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석 규모 경기장 개방…태권도·수영·볼링대회도 속속 열려
北 체육계, 코로나 딛고 기지개…3년만에 '횃불컵' 축구 개막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중단됐던 대형 스포츠 경기가 속속 재개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횃불컵' 남자축구 경기가 시작됐다고 2일 보도했다.

횃불컵 리그가 다시 열린 건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경기에는 총 12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가'조에는 우리의 상무팀에 해당하는 4·25팀을 비롯해 평양팀, 리명수팀, 압록강팀, 선봉팀, 경공업성팀이 편성됐다.

'
나'조에는 기관차팀, 소백수팀, 횃불팀, 려명팀, 월미도팀, 제비팀이 속했다.

경기는 오는 28일까지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횃불컵 1급 남자축구 경기는 '청년절'(8월 28일) 경축행사로 2013년 처음 열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시 직접 개막 경기를 관람하며 행사에 힘을 실어줬다.

이번에 경기가 열린 김일성경기장은 평양시 모란봉구역 개선동에 있으며, 2016년 새롭게 보수 공사를 해 비교적 최신 시설을 갖췄으며 4만여 석의 관람석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대형 경기장을 다시 개방한 것은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하다는 북한 당국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축구 외에 다른 종목에서도 스포츠 경기의 문호를 다시 열고 있다.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69주년을 기념해선 지난달 3∼27일 평양과 지방 여러 곳에서 '전승컵 체육경기대회'가 열려 수영, 요트, 수구, 조정 등 다양한 경기를 벌였다.

지난 25∼27일 평양볼링관에서는 '전승컵 볼링경기대회'가, 20∼27일에는 '전승컵 전국 태권도 강자경기대회'와 바둑대회가 각각 열렸다.

이들 경기는 대부분 2020년과 2021년 세계적인 코로나19 유행에 중단됐다가 올해 3년 만에 재개됐다.

北 체육계, 코로나 딛고 기지개…3년만에 '횃불컵' 축구 개막
북한이 한동안 중단됐던 경기들을 부활시킨 건 코로나19 장기화와 대북 제재에 지친 민심을 달래고 결집을 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스포츠 마니아'로 알려진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래 '체육강국 건설'을 강조하며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해왔다.

2012년 집권하자마자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스포츠 전담 기관인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설립했고, 2015년 스포츠 전문 TV 채널을 개설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15년 북한 여자 축구대표팀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우승 당시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평양 순안국제공항까지 직접 나가 귀국하는 선수들을 마중하는 파격 행보도 보였다.

이는 체육이 대외적으로는 국위를 선양하고 대내적으로는 주민들의 애국심과 자긍심을 고취해 체제 결속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