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형사 인호 연기…"공동체와 이웃, 삶의 가치 느꼈으면"
'비상선언' 송강호 "재난 헤쳐나가는 사람들 담담한 이야기"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영화 '비상선언'의 베테랑 형사 인호는 2007년작 '우아한 세계' 속 직장인 조폭 인구를 닮았다.

모두 송강호가 연기한 인호와 인구는 조직과 가족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애쓴다.

표현은 서툴러도 아내와 딸을 끔찍이 아끼는 아버지다.

송강호는 '우아한 세계'에서 한재림 감독과 처음 작업한 뒤 '관상'(2013)에 이어 '비상선언'으로 세 번째 만났다.

27일 화상으로 만난 송강호는 "감독을 알고 있다는 게 이번에 연기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며 "한재림 감독이 추구하는 지점을 잘 알고 있어서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비상선언' 송강호 "재난 헤쳐나가는 사람들 담담한 이야기"
'비상선언'의 인호는 바이러스 테러를 당한 항공기 탑승객의 안전을 위해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 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실장 태수(박해준) 등 여러 인물들과 지상에서 고군분투한다.

곰국을 끓여놓고 하와이로 휴가를 떠나는 아내가 비행기에 타고 있어 더 절박하다.

"너무 구하고 싶은데 지상에서는 한계가 분명한 사람들의 딜레마를 중점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슬프게만 또는 감정적으로만 표현해선 안 되고 너무 이성적이고 냉정하게만 생각해도 안 되겠죠. 그런 부분을 어떻게 적절하게 표현할지가 중요했습니다.

"
영화는 생화학 테러라는 소재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온 한국사회 곳곳의 풍경을 투영한다.

그러나 한재림 감독은 10여 년 전부터 항공재난 영화를 구상했고 본격 작업에 들어간 때도 팬데믹 이전이다.

영화는 지난해 프랑스 칸영화제 상영 당시 "시의적절하다"는 평을 받았다.

'비상선언' 송강호 "재난 헤쳐나가는 사람들 담담한 이야기"
송강호는 "처음 준비할 당시 코로나라는 단어 자체가 없을 때인데도 흥미롭게 다가왔다"며 재난에 대처하는 공동체를 중점적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재난을 겪을 수 있습니다.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다른 재난영화와 다른 지점에 있습니다.

재난을 헤쳐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른스럽고 담담하게 담고 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공동체와 이웃에 대한 생각, 평소 알고는 있지만 느끼지 못한 삶의 소중한 가치를 이번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다면 그만한 보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
영화는 실제 비행기로 제작한 세트를 360도 회전시키는 짐벌(Gimbal)을 이용해 기내 모습을 실감나게 구현했다.

그러나 송강호는 지상에서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탓에 기내 분량 촬영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비상선언' 송강호 "재난 헤쳐나가는 사람들 담담한 이야기"
"처음에는 비행기를 타보고 싶다는 생각도 살짝 있었고, (재혁을 연기한) 이병헌에게 세트장에서 한 번도 안 나오고 연기해서 부럽다고 했어요.

그런데 짐벌이라는 기계를 한 번 보니 정말 공포스럽더군요.

추격 장면 촬영도 하고 비도 맞고 고생 많이 했지만, 지상에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생각했습니다.

"
지난 5월 '브로커'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받아온 송강호는 '밀양'(2007)으로 같은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과 재회했다.

송강호가 변호사 우석 역을 맡은 '변호사'(2013)는 이번 작품에서 강렬한 테러리스트 연기를 펼치는 임시완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전도연과 이병헌 모두 20년 넘게 동고동락한 사이죠. 비행기와 지상으로 나뉜 상황 때문에 매번 모여서 촬영하진 못했지만 너무 반갑고 호흡이 좋았습니다.

" 임시완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범죄도시'에 손석구가 있다면 '비상선언'엔 임시완이 있습니다.

"


/연합뉴스