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중국, 잔해 궤적정보 제공 안 해" 비판
中 창정5B 로켓 잔해, 오늘 새벽 필리핀 남서부 바다로 추락(종합)
중국 우주발사체 '창정(長征) 5B호'(Long March 5B) 로켓의 잔해가 한국 시간 31일 새벽 인도양 상공으로 진입해 필리핀 남서부 바다로 추락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미 우주군과 중국 우주국의 발표를 통해 창정 5B호 잔해물이 (한국시간) 31일 오전 1시 45분(미국 동부시간 낮 12시 45분)께 필리핀 서쪽 바다지역(북위 9.1도, 동경 119도)에 최종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중국 유인우주국도 웨이보를 통해 창정 5B호의 잔해가 필리핀 남서부 해상에서 지구와 충돌했으며 잔해 대부분은 보르네오섬과 필리핀 사이의 술루해 상공으로 진입하면서 불에 타 없어졌다고 밝혔다.

이번에 지구상으로 떨어진 로켓 잔해물은 중국이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구축을 위해 발사한 창정 5B호 로켓의 상단으로 무게가 24.5t에 달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빌 넬슨 국장은 이날 "중국이 창정 5B호 로켓이 지구로 떨어졌을 때 구체적인 궤적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모든 우주비행 국가들은 잠재적인 잔해 충돌 위험에 있어 신뢰할 수 있는 예측이 가능하도록 확립된 모범사례를 따르고 해당 유형의 정보(구체적 궤적 정보 등)를 공유해야 한다"며 "생명과 재산상 중대한 손실 위험이 있는 창정 5B호와 같은 대형 발사체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을 만들 목적으로 자국에서 가장 큰 발사체인 창정 5B호를 이용해 정거장 건설에 필요한 거대 모듈을 계속 발사하고 있다.

창정 5B호는 상단부가 워낙 크게 만들어져 잔해가 대기에서 전소되지 못한 상태로 지구로 떨어질 가능성이 거론됐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추락 징후를 인지한 27일부터 국내 우주위험감시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과 잔해물의 궤도변화를 감시해왔으며, 30일에는 잔해물이 한반도에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각국의 우주위험감시기관 등은 창정 5B호 잔해가 한국 시간으로 31일 지구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낙하지점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었다.

보통의 발사체는 궤도에 올라가기 전에 단분리를 하며, 여기서 비롯된 잔해는 사람이 없는 바다로 떨어지게끔 설계되는 '통제된 재진입'이 이뤄지거나 대기와의 마찰로 소각됐다.

하지만 창정 5B호는 거대하게 설계된 1단부가 탑재물과 함께 궤도까지 올라간 뒤 별도의 추락 지점 조정 기능 없이 지구 궤도를 돌면서 추락한다.

대기 상황과 잔해의 모양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형 물체가 떨어지는 경우 통상 20~40% 정도가 타지 않고 지구 표면에 낙하한다.

지구 표면의 70%는 물로 덮여있어 바다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사람이 사는 곳에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우려가 있어왔다.

창정 5B호는 통제되지 않는 상태로 떨어진 인공물체로는 최근 30여년간 가장 무거운 것이었다.

이에 앞서 1991년에는 아르헨티나 안데스산맥에 소련의 유인 우주정거장 살류트 7호의 잔해가 추락했다.

중국 발사체 잔해 일부가 지구로 떨어진 것은 2020년과 작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2020년 5월 창정-5B호의 첫 시험발사 이후 잔해물의 일부 파편이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마을에 떨어져 건물이 파손됐고, 지난해에는 발사체 잔해 일부가 인도양에 낙하했다.

학계에서는 우주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발사체 잔해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외딴 바다 등으로 잔해를 안전하게 떨어뜨릴 방법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