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과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사진)이 31일 별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향년 94세.

라모스 전 대통령은 1928년 3월 18일 마르시소 라모스 전 필리핀 외무장관의 아들로 태어났다. 미국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일리노이대에서 건축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필리핀군에 입대해 6·25전쟁과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후안 폰세 엔릴레 전 필리핀 국방부 장관과 함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독재를 종식시킨 인물로도 꼽힌다. 그는 1986년 20년에 걸친 마르코스 독재를 끝내고 코라손 아키노 여사를 대통령으로 옹립하는 데 기여했다.

라모스 전 대통령은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재임했다. 재임 기간 규제 철폐와 자유화 정책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교통과 통신 분야의 독점적 지배구조도 해체했다. 로이터통신은 “라모스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은 평화, 안정, 성장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며 “(그가 재임하는 동안) 필리핀의 빈곤율은 39%에서 31%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이 급격한 변동을 겪는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아 그에게 ‘확고한 에디(Steady Eddie)’라는 별명도 붙었다.

6·25전쟁에는 필리핀군 제20대대 수색중대 소대장으로 참전했다. 1952년 5월 강원 철원의 ‘이어리(Eerie) 고지’에서 벌어진 중공군과의 전투에서 전공을 세워 당시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부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