내년 상반기 김영사에서 국내 출간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