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이어 권성동·조수진·윤영석 등 줄사퇴…인적개편론 점화 여부 주목
비대위 전환에 당헌당규 해석 등 논란 여전…이준석, 법적 대응 등 총력 저지 전망
혼돈의 與, 결국 비대위 체제로…쇄신 요구 속 '험로' 전망도(종합2보)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달 8일 사상 초유의 당 대표 직무 정지 사태로 출범한 '권성동 원톱' 체제마저 잇달아 불안한 모습을 노출한 끝에 사실상 좌초하면서 집권 초반 여당 리더십 혼란이 결국 비대위 체제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여권 지지율이 총체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당·정부·대통령실 전면 쇄신론과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2선 퇴진론 등도 함께 터져 나오면서 조기 인적 개편 및 권력 지형 재편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31일 하루 동안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과 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이 줄줄이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29일 처음 사의를 밝힌 배현진 최고위원까지 지도부 4명이 사의를 밝혔고 당연직 최고위원인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사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직 친(親) 이준석계를 중심으로 사퇴를 거부하는 최고위원들이 있지만, 이미 지도 체제의 붕괴는 정해진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벌써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정우택·정진석·조경태·주호영 등 당내 5선·중진 그룹과 함께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등 원외 인사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또 이번 비대위 체제 전환은 결국 조기 전당대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차기 권력 투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이미 일부 유력 당권 주자들은 당내 공부 모임 등으로 몸풀기에 돌입한 상황이어서 비대위 체제 전환과 동시에 본격적인 당권 경쟁 레이스도 막을 올릴 전망이다.

혼돈의 與, 결국 비대위 체제로…쇄신 요구 속 '험로' 전망도(종합2보)
당 일각에서는 비대위 체제 전환을 두고 윤핵관 그룹의 분화가 가속화하게 됐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온 것과 달리 '원조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은 조속한 체제 전환을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당내 권력 지형이 이준석 대표와 친윤(親尹) 세력의 대립 구도에서 친윤계의 내분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또 비대위 체제 전환 과정에서 대통령실 참모진을 향한 쇄신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보낸 이후 인적 개편이 단행될지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다만,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 그리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단 비대위 전환 요건에서부터 논란이 전망된다.

당헌·당규상 규정된 비대위 전환 요건은 '당 대표의 궐위'와 '최고위원회의 기능 상실' 등 '당의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다.

현 상황이 전자인 '당 대표의 궐위'가 아닌 '사고'로 규정된 가운데 '최고위 기능 상실'을 적용해야 하는데, 과연 최고위원 몇 명이 사퇴해야 이 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최고위원 총원 기준에서부터 현재 총원인 9명인지, 아니면 이 대표와 사퇴한 김재원 최고위원을 뺀 7명인지, 선출직 최고위원만 치는 6명인지 등 해석이 제각각이다.

당 일각에서는 최고위원회의 직접적 기능 상실 여부를 떠나 지금이야 말로 '비상상황'이니만큼 비대위 전환 요건에 해당한다는 시각도 있다.

혼돈의 與, 결국 비대위 체제로…쇄신 요구 속 '험로' 전망도(종합2보)
여기에 비대위원장 지명 권한을 놓고도 논란의 가능성이 있다.

당규는 비대위원장 임명권자를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으로 명시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친이준석계에서는 벌써 이런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헌당규를 아무리 살펴봐도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뒷받침할 아무런 명분도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며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에서 비상대책위원회장을 임명할 권한도 명분도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애초 1일 오전 최고위를 열어 비대위 전환 안건을 의결하려 했으나 당 안팎에서 지적이 쏟아지자 당헌·당규 등을 추가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의 성격 및 전대 시기 등도 논란거리다.

당내 친윤 그룹은 조기 전대 준비를 위한 '관리형 비대위'와 9월 조기 전대 개최 쪽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내에서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조해진 의원은 SNS에 "비대위라도 관리형 비대위가 아닌, 돌파형 비대위, 혁신 비대위가 돼야 한다.

관리형 비대위는 당정이 직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감지하지 못한 안일한 인식의 발로"라며 "임시전당대회를 전제로 한 초단기 비대위는 더 나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임기 2~3개월짜리 비대위원장을 맡을 인물을 구하기 어렵다는 '구인난'도 제기된다.

조기 전대를 한다고 하더라도 당헌대로 새 지도부가 내년 6월까지인 이 대표의 남은 임기를 채우게 할지, 새로 임기 2년을 시작해 차기 총선 공천권을 갖게 할지도 논란거리다.

국민의힘 당헌은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이면 60일 이내에 임시전당대회를 열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선출되는 당 대표의 임기는 이 대표의 잔여 임기인 내년 6월까지다.

혼돈의 與, 결국 비대위 체제로…쇄신 요구 속 '험로' 전망도(종합2보)
이에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한 유권 해석을 거치고 이참에 당헌·당규도 고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전국위 소집 계획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 당분간 혼란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통화에서 "현재까지 파악하기로는 당헌 당규상 비대위를 할만한 근거가 없는 것 같다"며 "아직 전국위 소집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권 대행이 대표 직무대행뿐 아니라 원내대표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논란에 책임이 있는 권 원내대표가 사퇴하고 비대위 전환 대신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통해 현재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권 대행은 직무대행 자격으로서만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원내대표로서도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새 원내대표를 뽑아 그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하면서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하면 되는 것이다.

비대위 체제 전환은 '기승전-이준석 쫓아내기'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이후 전국을 유랑 중인 이 대표의 행보도 변수로 꼽힌다.

비대위 체제 전환은 이 대표의 징계 후 복귀를 원천적으로 막는 조치나 다름없기 때문에 궁지에 몰린 그가 총력을 다해 저지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비대위 체제 전환이 결정되면 이 대표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절차를 통해라도 제동을 걸 것이라는 얘기도 이 대표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조만간 발표되면서 자연스레 그의 거취가 정리될 것이란 얘기도 당에선 나돌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