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출간…"내면의 힘 키워야" "'고구려' 2년 내 완결 목표…주한미군 철수 가정한 소설도 구상 중"
"소설가는 소설로 말해야 해 에세이를 쓰는 건 온당치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자본주의 시대에 우리는 무한적으로 물질을 좇아 경쟁하면서 내면이 붕괴하고 있어요.
내면이 받쳐주지 않으면 바깥의 성취는 절대 도움이 안 됩니다.
오래전부터 한국 사회를 보면서 그런 생각들을 내놓으려 했어요.
" 충북 제천에서 '고구려' 후속편을 집필 중인 소설가 김진명(64)은 첫 에세이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이타북스) 출간을 기념해 지난 26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금도를 깨는 기분"이라면서 "생각과 가치를 나눈다는 측면에서 소설과 에세이가 본질적으로 같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됐지만, 명확한 가치관이 없다 보니 사회가 지나치게 물질이나 힘에 휘둘리는 것 같다"며 "개인들도 진지하게 자신과 대면하거나 내면의 힘을 키우는 걸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이 살아가기에 사회가 너무 거칠고, 자본주의의 경험이 짧은 앞선 세대들이 젊은 세대를 배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어렵고 힘들어도 젊은 세대는 굉장히 세게 싸워야 한다.
위로에 빠져 있지 말고 내면을 강화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김진명은 이번 에세이에서 그간 살아오면서 느끼고 겪은 바를 다섯 가지 갈래로 정리했다.
고구려 7권을 집필하면서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오를 때 대신 가벼운 마음으로 써 내려간 것들로, 최근 3년 이내에 쓴 글을 모았다.
1993년 데뷔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주목을 받은 김진명은 이후 주로 역사·정치 소설을 써왔지만, 본령은 철학이다.
법학을 전공했지만, 고시 공부를 접고 도서관에서 철학서를 탐독했다.
10여 권의 사회과학 서적을 싸 들고 영취산 백운암으로 들어가서는 18시간을 꼬박 책만 읽기도 했다.
그는 "독서는 자연히 사색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 많은 시간 세상의 여러 분야에 대한 생각에 잠기게 됐다"며 "그 이후 지금까지도 나의 눈과 귀를 통해 들어오는 세상의 모든 정보는 뇌 속의 데이터베이스와 의식에 결합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책에서 김진명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다섯 편으로 구성된 '광개토대왕비의 진실'이다.
일본이 광개토대왕비에 석회를 발라 글자를 바꿨다는 '석회도말론'의 비과학성을 추적하고, 일본에서 광개토대왕비 연구의 일인자로 인정받는 동경대 동양사 실장을 만나 임나일본부 관련 역사 왜곡을 수정한 일화 등을 소개한다.
김진명은 평소 '필생의 숙제'라고 밝힌 고구려 후속편 집필에 매진 중이다.
지난해 6월 소수림왕 후기를 담은 7권이 나왔고, 광개토대왕을 다룬 8~10권이 남았다.
내년 상반기 8권을 내고 2024년 여름까지 2년 안에 완결할 계획이다.
그간 고구려 집필을 도운 첫째 아들 인서(39)도 8권부터는 공동 저자로 이름이 올라간다.
그는 "7권 출간 이후 광개토대왕의 캐릭터를 잡는 데 굉장히 고민했다"며 "광개토대왕은 거친 중국 북방 민족 전체를 상대로 이겨내는 왕이기 때문에 성실하거나 어진 것으로는 안 된다.
아주 속도가 빠르고 조급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곧바로 들어내는 뜨거운 인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개토대왕 편은 전쟁 이야기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쓰기 쉽다고 생각했는데 고전하고 있다"며 "완전히 독창적이고 새로운 전략, 새로운 수법 등을 담고 있는데 앞선 작품에서 쓴 것과 차별화를 두고자 고민 중이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게 참 쉽지 않다"고 전했다.
김진명은 주한미군 철수 상황을 가정한 현대사 소설도 구상하고 있다.
재임 시 주한미군 철수를 강하게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재당선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전략적 관점으로 한국의 앞날을 모색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