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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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저케이블 시장을 뚫기 위한 중국 전선업체의 입찰 참여가 늘면서 국내 전선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전략적으로 ‘저가 공세’에 나서고 있어서다.

1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중국 1위 전선회사인 형통광전은 지난해 말 한국에 ‘리전(지역) 사무소’를 설립했다. 중국 전선업체가 한국 사업을 위해 국내에 사무소를 차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형통광전 관계자는 “한국 해저케이블 시장은 큰 성장이 기대되고 사업 가능성도 보이는 시장”이라며 “한국 사무소를 필두로 한국 해저케이블 사업 수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전선업체들은 민간 업체가 주도하는 해저 사업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해상풍력과 태양광 발전단지의 송전 등에 사용되는데, 우리 정부나 공기업이 주도로 진행하는 사업엔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에 따라 외산업체가 해저케이블을 납품할 수 없다. 반면 민간 주도 사업엔 중국 제품도 공급이 가능하다. 공기업이 일부 지분을 투자해 진행하는 민간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중국 업체가 해저케이블 사업을 수주할 수 있다.

지금까지 중국 업체가 국내 해저케이블 사업을 수주한 사례는 없다. 다만 중국 전선업체들의 한국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시도가 최근 급격히 늘어나면서 국내 업체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전선업체들의 가격이 한국 기업보다 10% 이상 저렴하기 때문이다. 국내 일부 시행사도 중국 업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민간 프로젝트를 맡은 시행사들이 형통광전과 ZTT 등 중국 전선업체에 사업 견적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특히 전선 시장이 태양광 시장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이미 한국의 태양광 산업은 지난 수년간 중국의 저가·물량 공세에 따른 기자재가 대거 유입됐다. 중국 업체들이 인버터 등 태양광 핵심 기자재 시장을 잠식하면서 중국산 재료 의존도도 높아졌다. 국내 기업들이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 전선업체 관계자는 “시행사는 전선의 품질을 해저에 깔기 전까진 알기 힘들지만 가격은 수익성으로 바로 나타난다”며 “해저케이블 시장이 중국 업체에 한 번 뚫리면 막아내기 힘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