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28일(현지시간) 지속적인 경제 위기 심화와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기준금리를 연 52%에서 연 60%로 높였다. 올해 7번째 금리 인상이다. 이 같은 기준금리는 아르헨티나와 국제통화기금(IMF) 간의 구제금융 관련 합의에 따른 것이다.
2018년 IMF와 아르헨티나 정부는 57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합의하고 올해 3월까지 445억달러가 지급됐다. 올해 3월 채무 상환 조건을 일부 조정하고 30개월의 확대금융 합의안이 체결됐는데, 이때 IMF는 '물가상승률 이상의 기준금리'를 합의 사항 중 하나로 내걸었다. 로이터통신은 정부가 이행안을 지킬 경우 아르헨티나의 기준금리는 최대 연 70%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놨다.
지난달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은 1년 전 대비 64%를 기록했다. 올 연말 물가상승률은 90%로 치솟아 세 자릿수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당장 아르헨티나 정부는 오는 9월 만기가 돌아오는 약 68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지급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은 24억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페소를 더 찍어내 국채를 상환하는 '돌려막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인플레이션이 더 심각해진다.
아르헨티나는 막대한 국가 채무와 인플레이션 문제 외에도 정국 혼란을 겪고 있다. IMF와 채무 재조정 협상을 주도하던 마르틴 구스만 경제장관이 7월초 돌연 사임하면서다. 후임자가 된 실비나 바타키스 경제장관마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사의를 표했다. 이날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세르지오 마사 하원의장을 새로운 경제장관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한달만에 경제정책 사령탑이 두 차례나 바뀐 것이다. 이 같은 경제적 불안 속에서 최근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도 빠르게 폭락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암시장에서 페소·달러 환율이 지난 22일 기준 337페소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페소·달러 환율은 페소 가치와 반비례한다. 따라서 페소 가치가 암시장에서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는 뜻이 된다. 지난주 암시장에서 페소·달러 환율은 15%나 급등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내국인에게 월 200달러 한도 안에서만 달러를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 통화 가치의 추가 폭락을 걱정하는 아르헨티나인들이 암시장에서 페소를 팔고 달러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암시장에서 페소 가치가 연일 추락하고 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에서의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의 격차는 150% 이상 벌어졌다. 이는 아르헨티나가 하이퍼인플레이션에 시달렸던 1989~1990년 수준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